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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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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쪽 | A5
ISBN-10 : 8930103502
ISBN-13 : 9788930103503
A가 X에게 중고
저자 존 버거 | 역자 김현우 | 출판사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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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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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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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에게는 존 버거의 저서로 편지로 씌어진 소설이다. 약제사인 아이다가 반정부 테러 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힌 자신의 연인인 사비에르에게 쓴 편지와 그 편지 뒤에 적힌 그의 메모로 이뤄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존 버거
존 버거(John Berger, 1926- )는 런던 태생으로,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해 왔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농사일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시대의 화가(A Painter of Our Time)』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The Success and Failure of Picasso)』 『예술과 혁명(Art and Revolution)』 『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 『본다는 것의 의미(About Looking)』 『말하기의 다른 방법(Another Way of Telling)』 『센스 오브 사이트(The Sense of Sight)』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And Our Faces, My Heart, Brief as Photos)』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Photocopies)』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Here is where we meet)』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Hold Everything Dear)』 『아픔의 기록(Pages of the Wound)』그리고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Into Their Labours)』 등과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 소설 『G』 가 있다.



김현우(金玄佑, 1974- )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교육방송(EBS)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번역서로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고흐의 꽃』 『스티븐 킹 단편집』 『행운아』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인상주의자 연인들』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머니』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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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존 버거는 절묘한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 책은 부드러움과 정치적 비전을 향한 희구를 도구 삼아 다듬어낸 절제된 분노에 관한 작품이다. 그가 쓰는 것은 모두 심오하고, 정확하며, 대답을 요구한다. 그것은 자유와 그 결핍, 희망과 그 결...

[출판사서평 더 보기]



"존 버거는 절묘한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 책은 부드러움과 정치적 비전을 향한 희구를 도구 삼아 다듬어낸 절제된 분노에 관한 작품이다. 그가 쓰는 것은 모두 심오하고, 정확하며, 대답을 요구한다. 그것은 자유와 그 결핍, 희망과 그 결핍, 권력과 그 결핍, 사랑과 사랑하는 이와 강제로 헤어졌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끔찍한 갈망이다."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A가 X에게』는 내가 몇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통렬한 책 중 하나다. 이 책의 힘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억압에서도 살아남은 인내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는 우리를 탄압하는 힘들이 아무리 사악하다 하더라도, 사랑과 인간 정신은 파괴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세계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연애 이야기가 세계화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아이다와 사비에르의 사랑은 곧 저항의 다른 이름이다." ―옮긴이




존 버거가 발견한 편지?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진보적 지성인 존 버거(John Berger, 1926- )의 신작 『A가 X에게―편지로 씌어진 소설(From A to X: A Story in Letters)』은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2008년 수상 후보작(longlist)에 오른 작품으로, 출간 직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소설은 편지와 인용, 메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두에서 존 버거 자신이 직접 등장해 이 편지와 메모들을 어느 폐쇄된 교도소에서 발견했음을 밝히고 있어, 기존에 나온 그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시작한다. 즉 약제사인 아이다(A'ida)가 반정부 테러 조직 결성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힌 자신의 연인인 사비에르(Xavier)에게 쓴 편지와 그 편지 뒤에 적힌 그의 메모로 이뤄진 이야기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구로, 가자 지구에 달려가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미술학교를 열고, 작년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천삼백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에 분노하고 저항하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작가 존 버거, 그는 현실사회의 문제들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서도 두 남녀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독자의 현실로 가져와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헌사에는 팔레스타인 작가 '가산 카나파니(Ghassan Kanafani)를 위하여'라고 적혀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의 창립 멤버이자 난민 캠프의 교사이기도 했던 가산 카나파니(1936-1972)는 자신이 타고 있던 차가 폭파되어 죽었고, 이 죽음은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에 의한 암살이었으나 공공연한 비밀로 부쳐지고 말았다. 이 작가에게 바친 헌사를 통해 우리는 사비에르의 모델이 혹시나 카나파니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게 된다.




사랑과 투쟁의 일상, 그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어

소설의 주인공인 사비에르와 아이다,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폭압적 현실에 맞서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저항과 사유의 발견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이다는 약제사로서 사람들의 상처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면서, 사비에르는 감옥 안에서 듣는 바깥의 소식을 통해 또는 기억을 통해 이 세계의 불평등과 세계화,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지닌 폭력성에 대해 잊지 않고 되새기기 위해 메모를 한다. 그에게 부과된 이중종신형이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살았던 나이만큼 그 시신을 감금해 놓는다는 가혹한 형벌이다. 그런 데다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므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아이다는 자신의 일상에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과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변사람들의 소식을 따스한 어조로 편지를 써 보낸다. 쓰러지기 직전의 당뇨병 환자가 약국 문을 두드린 날 결국 그의 목숨을 살린 게 설탕 한 덩어리였음을 이야기하는 편지, 야간통행금지 시간에 외출해 지프를 탄 󰡐그들󰡑로부터 총에 맞은 소년을 약국에 데려와 살려냈다는 이야기, 블랙베리 덤불에서 열매를 따던 날 그에게 이 맛과 향과 색을 전해 주고 싶다며 열매를 막 따려고 하는 자신의 손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 집이 폭격당한 이웃 앞에서 진정제로 쓰이는 쥐오줌풀이라도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반사적인 직업 정신에 대한 무력감을 토로한 편지 등, 아이다가 사비에르에게 보내는 글 모두는 서로의 부재를 견디고 현재에 맞서 당당히 그들의 일상을 나누고자 하는 치열하지만 절제된 몸부림이다. 또한 아이다의 편지 뒷장에 적어 내려간 사비에르의 메모 속에서 부당한 현실에 저항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인물들―프란츠 파농, 마르코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우고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등―에 관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그가 감옥에서마저 현실에 대한 혁명과 저항의 내밀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폭압적 현실에 띄우는 절박한 안부들

소설 속에는 구체적 시간과 장소가 드러나 있지 않지만, 자본주의 단일시장 체제로 흡수돼 가는 전 세계의 불평등과 폭력, 정치적 종교적 갈등과 내분으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오늘날의 현실, 이 세계가 바로 두 남녀의 일상이자 현실이다.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여러 가지 애칭으로 부른다. 스페인어, 터키어, 아랍어 ―미 구아포, 미 소플레테, 미 골론드리노, 하야티, 카나딤, 하비비― 등 여러 국적의 애칭을 쓴 것도, 비단 지구 반대편 어느 도시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는 구체성을 상기시키고 어딘가에서 억압받고 있는 사랑을 되살리기 위한 존 버거의 애틋한 호명이 아닐까. 1980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시인 체슬라브 밀로즈(Czeslaw Milosz)는 '인간의 진정한 적은 일반화다'라고 했다. 탱크와 지프, 험비, 우지 기관총, 헬리콥터, F16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의 위협적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아이다의 말을 우리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들'을 일반화시켜 특정한 지역의 특수한 상황, 특정한 적으로 대상화하여 바라본다면, 우리는 일반화가 지닌 폭력성과 함정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적은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비양심, 무력감, 눈가림, 외면에서 오는 세계와 대상에 대한 거리 두기에서부터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 현실이 오늘날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일깨우기 위해, 작가는 실존인물들과 지명들을 적절하게 섞어 놓았다. 또한 이 편지들을 사비에르가 정리한 순서에 따르되 보내지 않은 아이다의 편지를 적절한 곳에 임의로 삽입해 놓았음을 밝히면서, 작가는 어쩌면 독자들이 이 편지의 사이사이, 이들의 절박한 현실의 사이사이를 함께 메워 주기를 당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하나하나의 편지와 메모는 소통에 대한 애틋한 갈망이자, 내면의 볼륨을 높이고 외치는 투쟁의 목소리이자, 사소한 우리의 일상에 대한 발견이다.

존 버거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문학의 집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위있고 공적인 목적을 위한 정문, 그보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옆문, 그리고 부엌으로 난, 소란스럽고 사소한 드나듦이 있는 뒷문,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바로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자신이 이용한 문이라고 그는 비유했다. 이 문 앞에서 오고 간 작은 이야기들을 읽는 우리는, 어느새 그들의 식탁에 앉아 닫혀 있던 귀와 침묵하던 입을 조금씩 열고, 무기력과 고독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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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 | ss**um | 2015.12.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1
     몸이 조금씩 아파오는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약국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라 조카들에...
     몸이 조금씩 아파오는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약국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라 조카들에게 약 이름을 알려주고 심부름을 보냈다. 집 근처에 약국에 세 군데 있어서 설마 못 사올까 싶어서 내심 안심하고 보냈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모두 문이 닫혔다며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비슷한 위치의 약국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다급한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잠시 푸념을 한 뒤, 헐레벌떡 뛰어온 조카들에게 수고비 500원을 쥐어 주고(배분은 알아서 하겠지.), 읽다만 책을 펼쳤다. 굳이 안가도 되겠다 싶은 약국을 조카들을 시켜서 가게 한 것은 존 버거의 소설에 나오는 아이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가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곳에서 아이다의 환영을 보게 될까봐, 조카의 손을 거쳐 내게 도착한 약에서 혹시나 그녀의 손길을 느낄까봐 그녀를 나의 현실로 끌어 내렸지만, 그런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다른 약국을 간다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진탕 아파 버렸다. 데굴데굴 구르고,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나니 정신이 몽롱했다. 오전 근무만 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리 몇 시간 동안 잠만 잤는데도 아픔은 가시지 않고, 배는 고프고, 생각들이 한정되어 버리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다. 누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에 책을 꺼내 읽었다. 손에 쥔 책을 다 읽었음에도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남겨야겠단 생각보다, 어제 읽은 존 버거의 소설 속의 아이다란 인물이 자꾸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인물이었음에도 쉽게 간과할 수 없었던 아이다는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를 컴퓨터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 그녀가 한 남자에게 쓴 편지들이 묻힌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아이다는 감옥에 갇힌 한 남자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테러리스틀 결성했다는 혐의로 이중종신형(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고, 그후에도 죽을 때 나이만큼의 기간 동안 시신을 감옥밖으로 내올 수 없다는 형벌.)을 받은 사비에르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새 교도소가 들어서면서 73호 감방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수감자였고, 협소한 수납 칸에서 아이다가 보낸 편지가 발견됐다. 이 책에는 부치지 않은 편지도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경위는 밝히지 않고 사비에르가 정리한 순서를 존중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아이다는 비교적 차분한 어투로 사비에르에게 편지를 썼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서 쓴 편지는 종종 붙이지 않았지만, 이중종신형을 당한 남자에게 쓴 편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차분하고 기다림이 서린 편지들이었다. 자신의 일상을 토대로 그와의 추억을 기록해 가는 그녀는 담담해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언어로 애칭을 바꿔가며 애정을 표시하고, 편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사랑해요'라는 표현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연애편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이다와 사비에르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회도 허락되지 않았고, 유일한 교류 수단은 편지 밖에 없었다.
     
      돌아올 수 없는 이에게 쓰는 편지란 어떤 기분일까. 오래 전,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그리움을 가득 담아 편지를 쓴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이다가 갖는 먹먹한 기분이 조금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휴가, 면회, 제대라는 기다림이 있었던 반면 아이다는 그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였고, 강제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밖에 전할 길이 없었다. 편지 안에 그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그리움만 내제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데, 거기에는 아이다와 사비에르에게 처해진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사비에르가 어떠한 연유로 잡혀갔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았지만 혼란스러운 국가, 억압당하고 강제성을 띠는 인권,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두려움이 늘 감지되었다. 그녀도 어떤 활동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저자의 설명대로 숨겨진 의미를 찾기란 어려웠다. 사비에르를 향한 그리움, 거대한 집단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한 인간과 무리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숨이 차오를 지경이었다.
     
      오랜 기간 사비에르에게 보내졌던 편지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녀의 그리움은 배가 되어 내 안에 맴도는 타인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잠시 책을 덮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아이다의 상실감에 어느 것도 비할 바 못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천연덕스럽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상세히 기록해가는 아이다, 큰 사건을 일상처럼 말해야 하는 아이다, 처절할 정도로 사랑하는 이의 온기를 느끼고자 자신의 손을 그려 나가는 아이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갈라놓은 보이지 않는 힘에 저항심이 생겼다. 그런 아이다의 편지에 수긍하는 사비에르의 편지는 없었다. 다만 그녀가 보낸 편지의 뒷편에 사비에르의 메모가 있었는데, 난해하고 그의 해설이 필요한 짤막한 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글은 아이다에 대한 글이 아니었고, 세계 곳곳에 행해지는 반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개탄과 상대성을 그린 것이 많았다. 그 낯선 이질감에 몸을 떨면서도 사비에르가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그는 아이다의 편지의 뒷편에 세상의 곳곳을 누비며 보이지 않는 활동가다운 호소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더라도 사비에르가 아이다에게 어떤 편지를 보냈는지 상세히 알 수 없었기에(아이다의 언급으로 조금 알게 되었지만, 소소한 것에 불과했으므로), 답답하기도 해서 그런 아이다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난감해지기도 했다.
     
      아이다가 보낸 편지의 무게가 가벼웠더라면, 사비에르의 메모가 아이다를 향한 것이었다면 편지를 읽는 나의 마음이 어떻게 변모되어 갔을까. 아마 조금은 특별한 연애편지로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랑이 현재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저자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지만.) 그냥 가볍게 읽고 지나칠 수가 없다. 약국에서 일하는 아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전하며, 때로 활동가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진부하게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비에르 앞에서만큼은 한 사람의 여자이고 싶은 마음 또한 감추지 않았다. 아이다의 편지를 읽으며 사비에르의 메모가 무심하다 싶다가도 그가 한두 마디씩 흩뿌려 놓은 아이다를 향한 마음을 볼 때면 둘의 단절됨이 피부에 와 닿아 안타까웠다.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없는 단절이 왜 그들에게 일어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져 보았지만,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했다. 세계화를 빌미로 이루어진 폭력과 자본세계의 병폐와 만인에게 가격되어 지는 불편한 진실을 파악할 힘이 내게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그 두 연인의 단절된 상황으로 나머지 배경을 파악해 나가는 도리밖에 없었다. 아이다의 절절한 편지, 사비에르의 개탄과 비난이 섞인 메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과연 나는 행복한 것일까, 저들의 모습을 무시해도 괜찮을 것일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지만 그 둘의 단절 앞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다가 얼마를 기다려야 사비에르가 돌아올지 알 수 없었고, 사비에르가 과연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편지의 뒷면에 그려진 '오늘 밤의 탈출 경로'를 통해 둘의 재회를 잠시나마 꿈꿔보게 되었지만, 그 또한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들의 목숨이 내재하든 내재하지 않던 그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저자의 말처럼 신께서 그들을 지켜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크지만, 그 바람은 아주 먼 얘기로만 느껴져서 내 존재가 너무나 미미하게 다가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존 버거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라 그의 신간이 나왔나 정기적으로 검색해 본다. 우연히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는데, 그의 소설은 처음이거니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의 산문과 시, 평론을 주로 읽다 소설을 마주하게 되니 다시 한 번 그의 역량에 감탄하면서도 허공을 향해 흐릿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나를 자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아이다의 편지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사비에르의 메모에 동감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존 버거가 그려낸 세계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그의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먹한 가슴앓이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다른 작품을 탐독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당분간은 아이다란 인물이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을 갈망하며 그의 새로운 작품을 향해 손을 내밀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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