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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Vostok).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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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쪽 | 규격外
ISBN-10 : 1170370128
ISBN-13 : 9791170370123
보스토크(Vostok). 13 중고
저자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 출판사 보스토크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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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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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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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하게 사랑하고, 어쩔 수 없이 그리워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가족,
사진 속에 담긴 그 애틋하고 징글징글한 이야기

가족이란 서로를 눅진하게 끌어당기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는 이들의 이름이 아닐까. 서로 할 말은 많지만 정작 잘 하지는 않는, 떨어져 있을 때는 그립지만 함께 있으면 가끔은 괴로운 그런 관계.
보스토크 매거진 13호〈가족, 어쩔 수 없는>은 가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혹은 전하지 못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는다. 오늘날의 ‘가족’은 반드시 혈연으로 얽힌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방에서 혼자 웃고 울 때 언제나 내 곁을 지키는 반려동물의 모습과 사랑스러운 아기의 웃음, 세상을 등진 부모의 그림자까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따뜻하고 서늘하게 그리는 국내외 사진가 열한 명의 작업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사진가 이옥토의 포토에세이, 반려동물에 대한 가수 이랑의 에세이, 시인 김선재의 단편소설 등 다양한 글들이 사진과 함께 모여 강렬하고 독특한 특집을 구성한다. 또한 특집 외에도 광범위한 자료를 엮어 1990년대 한국 사진사를 조망한 전시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를 기획한 이경민과의 대담, 영화평론가 유운성과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연재 등 섬세한 사유가 깃든 읽을거리를 만날 수 있다.

저자소개

목차

[보스토크(Vostok). 13 목차]

특집 │ 가족, 어쩔 수 없는

001 노란 개와 여행 _ 정멜멜
012 Family matter _ 아그니에슈카 하브로스
032 시하와 보니 _ 하시시박
042 눈송이, 눈송이 _ 니나안
054 네가 태어났을 때를 기억해요 _ 이옥토
060 비타민C와 반짝반짝 할머니 _ 안초롱
066 과거가 과거를 부르는 밤 _ 김주원
084 The Letter _ 준페이 우에다
097 오늘도 이 글을 쓰느라 준이치를 잘 돌보지 못했다 _ 이랑
101 가족의 거리 _ 김하나
105 간헐적 자매 _ 김인정
111 외박 _ 김선재
121 쓰지 않는 근육 _ 김신식
129 건너편에서 온 친구들 _ 최원호
138 Mary and Nigre _ 제임스 톨리치
146 Thursday's Child _ 스테파니 브루니아
156 Daimones _ 페데리카 린디?
164 The Human Connection _ 린제이 윈
172 Satellite of Love _ 린지펑(aka.223)
182 The Company of Men _ 알렉상드르 해펠리

194 [스톱-모션] 사진적인 것을 위한 픽션, 크리스 마커의〈환송대〉_ 유운성
200 [화면 조정 시간] 장보윤, 발견된 사물로서의 사진 _ 윤원화?
214 [전시 셔틀]《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한국현대사진운동 1988-1999 _ 이경민 x 김현호
226 [사진집 아나토미] 2018, 사진책방 이라선의 선택 _ 김진영
247 [도킹! 2018] 너무 많아지면 다르게 보이잖아요 _ 이기원
256 [에디터스 레터] 보고 그리는 일의 체념과 각오 _ 박지수

책 속으로

언젠가 너는 엄마를 붙잡고 언니를 낳아주어서 고맙다고 얘기했어요.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진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너를 데리고 나가서 막 피기 시작한 꽃들과 사진을 찍었어요. 피어난 것보다 봉오리가 더 많았던 가지 아래서. 너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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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는 엄마를 붙잡고 언니를 낳아주어서 고맙다고 얘기했어요.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진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너를 데리고 나가서 막 피기 시작한 꽃들과 사진을 찍었어요. 피어난 것보다 봉오리가 더 많았던 가지 아래서. 너는 영원히 피지 않겠지, 그렇지만 나는 만개한 꽃보다 봉오리가 예쁘다고 늘 생각해요. 나오기 전의 하품처럼, 눈 밖으로 흐르려는 눈물처럼, 무언가 가득 비밀을 머금고 부풀어 있는 것 같아서.
- 59p 이옥토(사진가), <네가 태어났을 때를 기억해요> 중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도 백그라운드 뮤직 같은 게 있다면 좀 더 슬퍼할 수 있을까. 완벽하게 슬픔에 몰입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누군가와 이별함에 가슴 아플 때 불현듯 어제까지 내야 했던 공과금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피곤했던 나는 그와 얼마나 친했던가 고민한다. 슬픔에 좀 더 몰입해야 할 것 같은 순간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하고, 바쁘고 게으른 자신과 마주한다. 인생은 삼인칭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편집할 수 없다. 오직 일인칭의 기억만이 자기 자신의 슬픔을 편집할 수 있다. 그리고 편집된 일인칭의 장면과 상응하는 자신만의 백그라운드 뮤직 같은 것이 반복 재생된다.
- 64p 안초롱(사진가), <비타민C와 반짝반짝 할머니> 중에서

학창시절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은 20살에, ─은 30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나는 늘 그 두 사람에게 빨리 죽고 싶다고,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다고 얘기 했었다. 나는 아직 잘 살아 있다. 이제 죽기로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가늠이나 해 볼 수 있을까? 두 사람과 집에서 VHS에 녹화한 너바나(NIRVANA)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을 자주 보았었다. 가끔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 영상을 다시 볼 때마다 커트 코베인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함께 수신되지 않는 신호를 바라본다. ?
- 70p 김주원(사진가), <과거가 과거를 부르는 밤> 중에서

언젠가 한 번은 준이치를 데려온 2006년부터 매해 내가 준이치를 어떻게 돌보았는지 적어보았다. 2007년은 레스토랑에서 하루 11시간 일을 하느라, 2008년은 학교에 복학해 워크숍 작품을 만드느라, 2010년은 한 달 반 동안 여행에 가느라, 2011년은 몇 명의 애인을 사귀느라, 2013년은… 어느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나는 준이치를 잘 돌보지 못했다. (...) 이제 곧 준이치의 추정 생일인 1월 15일이 다가온다. 그날 나는 공연차 도쿄에 있을 예정이다. 올해 준이치에게 얼마나 잘해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가난하고 인생이 힘든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며 나처럼 평생 자책할 것 같다.
- 100p 이랑(가수, 영화감독), <오늘도 이 글을 쓰느라 준이치를 잘 돌보지 못했다> 중에서

가족 관계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아빠의 도착 시간이 다가오면 숨이 막혔던 나였지만, 이제 먼 곳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것은 나다. 서른 몇 살 때쯤이던가, 본가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는 데면데면했던 아빠에게 ‘한번 안아봅시다’하고 먼저 제안했던 것도 나다.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아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본가에 들어설 때와 떠날 때 꼭 아빠를 껴안는다. 오랜 세월 어색했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 104p 김하나(브랜드라이터), <가족의 거리> 중에서

성인이 되니 스스로의 치아와 머리칼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커져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일도 없어졌다. 그렇게 지내면서도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말 이외에 근황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그렇게 수십 년간 팽팽히 긴장된 관계다. 언니가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해 몰래 지켜보길래 차단했다. 너무 서운해하길래 차단을 풀었다가, 역시 부끄러워져서 다시 차단했다. 사람들이 SNS에서 하는 방식으로 나를 칭찬할 때 그녀가 내 실체를 안다는 표정으로 자주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실컷 엿보는 그녀의 계정을 나도 엿보려 했지만 비공개 계정이라 관뒀다. 팔로우하는 순간 내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게 될까 우려스러워서이기도 했다.
- 109p 김인정(광주MBC 기자), <간헐적 자매> 중에서

그녀와 마주 앉은 이래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과 섭섭함과 슬픔이 당신의 어깨를 짓눌렀다. 눈앞의 그녀가 자신의 구멍 난 양말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기도 했다. 잘 살았어야죠, 엄마. 날 버리고 갔으면 적어도 구멍 난 양말 같은 건 신으며 살지 말았어야죠. 당신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낡고 좁고 작고 낮은 방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많지 않았다. 모든 말이 구멍 난 양말처럼 초라하고 옹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저랑 같이 가요… 같이 살고 싶어요. 그 밤에 당신은 그렇게 말했다. 곁에 누운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칠 년 전의 일이었다.
- 118p 김선재(시인, 소설가), <외박〉중에서

친밀하기 때문에 더욱 어색해 보이는 가족들의 몸짓을 넋 놓고 보면서 밀가루 특유의 밍밍하고 어색한 향취를 상상했다. 하루는 노트북으로 사진을 보다가 어색한 냄새를 기어코 맡겠다는 듯 오른손을 펴서 코가 있는 쪽으로 흔들었다. 어떨 땐 가족들이 피트로프스카의 카메라 앞에서 취한 몸짓을 보면서 ‘쓰지 않는 근육’을 떠올렸다. 당신과 나는 가족을 향해 얼마나 많은 동작을 행하며 근육을 쓰고 있을까. 가족이기 때문에 모처럼 쓰지 않았던 근육으로 힘을 발휘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근육을(혹은 관절을) 쓸 의욕을 못 느낀다. 내게 가족 그리고 가족사진은 좀처럼 쓰지 않는 근육과도 같다.
- 126p 김신식(감정사회학 연구자), <쓰지 않는 근육> 중에서

어떤 특정한 시점에 멈춰 있는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을 볼 때 종종 우리는 이미 완료된 것을 기다린다고 하는 모순적인 감정에 사로잡힌다.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 나는 이미 떠나고 없을 거야’라는 문장이 담긴 편지를 썼던 이(의 미래)와 그것을 읽고 있는 이(의 과거)를 가로지르는 시간과 그것을 둘러싼 상황 모두가 하나의 시제로 이미지에 응된 것이 사진이다.
- 197p 유운성(영화평론가), <사진적인 것을 위한 픽션> 중에서

장보윤의 경우, 그의 손에 들어온 사진들은 실제로 물리적인 이동을 거쳐 그에게 당도한 하나의 말없는 사물로서 인식된다. 말이 없지만 귀신이 붙은 것처럼, 그 사물들은 표면의 이미지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수수께끼의 공간으로 작가를 불러낸다. 그것을 이미 흘러간 과거의 시간, 피사체의 알 수 없는 내면, 이미지에 기입되는 데 실패한 이야기의 빈자리, 또는 다른 무엇으로 부르든 간에, 이 공백이 작가의 몸을 움직여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 200p 윤원화(시각문화 연구자), <장보윤, 발견된 사물로서의 사진> 중에서

이것은 사실 역전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모더니즘 사진이 있고 거기에 맞서서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 나오지 않는가. 반대로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 먼저 도래하고 거기에 대한 대항으로 모더니즘 사진이 나오는 것은,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맥락과 제반 환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가 겪은 이런 과정 자체가 대단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5,60년대부터 사진적 모더니티에 대한 어떤 실천들이 존재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들이 90년대 전반부까지 이어지다가 어떤 계기로든 이론적인 구성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219p 이경민(기획자), <전시 셔틀: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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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족이라는 기이한 감각, 사랑과 그리움, 미움, 집착이 뒤섞인 어떤 감정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대략 이런 내용의 영상 작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카메라에 대고 멀리 있는 아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카메라를 든 다큐멘터리스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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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기이한 감각,
사랑과 그리움, 미움, 집착이 뒤섞인 어떤 감정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대략 이런 내용의 영상 작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카메라에 대고 멀리 있는 아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카메라를 든 다큐멘터리스트는 엄마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한 뒤 아들을 찾아 나섭니다. 갑자기 내전이 발생했고, 엄마와 아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스트는 삼엄한 경비를 피해 험난한 산간 지역을 뚫고 아들을 만나 엄마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아들은 노트북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 이미,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족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엄마와 아들이 평소에 그렇게 살가운 사이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할말이 쌓이고, 어떤 이유와 사정으로 하지 못하고, 결국 눈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은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스토크 매거진 13호 <가족, 어쩔 수 없는>은 가족 사이의 어떤 이야기와 감정을 담는 사진 작업들을 소개합니다. 여기서의 ‘가족’은 반드시 혈연을 전제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부부나 연인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니까요. 저는 길에서 주운 고양이의 엄마가 될 수 있고, 제가 물을 주는 나무의 자식일 수도 있지요. 부모와 친척을 모두 끊어낸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가족의 성립을 선언하기도 합니다. 즉 서로를 가족이라 느끼는 기묘한 감각은 사랑과 그리움, 미움, 집착 같은 것들이 뒤섞인 감정의 농도에서 나오는 듯합니다.

사진가 하시시박, 니나안, 정멜멜은 매일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는 배우자와 아기, 그리고 반려동물을 아름답게 반짝이는 스냅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자꾸만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건네는 것 같은 그들의 사진에는 가족의 빛나는 순간을 더 가까이에서, 더 많이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자칫 집착으로 눅눅할 수도 있는 그런 마음이, 그들의 사진에선 가볍게 빛나고 있습니다.

가족과 연결되려는 마음은 때로 죽음을 거듭 생각하게 합니다. 일본의 사진가 준페이 우에다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 새로 태어날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연이어 자살했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커다란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줬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남겨진 가족의 흔적과 그 의미를 더듬어봅니다.

함께 늙어감을 견디는 엄마와 딸의 일상,
아버지와 함께하는 퍼포먼스,
서로를 사랑하는 같은 성별의 사람들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가족’ 사이에 흐르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변화를 차분하게 관찰하는 다양한 사진 작업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사진가인 제임스 톨리치는 함께 늙어가는 엄마와 딸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정적이 가득 고인 그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가족이란 어느 시점부터 매 순간마다 서로의 늙어감을 견뎌야 하는 사이가 아닐까 스스로 묻게 됩니다. 그 누구도 시간을 멈출 수 없기에 가족과 함께 늙어가고 또 가족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은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미국의 스테파니 브루니아의 사진 작업은 그 당연하지만 오싹한 깨달음에서 출발합니다. 카메라로 아버지의 노화를 관찰하고,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와 함께 퍼포먼스를 벌이는 브루니아의 작업에는 어떤 불가능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당신과의 시간을 조금 더 붙잡고 싶다는.

또한 신체적 접촉으로 생겨나는 물리적, 심리적 변화에 관심을 둔 린제이 윈의 작업, 중국의 성소수자 커플을 담고 있는 린 지펑의 사진들, 자연을 배경으로 남성 신체와 동성애를 신비롭고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알렉상드리 해펠리의 인물 사진 등은 가족이라는 말의 새로운 의미와 범주에 관해서 고민하게 합니다.

1990년대 한국 사진사를 기록하는 아키비스트의 의무감,
그리고 다양하고 풍부한 읽을거리들.

위에 설명한 작업들을 포함해서 이번 <가족, 어쩔 수 없는> 특집은 모두 열한 편의 사진 작업과 아홉 편의 읽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각각 여동생과 할머니를 향한 슬프고 애틋한 시선을 읽을 수 있는 이옥토와 안초롱의 포토에세이, 길에서 만난 고양이 준이치와 함께 사는 뮤지션 이랑의 이야기, 치매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는 아들의 이야기가 독특한 인칭 전환으로 펼쳐지는 김선재의 단편 소설, 가족사진을 둘러싼 장면에 관한 단상을 적은 김신식의 글까지, 다양한 형식과 사유가 풍성하게 교차됩니다. 반려동물에서 시작해 남편과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와 동생, 연인들까지 이르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을 함께 만나기를 바랍니다.

또한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진과 영화의 접면을 읽어내는 영화평론가 유운성, 사진을 활용하는 동시대 한국 미술가들을 인터뷰하는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글 등으로 구성되는 밀도 높은 연재 코너들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 셔틀’ 코너에서는 1990년대 한국 사진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시인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을 기획한 아키비스트 이경민과의 대담을 담았습니다. 또한 ‘사진집 아나토미’에서는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김진영이 주목한 2018년의 사진책 네 권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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