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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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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쪽 | A5
ISBN-10 : 8901105365
ISBN-13 : 9788901105369
무미예찬 중고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 | 역자 최애리 | 출판사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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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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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언제구입하신겁니까?? 책이색이오래되서바래있고곰팡이핀 듯한흔적이있고이런책을상급이라고..보고싶은책인데절판되서어쩔수없이반품은안하지만기대와달라 실망입니다. 5점 만점에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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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잘 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saqi3*** 2020.06.23
90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책의 상태가 신품에 가까워 만족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DIC*** 2020.06.01
89 상태는 무난하고 좋네요 5점 만점에 5점 h3c***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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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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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 않는 감미로운 '담(淡)'의 미학! 서양에서 최고의 중국학자로 꼽히는 프랑수아 줄리앙의 『무미예찬』. 비교연구를 통해 동양과 서양이 스스로 깨닫지 못한 문화와 사유의 특징을 잡아내온 저자가, 고요함의 멋과 싱거움의 맛이 어우러진 담백한 중국 문화와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문화와 사상뿐 아니라, 예술, 문학, 사회 등을 '바깥'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내면서, 그속에서 '무미'의 울림을 발견해낸다. 분주한 삶에 갇힌 현대인이 잊고 사는 무미함의 존재와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또한 조용함과 싱거움을 부족함과 동일하게 여기는 서양의 사고에 갇힌 현대인에게는 감미로운 맛없음을 풍부하게 맛보도록 이끈다.

저자소개

저자 : 프랑수아 줄리앙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Francois Jullien은 서구에서 중국학의 일류 연구가로 손꼽히며 1951년 프랑스 앙브렝 출생으로,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1974년 교수자격(Agrege)을 취득했다. 이후 베이징 대학과 상하이 대학에서 중국학을 연구했으며(1975-77), 홍콩 주재 프랑스 중국학연구소장(1978-81), 동경 소재 프랑스-일본협회 재외연구원(1985-87)을 지냈다. 파리 제7대학 동양학부에서 극동학 연구로 동양학 박사(1978) 학위를, 그 후 문학 박사(1983)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중국학협회 회장(1988-90), 파리 국제철학대학원 원장(1995-98)을 지냈다. 현재 파리 제7대학 교수로 고대 중국사상과 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동 대학 부설 현대사상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철학 일반 특히 중국 사상(고대 중국 및 신(新)유교, 중국 고전의 문학적·미학적 개념들)과 비교문화이다. 『사물의 성향』을 비롯하여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운행과 창조』, 『역경』, 『양생술』 등 30여 권의 저서 외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루쉰), 「글읽기 또는 투사: 왕부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등 다수의 역서와 논문이 있다.

역자 : 최애리
역자 최애리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세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등에서 가르쳤고, 『연옥의 탄생』(자크 르 고프), 『중세의 지식인들』(자크 르 고프), 『중세의 결혼』(조르주 뒤비), 『중세를 찾아서』(자크 르 고프 외), 『12세기의 여인들』(조르주 뒤비), 『그라알 이야기』(크레티앵 드 트루아) 등 서양 중세사 관련 책을 다수 번역했다. 지은책으로는 서양 여성 인물 탐구서인 『길 밖에서』,『길을 찾아』등이 있다.

서양 문학을 전공하면서 동양 사상과는 상당히 멀어져 있던 터였는데도, 이 작은 책이 불러일으키는 공감에 오래 잠들어 있던 감수성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동양인이 아무리 서양 것을 공부한다 해도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에서는 여전히 동양적인 것이 많음을 실감했고, 그 막연히 동양적이라는 것의 정체를 새삼 음미해보게 되었다. _‘옮긴이의 말’에서

목차

머리말 / 8

제1장 기호의 변화 / 11
제2장 무미의 풍경 / 22
제3장 무미-초연함 / 29
제4장 중립의 의미 / 37
제5장 사회에서의 담 / 46
제6장 성격의 담백함과 평범함 / 51
제7장 여음과 여미 / 60
제8장 침묵의 음악 / 65
제9장 음의 담 / 78
제10장 문학에서의 담 / 87
제11장 담의 이데올로기 / 101
제12장 맛 너머 맛, 풍경 너머 풍경 / 111
제13장 담의 '가장자리'와 '중심' / 130
제14장 담 또는 힘 / 140
제15장 자연스러운 '초월' / 157

주석 / 165
옮긴이의 말 / 196
프랑수아 줄리앙 주요 저작 / 205
찾아보기 / 208

책 속으로

맛은 우리를 얽어매지만, 맛없음은 우리를 풀어주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를 사로잡고 몽롱하게 하며 예속시키는 반면, 후자는 우리를 외부로부터의 압력이나 감각의 흥분, 모든 허탄하고 일시적인 강렬함으로부터 해방한다. 그것은 우리를 덧없는 매혹들로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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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우리를 얽어매지만, 맛없음은 우리를 풀어주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를 사로잡고 몽롱하게 하며 예속시키는 반면, 후자는 우리를 외부로부터의 압력이나 감각의 흥분, 모든 허탄하고 일시적인 강렬함으로부터 해방한다. 그것은 우리를 덧없는 매혹들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우리를 소모시키는 그 모든 소란을 침묵케 한다. 세계의 무미함(淡)을 파악할 줄 아는 내면성은 동시에 정적과 평온을 되찾으며, 그것을 통해 그만큼 더 자유롭게 성장한다. …이것은 세상을 등지고 사는 고독한 자들만의 윤리가 아니다. 그 교훈은 우선적으로는 정치적 차원에서 가치가 있으며 사업의 경영에 관계된 것이니 말이다. _33쪽에서

“중용의 덕은 어떤 전형적 표지도 지니지 않으며 뚜렷한 ‘맛’이 없으므로 사물의 정상적인 상태와 혼동되기 마련이다. 진부한 덕이라고나 할 것이다. 그것은 가장 가치 있는 동시에 가장 흔한 것이니, 모든 것이 그것을 통해 실현되지만, 그것은 결코 눈에 뜨이지 않는다. 중용의 덕은 인간 행동이라는 견지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가장 흔한 이상, 보통 남자나 여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상이다.” _41쪽에서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합니다. 군자의 담백함은 우의를 더하게 하고, 소인의 달콤함은 우의를 끊습니다.” …담담함이야말로 일체의 의도가 배제된, 있는 그대로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진정한 순진함의 보증인 것이다. 반대로, 사회적 관습을 위시하여 문명이 부과하는 모든 거짓 가치들은 우리 안에 순전히 인위적이고 따라서 극히 부박한 욕망들을 자극한다. 소인과의 교제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그런 자극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며, 그 맛은 분명 인공적이다. _48-49쪽에서

맛의 체험도 마찬가지이다. 특별히 엄숙한 제사일수록(왕실의 조상들에게 드리는 봉헌제처럼) 제례는 극히 단순하다. 생선은 익히지 않고 탕은 간을 맞추지 않는다. 그런 단순함은 그 자체로 엄숙함의 표시일 뿐 아니라, 가장 드러나지 않는 맛 ― 간을 맞추지 않은 맛 ― 일수록 가장 풍부한 맛의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63쪽에서

각자가 사로잡혀 있는 함정에서 개인적 역할을 떨쳐버리고, 삶의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족하다. 더 이상 개인적 야심의 저편에 투영된 삶이 아니라, 세계와의 즉각적 조화 가운데 발견되는, 자연의 물과 바람뿐 아니라 사람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그야말로 ‘휴가’ 같은 삶으로 말이다. 공자도 그런 삶을 꿈꾸었음직하다. _74쪽에서

‘무미(淡)한’ 음이란 그렇듯 멀어져 가는 나직한 소리, 아주 천천히 사라져 가는 소리이다. 아직 들리기는 해도 거의 들리지 않는 그 소리는 갈수록 어렴풋해지면서, 그 너머에 있는 정적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그럴 때 우리가 듣는 것은 음의 소멸, 무차별화된 근본으로의 회귀이다. 그 잦아드는 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들리는 것으로부터 들리지 않는 것으로 차츰 나아가게 하며, 그 연속적인 이행을 감지하게 한다. 그 소리는 청각적 물질성에서 차츰 벗어나, 우리를 침묵의 문턱으로 안내한다. 모든 조화의 뿌리에 있는, 충만한 침묵으로. _78쪽에서

투명하고 냉정함은 나무의 본성에서 오는 것이니
고요함과 초연함이 인간의 마음과 잘 맞는다
여음이 이어지며 ― 모든 움직임이 그친다
음률이 그친다 가을 밤은 깊어간다.(백거이)

세상의 무수한 움직임이 그치고, 연주되는 음률마저 그친다. 여운이 잦아들면서 음은 스스로 거르고 맑아져 명상으로 이어진다. 음악과 정적의 이 틈새에서, 음의 담(淡)은 내적인 ‘심화’의 문턱 구실을 하며 밤의 발견을 부른다. _86쪽에서

…꽃잎이 떨어진다 ― 말 한 마디 없이
사람은 담담하고 초연하기가 국화꽃 같다.(사공도)

…세계는 가을, 그것도 서리 맞은 국화의 꽃잎들이 떨어지는 깊은 가을로, 한 해의 마지막 빛깔들이 지워져 가되, 이 지워짐은 스스로 물러남으로 이루어진다. 평정하고 명상적인 상태에 이른 사람은 이런 귀환의 논리를 이해하며 거기에 쓸데없는 의미나 비장한 영탄을 덧붙이기를 삼간다. 위의 두 시행을 놓고 한 주석자는 “말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 때, 맛은 한층 더 오래 간다”고 풀이했다. 모든 말은 지나침이다. 그것은 잉여를 나타내는, 무용한 동작이 될 것이다. 담(淡)에 대해 가능한 유일한 주석은 ‘할말 없음’이 될 것이다. -100쪽에서

당(唐)의 위대한 시인 두보는 젊은 시절에는 ‘화려’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평담’해졌다. 표현되기를 열망하는 새로운 힘들이 넘쳐나는 격정적인 시기가 지나면, 이런 힘들이 가라앉고 내면화되는 시기가 온다. 담(淡)이라는 것이 이처럼 차후에, 이전의 왕성함이 지양된 자리에 들어선다는 것은 그 충만함의 보증이 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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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맛­없음’ ‘담담함’의 그윽한 맛과 멋, 평정의 세계관을 음미하다! ‘속도와 자극의 문화’에 응전하는 비움과 절제, 단순함과 여운의 미학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에 비견되는 놀라운 통찰력과 직관의 중국 문화론 ‘무미’를 예찬한다.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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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음’ ‘담담함’의 그윽한 맛과 멋, 평정의 세계관을 음미하다!
‘속도와 자극의 문화’에 응전하는 비움과 절제, 단순함과 여운의 미학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에 비견되는 놀라운 통찰력과 직관의 중국 문화론


‘무미’를 예찬한다. 중국인들은 회화 . 음악 . 요리 . 시와 산문 .언어 등에서 화려한 맛과 색이 아니라 ‘맛-없음’을 더 추구할 만한 가치로 여겼다. 더 나아가 이러한 미적 감수성은 하나의 세계관으로 발효되어 담백함의 인간학 . 심리학 . 정치학 . 사회학으로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무미 예찬』은 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역설’적인 미학의 속살을 맛보고 그 같은 감수성의 바탕이 중국 사상과 문학 . 예술 . 처세관에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요리’하는 에세이이다.

‘무미’란 무엇인가? 치우침 없는 중용 혹은 중립과 균형, 초탈했으되 세상과 멀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요히 평정을 찾는 것 즉‘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 곧 무미이다. 가령 조이지 않은 악기, 간하지 않은 음식, 꽉 채우지 않은 그림, 꾸미지 않은 시구처럼 자연스런 비움으로 여백과 잠재된 것의 가치를 일깨우고 의식을 환기시키는 ‘의미심장한 미완성’. 이처럼 모든 것의 바탕이 되고 원료가 되는 근원으로서의 맛이 바로 담백한 맛, ‘무미’라 할 수 있다.

『무미 예찬』은 현대의 고전이다. 7개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철학 . 인류학 . 미학 . 중국학 등의 분야에 걸친 특별한 에세이로, 독자로 하여금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이윽고 생각하고 체험하게 만든다. 즉 무미한 음, 무미한 의미, 무미한 그림, 무미한 시의 풍부함이 그것이다. 많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무미함의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지은이는 만물의 기초 그 자체가 무미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 책을 덮으면서, 독자는 무미함을 일종의 결여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서구식 사고를 재평가하고 ‘동양인’인 자신을 되발견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중국(동양) 문화의 맛, ‘담백함’을 찾아서
짙은 것은 다하여 메말라지나
담백한 것은 점점 더 깊어진다.
- 사공도

그림보다 여백이 더 많은 동양화를 보고 서구인은 생각한다. “왜 그림을 다 그리지 않았을까?” 서구 어느 대학에서 한 줄짜리 일본 시(詩)인 하이쿠를 강의하기 시작한 교수는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언제까지 시 제목에 대해서만 강의하실 겁니까?”
‘무미(無味)’란 무엇이고 왜 그것을 예찬하는 걸까? 무미는 중국과 동양 문화에서 말하는 담(淡), 즉 담백함이라는 개념을 지칭한다. 서구 세계에서는 더 적절한 역어를 찾지 못해 fadeur(blandness, 무미, 싱거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왔던 이 개념은 우리에게는 개념이라기보다는 피부에 느껴지는 어떤 감수성과 태도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것이다. ‘맛이 담백하다’, ‘글이 담백하다’, ‘담백한 사람’ 등의 표현들에서 느껴지는 담백함의 이미지는 다분히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심심하되, 혀끝을 아주 살짝 당기는 ‘담백한 맛’은 바람직한 성향인 동시에 호감이 가는 심상이며 미각은 물론 예술과 인성, 사회에도 적용되는 유연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울림이 넘치는 ‘맛’을 서구에서는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이것이 동양 문화 전반에 스며 있는지 깨닫기 어려웠다. 『무미 예찬』은 서구인의 눈으로 애정 있게 관찰한 중국(동양)의 미학, 즉 ‘담(淡)’의 개념을 문학 ? 철학 등의 텍스트는 물론 종교와 사회사 속에서 찾아내어 독자에게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중국 문화를 통찰하여 찾아낸 구체적이고도 보편성을 띤 이 ‘윤리적 미’의 세계는 씹을수록 맛이 나는 밥맛을 닮았다.

# 물과도 같고 공기와도 같은 가장 근원적인 맛, 담(淡)의 세계를 예찬하다

인간 세상에는 맛이 있으니
그 맑음이 사랑할 만하다.
- 소동파

그렇다면 그 담(淡), 무미(無味)란 과연 무엇일까? 고대 중국의 대제사에서는 악기의 줄을 꽉 조이지 않고 소리통도 갈라진 채로 두어 탁한 소리가 나게 하고, 탕은 간하지 않고 싱겁게 두고, 날생선과 탁주를 낸다고 했다. 가장 성대하고 화려해야 할 대제사를 언뜻 보기에는 미완성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하지만, 그 속에 ‘그래도 여음(餘音)과 여미(餘味)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우리가 예찬해 마지않는 ‘여백의 미’를 생각하면 이해는 빨라진다. 동양 세계에서는 완성되어 있어 하나의 느낌만을 주는 맛보다는, 미완성되고 열려 있어 모든 이가 새로움을 느끼고 또 다른 맛으로 감각을 확장하게 하는 맛이야말로 맛 중의 맛, 맛 너머의 맛이며 가장 추구되어야 할 맛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비움으로 잠재된 가치를 일깨우고 의식을 환기시키는 생각과 표현의 여백을 예술에 있어서 무미라고 한다면, 인성과 사회에서의 무미란 유교와 도교가 강조해 온 중용 ? 중립 ? 균형 ?절제 ? 평정을 표상한다고 할 수 있다. 단맛 ? 쓴맛 ? 짠맛 ? 신맛 등 어느 맛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중심이자 가장자리에 위치한 ‘유연한 싱거움’인 담은 사람이나 사회의 성향을 편파적으로 만들지 않고 균형 있게 운용되도록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결코 세상사에서 초탈해 허무와 공허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초탈했으되 세상과 멀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요히 평정을 찾는 것. 즉 자연과 사회에 합일한 ‘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 담의 세계관이다.

# 왜 많은 현대인들은 담백한 맛, 담백한 사람, 담백한 삶을 찾는가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 장자

자극과 속도가 넘쳐나는 시대. 매체와 광고는 현란한 색채와 감각적인 문안으로 보는 이를 자극한다. 시도 때도 없는 세계화의 흐름은 하루도 심심할 새 없이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으로 현대인을 끌어당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초고속 문명의 멀미를 호소하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어떤 이들은 녹색을 찾아 걷고, 어떤 이들은 조미료 없는 가정식 맛집을 찾아다니고, 화려한 휴양지 대신 고요한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떠나기도 한다.
바로 그런 현대인에게 지금 필요한 맛(감수성)이 바로 무미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근대부터 우리를 물들여온 서구식 사고에 맛 길들여져 동양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담(淡)의 힘을 놓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조용함과 느림, 비움과 꾸미지 않음, 평범함과 가장자리가 결여가 아닌 즐길만한 가치임을 눈치 챈 독자들에게 『무미 예찬』은 현대 문화를 재평가하면서, 중국 문화(동양 문화)의 그윽하고 평안한 세계를 다시금 맛볼 수 있게 인도할 것이다.

#푸른 눈의 중국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그 섬세하고 사려깊은 철학의 행보

중국인들이 노상 말하듯이, “서로 다른 맛들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중심(또는 도道)’의 싱거움이야말로 “가장 음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음미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 프랑수아 줄리앙

‘푸른 눈을 가진 이들 중 최고의 중국학자’로 꼽히는 프랑수아 줄리앙은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던 중 자신이 속한 세계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유럽 문화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형성된 동양 세계인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의 이질성을 통해 자기 세계의 정체성을 탐구하려 한 프랑수아 줄리앙의 중국 문화 탐색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여겨 깨닫지 못한 담(淡)의 매혹을 재발견하고, ‘바깥’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내고 있다. 그러나 줄리앙의 시각은 서양의 기준으로 중국, 나아가 동양을 재단해버리는 오리엔탈리즘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중국과 서구의 사유를 단순히 비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과 세계에 대한 제3의 새로운 철학적 사유와 설명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 프랑수아 줄리앙 철학의 특징이다. 자신의 중국 연구를 ‘귀환을 위한 끊임없는 우회’라고 표현했던 그는 단순한 유럽인 동양학자가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동서양을 비교함으로써, 동서양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문화와 사유의 특징들을 잡아낼 수 있었던 치열한 비교 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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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얼마 전 굉장히 덤...

     

     

     

     

     

     

     

     

     

     

    얼마 전 굉장히 덤덤하지만, 사려깊은 한 친구가 책 한 권을 추천했었다. 무미예찬. 제목이 뭐 이렇지 하고 생각했지만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좀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에 한정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추천하는 사람의 수준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 사람의 생각들과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에.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해 준 친구를 더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책이 말하는 내용과 그 친구의 모습은 많이 닮았다.

     

    무튼 이 무미예찬이라는 책은 서양에서 권위있는 중국(동양)연구학자가 쓴 글이다. 그가 말하는 이 책의 동기는 중국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을 알면 보다 자신과 서양의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그가 중국과 동양의 문화를 연구하다가 아마 푹 빠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냈다. 무미예찬이라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어쩌면 동양인인 우리의 입장, 게다가 중국과 영향을 많이 주고받은 우리라면 이 책은 쓴 사람보다 더 쉽게 읽혀질 수도 있다. 16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다면 짧은 책이지만, 철학 책 특유의 어떤 말의 딱딱함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뿐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가 나름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이 책의 리뷰를 적기 전에 문득 떠올랐던 단상들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무미함의 가치를 통해 이 단상들을 다시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짧은 생각 첫 번째.

    에너지드링크가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유행하는 것 같고. 하긴 2011년인지 2012년인지 뉴질랜드에 나갔을 때도 콜라를 팔지 않는 곳은 있어도 에너지드링크를 팔지 않는 곳은 없더라.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전 세계 유행에는 절대 뒤쳐지기 싫어하는 우리 대한민국인만큼,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20대를 주타겟으로 에너지드링크가 광풍을 일으키며 시장이 급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긴 학기 중에는 수업일정으로, 방학 중에는 취업준비와 스펙을 쌓느라, 그리고 휴학 중에는 고시공부나 어학연수를, 운이 나빠서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기라도 하면 그 시기의 과업들과 더불어 알바까지 병행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몸이 열두개라도 남아나질 않을 우리나라 20대들이니 에너지드링크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작년 재미있는 신문 기사를 봤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에너지드링크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한데 이어 시장의 축소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주 요인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마셔대던 에너지드링크 대신에 생수를 먹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란다.

      

     

    짧은 생각 두 번째.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꼬꼬마 시절의 우리나라는 '시험점수 높은 놈이 아무래도 모든 분야에 대해서 지식도 많고, 똑똑한 놈이면 당연히 행동도 빠릿빠릿 잘 할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적 오류가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시기였다. 대학입시 점수가 그 사람의 상품등급표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 

     

    그러다가 두루두루 잘하기를 원하며 뽑았던 인재들이 둥글둥글 뭐든 그럭저럭만 해내는 수준의 인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한 분야라도 잘하면 된다는 식의 전문화, 특화 바람이 불면서 공부 중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 한가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취지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게 딱 내가 교육받던 시기의 분위기인데, 정작 사회에서는 판단기준을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여전히 성적만으로 판단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사회적으로 이런 인재들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또 설사 그런 인재들을 적극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멍텅구리가 되어서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문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 낭중지추로 튀어나온 부분은 사회생활을 통해 깎이고 깎여 결국은 예전의 둥글둥글 뭐든 그럭저럭 해내는 사람과 똑같은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런 교육 분위기마저 얼마 지속되지 않고 금방 바뀌어버렸으니 말 다했지. 실패였다.

     

    그러다가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을 위시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한 명의 창의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몇 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사회가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고 구현해낼 수 있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을 훌륭한 인재라 여기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창의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자신의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T자형 인재가 되어야한다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뭐가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하고, 잘 아는데 우리나라의 창의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다른 나라, 다른 기업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따라가는 것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줄은 모르는 나라. 부지런히 일하지만 조립하고 하청하는 일이 대부분인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이다. 우리도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짧은 생각 세 번째.

    흐리멍텅 둔하게 생겨먹은 얼굴. 길 지나가면 10분에 한번씩은 비슷한 얼굴을 마주할 것 같은 평범한 인상. 수더분한 패션감각에 멋쩍은 웃음. 하지만 나이드신 어른분들은 꼭 그런 사람에게 하는 극찬이 있다. "그 사람, 알고보면 진국이야!" 나이가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매력과 가치들이,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까? 가끔은 평범하지만 매력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짧은 생각 네 번째.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대는 뭔가 멋진 추억들로 미화가 되어있는 시간들이지만, 다시 가기는 절대 싫은 그런 곳이다. 군대가 짜증나는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경험해 본 바로는 융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었다. 물론 신속한 대처와 작전수행은 엄격한 규율과 규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융통성이 고려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힘이 안드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유두리 있고 유머러스한 고참이 인기가 많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상사든 부하든 같이 일하기 싫은 것은 물론이고, 사적인 관계이더라도 그닥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은 분명하더라도 근거와 논리가 있는 생각과 주장이라면 언제든 받아들이고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오픈 마인드의 사람들이 좋다.

     

     

    다시 돌아와서 리뷰를 써나가볼까. 

     

    문두에서 이 책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당신이 만약 동양인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울것이라 한 것은,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철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늙어서는 동쪽의 군자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던, 바로 그 군자의 나라 백성인 우리는 아마도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 철학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측컨데 그 것은 유교와 불교와 도교의 성격을 모두 가진 우리의 고유 철학인 풍류도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어찌되었던 이 책의 요지인 무미의 가치. 그러니까 무無맛인 것이 맛있음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구별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아, 이 물 맛 좋다." 라는 소리를 듣고 살고 있으니까. 늘 보이는 확신한 증거대로 구분짓고 정의하는 문화에 익숙한, 그래서 큰 개념은 작은 개념으로 세분화하는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작은 것을 포괄하는 보다 큰 개념을 추구하는 이 문화가 얼마나 낯설고 충격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미함이란 담淡과 같은 의미이다. 이 담이라는 문자의 뜻을 찾아보면, 맑다. 엷다. 싱겁다. 담백하다. 어렴풋하다... 뭐 대체적으로 이런 뜻인데,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과 동양의 철학과 생활(색, 맛, 성격, 그림, 음악)에는 모두 공통적인 무미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림으로 치면 여백의 미, 음악으로 치면 음과 음 사이의 여음, 맛으로 치면 담백함 그런 것.

     

    이 것들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우리는 단순히 이성으로 대표되는 시각적 가치(눈)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설마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상상하고 채워넣고 탐구하는, 즉 자신의 영역대로 해석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을 비평하는 최신 방법에 '대치주의'라는 것(쉽게 말해서 텍스트의 가치는 작가의 의도 반, 독자의 해석 반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여백을 통해서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가치로 여긴 조상들은 참 똑똑하다 할 수 있겠다.

     

    철학적인 담론을 계속 이어나가면 얉은 내 지식이 금방 탄로날 것 같은 마음에 구체적인 내용은 각설하고, 짧은 생각들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얻은 관점으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대신해볼까 한다. 먼저 첫 번째 에너지드링크 감소 현상. 사실 물리적으로 피로감을 없애주는 것, 그래서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드링크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너지드링크에서 생수로 유턴하는 소비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건강을 생각해서도 크겠지만, 금방 질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담백함과 무미를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 질리지 않고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두 번째, 창의력 부족현상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안타깝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중국이 지재권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복제나 이용을 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가장 창의적인 국가가 우리나라나 중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무미의 핵심은 없는 것이 아닌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을 규정지어 사고의 확장을 하지못하게 막아버리는 서구의 문화에 오히려 우리가 더 과도하게 익숙해진 것이 창의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요즘 '융합'의 의미를 묻는 광고가 많이 나오곤 하는데, 사실 이 융합이야말로 창의적이 되는 출발점이다. 즉 기존의 것에서 상상력을 조금만 부여해서 가치를 더하면 새로움이 되는 것이지, 완전한 새로움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무조건 정답을 정해두고 다른 생각들을 묵살하는 분위기를 버리고, 틀린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자가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군자의 핵심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그러한 조화와 균형은 다양성의 인정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그런 열린 마음을 포괄하는 '중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중용이라는게 '적당히'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하는데, 사실 어느쪽에도 치우침 없이 적당한 정도를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공자가 추구한 중용이라는 것은, 어느 것에도 치우침 없이 왔다리 갔다리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한 것이 아닐까?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항상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치우치지 않게 끊임없이 정진하는 태도야 말로 유교가 말하는 것이니까. 그런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 태도를 가지고 사는 이의 궤적은 결국 하나의 진국을 만든다. 그만큼 아우라 같은 것이 풍겨져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다혈질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고, 그게 잘난 것인 줄 알고 살아온 시간이 꽤 되었으니까. 다행히 긴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연습은 꽤 해오고 있는 편이긴 한데,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철학적인 내용이라 쓰는 리뷰도 좀 어렵긴 하지만, 아주 두꺼워서 못 읽을 책은 아니니 우리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읽으셔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독선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어떤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즐겨하시는 분에게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입에서 나가면 도는 싱겁고 맛이 없어진다 - 노자

    선인의 도는 싱겁지만 싫증이 나지 않는다 - 중용

     

    무미라는 것은 매우 간편한 모티프이다. (중략) 그것은 단지, 우리 판단력 가운데서, 또 다른 길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없어 보였던 것이 보다시피 가장 풍요로운 다양성을, 가장 원대한 전개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미는 결코 완결되지 않으며, 항상 열려 있다. (중략) 무미함이란 은미하면서도 아주 구체적인 것이다. - p.12, 20, 21

     

    화가는 평생동안 거의 같은 풍경만을 그렸다. 하지만 그것도 딱히 그런 모티프에 애착을 느껴서라기보다는 그 모든 모티프들에 대한, 모든 가능한 동기화들에 대한, 내적인 초연함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아무런 구속없는 세상, 끝없는 만남과 즐거움에 맡겨진 세상에서 살았다. 그가 그린 풍경의 무미함은 그러므로 단순히 심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지혜의 표현이니, 무미한 삶이야말로 그의 이상이었던 것이다. - p.25, 28

     

    모든 맛은 구미를 당기는 동시에 기만적이다. 그것은 지나는 이의 걸음을 "멈춰 세우고" 그를 "유혹" 하지만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에 불과하며, 마치 악기에서 울려나는 음률과도 같이 들리는 동시에 사라져버린다. 이런 피상적 자극들과는 반대로, 우리는 이제 "다함이 없는"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을 권유받는다. 결코 구체적인 발현으로 한정되지 않고 감각에 의해 완전히 파악되지도 않으며, 모든 특정한 현실화를 넘어 풍요로운 잠재성으로 남는다. - p.31

     

    사물들 가운데서 체험되는 무미함에 대응하는 것이 내적인 초탈함의 기량이다. 중국어로는 담淡 이라는 동일한 단어가 주체와 객체의 구별 없이 그 두 가지를 모두 가리킨다는 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p.33

     

    가령,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르던 것을 상기해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느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밖에 던져져 사람들의 발에 밟힐 따름이다(마테복음 5장 13절)" 신성한 양념으로서의 소금은 차별 또는 선명한 대립의 기호이다. '언약의 소금'이라든가 '소금의 언약'이라는 말도 그 썩지 않는다는 고귀한 성질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담淡의 세계에서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어떤 소명이나 전언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무미함이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적극적이고 완전한 특징이다. - p.36

     

    고대 중국 사상이 현실에 접근하는 관점은 진실로 '존재'하며 결코 변하지 않는 것(물자체, 이데아)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내재하며 생성에 그 변전의 논리를 부여하는 일관성을 묻는 것이다. 그 기량 덕분에 세계는 계속하여 갱신되며 생명은 부단히 펼쳐진다. (중략) 유가의 선비들이 보기에, 자연이 순환을 계속하고 그 풍요로움을 고갈시키지 않고 전파하는 것이나 군자의 덕이 꾸준히 행사되어 만물에 부단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늘도 군자도 자신의 도정道程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이다. - p.39

     

    중용의 덕은 인간 행동이라는 경지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가장 흔한 이상, 필남필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상이다. - p.41

     

    '단순함'과 '평범함'은 진정성의 보장이다. 강하게 유혹하는 힘이 닳아 없어질 맛과는 반대로, 군자의 '담백함'은 결코 싫증이 나지 않는다. (중략) 만일 담백함이 도道의 맛, 유일하게 가능한 맛이라면, 그것은 체념이나 환멸에 의해서가 아니라, 담백함이야말로 근본의 맛, 사물의 가장 진정한 '뿌리'의 맛이기 때문이다. - p.43

     

    어느 가 나라 사람이 망해가는 자기 나라를 떠나면서, 천금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에게 옥은 이익으로 결합된 것이지만, 아기는 하늘로 맺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으로 결합된 사람들은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면 서로 버리지만, 같은 불운 가운데서도 하늘로 맺어진 사람들은 한층 더 가까워진다. 왜냐하면 이해관계로 결합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결합을 깨뜨릴 이유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합니다. 군자의 담백함은 우의를 더하게 하고, 소인의 달콤함은 우의를 끊습니다" 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48

     

    대체로 사람의 재질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것은 균형과 조화이다. 그런데 성격이 균형 잡히고 조화롭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범하고 담백하며 아무런 맛이 없어야 한다. 그런 성격은 다섯가지 기량을 어울려 어떤 경우에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 p.52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음악은 가장 강렬한 음악이 아니다. 강렬한 음이 우리의 감각을 완전히 장악하는 감각적 현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포만감을 주어 더 기대할 것이 없게 만든다. 따라서 최고의 음악은 여음에 가깝다. 여음과 마찬가지로 맛의 여운, 즉 유미는 다함이 없는 잠재적 가치를 환기하며, 실제로 맛볼 수 없는 만큼 한층 더 바람직한 어떤 것이 된다. - p.62, 63

     

    일반적으로 중국 비평은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며 분석적 인식이라는 경지에서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문학을 논하는 것은 가치라는 입장에서, 좀 더 잘 감상하기 위해, 양극성이나 친근성의 망에 비추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 p.96

     

    짙은 것은 다하여 메말라지나

    담백한 것은 점점 더 깊어진다.

     

    예스런 차이에서 나오는 정신은

    담담하여 담을 수 없다.

     

    꽃잎이 떨어진다 말 한마디 없이.

    사람은 담담하고 초연하기가 국화꽃 같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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