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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자라날 때(문학동네 청소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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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쪽 | A5
ISBN-10 : 8954609635
ISBN-13 : 9788954609630
손톱이 자라날 때(문학동네 청소년 4) 중고
저자 방미진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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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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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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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자의식과 공포가 절묘하게 결합된 청소년 단편소설집 사춘기의 불안한 자의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날카롭게 그려낸 청소년 단편소설집 『손톱이 자라날 때』. 제 안의 주체할 수 없는 열기로 불안해하는 십대의 자의식과 공포가 절묘하게 결합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국내 창작동화로는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은 <금이 간 거울>의 작가, 방미진이 이번에는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이 두렵기만 한 청소년의 내면을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의 언어로 그려낸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청소년저작및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방미진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내밀한 마음을 쩌릿한 긴장과 공포를 주는 방식으로 풀어낸 『금이 간 거울』은 국내 창작동화로는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았다. 그 밖에 동화책 『형제가 간다』, 그림책 『비닐봉지풀』을 펴냈다.

목차

하얀 벽
난 네가 되고
붉은 곰팡이
손톱이 자라날 때
고누다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젊은 작가 방미진이 펼쳐 내는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 2006년 출간되자마자 국내 창작동화로는 최초로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으며 어린이문학계에 큰 자극을 주었던 『금이 간 거울』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이의 내밀한 속마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젊은 작가 방미진이 펼쳐 내는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
2006년 출간되자마자 국내 창작동화로는 최초로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으며 어린이문학계에 큰 자극을 주었던 『금이 간 거울』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이의 내밀한 속마음과 두려움을 쩌릿한 긴장과 공포로 풀어냄으로써 뚜렷한 색깔을 드러낸 작가 방미진이 이번에는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이 두렵기만 한 청소년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손톱이 자라날 때』는 자신에 대한 질문과 의심 또는 과도한 자존감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쉬이 상처를 내고 마는 청소년을 작가 특유의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의 언어로 그려낸 독특한 작품집이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사람들이 두렵기만 한 청소년기는 그 자체로 호러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십대들은 자기가 왜 힘든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작은 일에도 쉽게 깔깔거리는 그들이지만 혼자 있을 때면 지금의 이 시간들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길고 어두운 터널로만 느끼곤 하는 외로운 존재들이다. 특히 십대에게 교실이란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면서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이상한 공간이다. 수업 시간 문득 고개를 들어 교실을 한번 둘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똑같은 옷차림에 똑같은 마음으로 앉아 있는 듯해도 모두가 각각 다른 악몽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경한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작가는 청소년 시절, 교실이 ‘거대한 호러 상황’이었음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그곳에는 수많은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벽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 무엇보다 ‘내가 나’인 것에 대한 공포…….
물론 교실 밖에서도 일상의 공포는 이들을 기다린다. 어른들이 쉽게 “그때가 좋은 때다, 두고 보면 알게 돼.”라고 말하는 것은 청소년에게는 생활을 끌어갈 책임이 없고 따라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도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삶은 무겁다. 가난만을 놓고 보자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등을 찍어 누르는 가난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들에게 가난함과 부유함은 자신의 삶 전체를 흔드는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십대의 불안한 자의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날카롭게 그려낸 다섯 편의 이야기
「하얀 벽」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완벽히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다. 함께 공부하고 수다도 떨었건만 선생님도, 아이들도 애초에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잊혀진 아이는 교실의 하얀 벽으로 스민다. 벽으로 스며들어 벽이 되고 만 아이는 한때는 친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자신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자꾸만 말을 건넨다. 자기에게 말을 건네는 하얀 벽이 누구였는지 떠올린 순간, 친구는 물렁하고 축축한 벽이 등 뒤로 바짝 다가와 어깨로 흘러내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난 네가 되고」의 지영이는 매사에 자신을 능가하던 쌍둥이 언니 주영이가 사고로 죽자, 주영이가 되어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사고로 부모님까지 함께 잃었지만 지영이는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주영이가 되기 위한 가련한 연극에 빠져든다. 주영이의 교실에 걸어 들어가 주영이처럼 공부하고, 주영이의 친구들과 주영이처럼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늘 주영이가 갖고 있던 것만을 눈여겨보던 지영이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영이는 여전히 참견하고 비웃고 무시하는 주영이의 존재를 떨쳐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연기가 완벽하게 펼쳐질수록 죽은 것은 주영이가 아니라 결국 자신임을 깨닫는다.

표제작 「손톱이 자라날 때」는 이제 막 청소년 시기에 접어든 여중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폭발하는 장면을 그린다. 이들의 교실에선 누군가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누군가는 집안이 부자라서, 누군가는 부모님이 극성스러워서 존재감을 얻는다. 이런 아이들 틈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고자 손톱을 기르는 아이가 있다. 누군가 자기 말을 자르면 주눅이 들고, 큰 소리로 이름이 불리기만 해도 더럭 겁이 나곤 했던 아이는 길게 자란 손톱을 드러내 보이면서 ‘나 여기 있다’라는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손톱을 길러 존재감을 획득한 아이는 ‘잘 나가는’ 패거리 틈에 끼어 괴롭히고 짓밟을 아이를 물색한다. 착할 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낸 적까지 있는 아이라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열이 오르고 아려 와도 자르지 못하던 손톱을 치켜들던 아이가 문득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는다. 당황한 아이의 눈에 온통 일그러진 교실이 들어온다. 기울어진 바닥, 내려앉은 천장, 휘어진 벽, 그리고 아이들.

나는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쿡.”
누군가 웃었다. 눈이 다섯 개나 달린 아이였다. 원래는 누구였지? 뒤에 앉은 아이가 연체동물처럼 길 팔을 뻗어 그 애에게 주의를 줬다. 마치, 연극 중간에 웃음이 터져 버린 친구를 쿡 찌르며 ‘야, 웃으면 어떡해.’ 하는 것처럼. 잠깐 동안 큭큭대던 그 애들이 다시 심각한 얼굴로 표정을 바꿨다.
나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긴장한 것 같아 보이는, 두려운 것 같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두려운 걸까? 속으론 반쯤 드러누워 드라마를 감상하듯 나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p166)

작가는 아이도, 아이가 낀 패거리도, 그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한 편의 역할극을 하고 있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여자 중학교 교실의 살벌한 일면을 희화하고 있다.

「붉은 곰팡이」는 더럽고 누추한 살림살이를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쥐’와 빠져나갈 수도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가난이라는 ‘덫’, 그리고 가난과 이별하려 할 때 비로소 그 가난조차도 ‘꽃’처럼 아름답게 기억하려 하는 빈곤층의 모습을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생활고에 몰려 지하방으로 찾아든 식구들은 지하방에서 거대한 생명체를 만난다. 살아 꿈틀거리면서 시시각각 식구들을 옥죄어 오는 붉은 곰팡이가 그것이다. 아빠는 올가미 같은 가난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고 엄마는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채 굶주린 동물처럼 눈빛만이 형형해진다. 그런 식구들을 바라보는 ‘나’는 닦아도 닦아도 붉게 피어나는 곰팡이 같은 가난 앞에서 “그래. 곰팡이처럼 살아.” 하고 읊조린다.

「고누다」는 영리한 이야기다. 손가락을 겨누면 목표물이 세포 분열을 하듯 두 개가 되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고누다. 순식간에 같은 자리에서 진짜와 가짜가 생겨나고 하나는 다른 하나에게 먹혀 사라진다. 반드시 입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에만 적용되는 이 능력을 고누다는 거침없이 사용한다. 예쁜 고양이를 봤을 때, 인기가 많지만 가식적인 녀석들을 볼 때, 또는 그냥 재미로, 고누다는 거침없이 겨누고 “빵!” 하고 외친다. 그러나 가짜 보라2를 만들어 낸 것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보라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였다. 고누다는 친구가 되기 위해 가짜를 만들어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고누다는 보라2를 집 안에 들인 후로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커다란 비밀을 맞닥뜨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겨누고 “빵” 하고 외친 고누다는 결국 ‘나는 진짜일까. 가짜일까.’라는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어떤 공간도 영원히 ‘나’를 가둘 수는 없다
방미진은 ‘작가의 말’에서 세상에는 이상한 공간들이 있다면서 그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집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직장일 수도, 학교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은 학교에 있는 꿈을 종종 꾼다고 고백한다.
“그 교실에서 나는 지영이가 아닌 주영이로만 남는 꿈을 꾸었고, 내 손톱이 길게 자라나는 환영을 보았으며, 하얀 벽이 되어 귀신처럼 존재했다. 이따금 위험한 감정에 휘말릴 때면 고누다가 되어 모두를 겨누고 있기도 했다. 다행히 어떤 공간도 영원히 나를 가두지는 못했다. 나는 교실을 나왔고, 지하방을 나왔다. 하지만 아마 이상한 공간들은 계속해서 형태를 바꿔 가며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미진은 청소년 시기를 하나의 공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낯설고 힘겹고 공포스러워도 언젠가는 다른 공간을 찾아 떠나게 될, 잠시 머물렀다 지나가는 한 공간 말이다. 그렇기에 「손톱이 자라날 때」의 기괴한 교실 안 풍경은 한바탕 우스꽝스러운 연극으로 느껴지고, 진저리치게 지겨웠던 붉은 곰팡이는 지하방을 떠나는 순간에는 꽃으로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사실 이상한 공간이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저 존재할 뿐, 어떤 악의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공간도 누군가를 영원히 가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순간순간 소름이 돋게 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힘겨워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래, 나만 힘들고 무서운 건 아니야’라는 적잖은 위무를 주는 것이다.

어릴 때 제가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귀신 이야기. 죽은 자들이 산 사람을 항상 쳐다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주위가 아주 조용해졌지요. 불길해 꺼려지면서도 자꾸만 기대되는 공포.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빨리 뛰었던 걸 보면 분명 몸에 좋은 공포였던 것 같습니다.
『손톱이 자라날 때』는 으스스한 책입니다. 뼈와 살이 자라는 열기를 어쩌지 못해 제 안에 서늘함을 들이다, 결국 오싹해지고야 마는 청소년들의 초상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벽 때문에, 집안을 집어삼킨 곰팡이 때문에, 누군가 할퀴고 싶어 미치겠는 손톱 때문에. 엄마 때문에, 친구 때문에, 돈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나쁜 상황을 견뎌 냅니다. 스스로 섬뜩한 사람이 되는 식으로요.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자기가 진짜 두려워한 건 가난도 왕따도 아닌 '내가 나'라는 사실이었다는 걸요.
바야흐로 사춘기. 이제 무서운 이야기를 읽을 시간입니다. 기괴하고 아찔한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간 얼비쳐 있습니다. 귀신이 무서운 건 사람과 닮았기 때문인 것처럼요. 그러니 책장을 열고 서늘함 속으로 들어오세요. 어둠과 만나세요. 잘 놀라야 잘 자랄 수 있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_ 김애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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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일이 있어서 이 책을 들고 갔다. 1년 전부터 책꽂이에 꽂힌 채 읽기를 미뤄오던 책이다....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일이 있어서 이 책을 들고 갔다. 1년 전부터 책꽂이에 꽂힌 채 읽기를 미뤄오던 책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안 읽은 것이 아니라 업무가 밀려서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오늘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청소년 성장소설이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될 듯했다. ‘손톱이 자라날 때’란 제목과 소녀가 앉아 있는 표지그림으로 보아서 사춘기 소녀가 성장하면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닥치는 일상을 담은 성장소설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교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내게 참고자료가 되리라고 본 것이다.

    둘째,
    책의 분량이 적당했다. 작은 판형에 219쪽 정도니 왕복 3시간의 버스에서 읽기에는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내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다룬 성장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마치 공포물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 긴장되었다. 그러나 40쪽 내외의 중편 5편이니 그리 지루하게 읽지는 않았다. 수월하게 읽었으니 반은 맞은 것이다.

    이 책에는 「하얀벽」, 「난 네가 되고」, 「붉은 곰팡이」,「손톱이 자라날 때」, 「고누다」의 5편이 실려 있다. 5편 모두 무거운 분위기이다. 학교의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이 2편, 교통사고로 가족을 읽은 쌍둥이 소녀가 언니와 바뀐 삶을 살려고 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 문제,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으로 인해 빈곤에 허덕이며 무너지는 가족의 갈등처럼 가족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2편이다.

    내가 교사라서일까? 왕따를 하고 당하는 여학생들을 다룬 「하얀벽」과 「손톱이 자라날 때」가 인상에 남았다. 두 작품 모두 평범한 학생이 친구를 왕따시키는 가해자가 되고, 결국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환상적인 추리물 형식으로 전개되는 「하얀벽」을 전율 속에 읽었다. 이 작품은 약간은 공주병 증세가 있는 여학생 조민희를 화자로 하는 1인칭 소설이다. 그녀는 첫 친구인 기주를 왕따를 놓아서 결국은 전학을 가게 한다. 그렇다고 함께 기주를 괴롭리며 몰려다니는 친구들이 우정이 돈독한 것도 아니다. 그녀들은 서로를 질시하며 불신하고 있다.

    그러던 중 민희의 책상에는 매일같이 누군가가 보내는 저주의 편지가 배달이 된다. 민희는 점점 공포를 느끼게 된다. 범인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이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 번째 작품인 「손톱이 자라날 때」도 비슷한 주제이다.

    왕따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게 해 준 책이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각급학교 도서관에 비치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왕따의 가해자는 성찰의 자료가 되고, 피해자는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로서 부끄러운 점을 하나 고백하겠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벽처럼 말없는 친구, 힘겹게 학교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니 나도 그렇게 벽처럼 생활했던 시절이 있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담임을 하는 교실에도 그런 학생이 있었던 듯하다. 그것을 막지 못한 무능함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통해 생각지 않은 성과를 얻은 책이었다. 이런 망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
  • 손톱은 누구에게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자라는 것이다. 보다 더 여자를 상징하고 있고 손톱이 자란나는 것은 예민함과 까탈스러...
    손톱은 누구에게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자라는 것이다.
    보다 더 여자를 상징하고 있고 손톱이 자란나는 것은 예민함과 까탈스러움,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방미진 작가의 소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청소년 문학에서 보기 드문
    미스터리 호러를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다.
    손톱을 세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은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섬뜩한 묘사와 더불어 책을 다 읽은 후 가지는 불편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기에 가지는 생각과 행동들을 철저히 파헤쳐 그들의 심리를 난절하게
    보여주는 것 또한 독자들이 놀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마치 붉은 곰팡이가 피어나 집 전체를 뒤덮어버리듯
    결코 거부할 수 없이 독자들의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곰팡이가 될 것이다.
     
    하얀 벽, 난 네가 되고, 붉은 곰팡이, 손톱이 자라날 때, 고누다
    이 다섯 단편 중에서 작가가 공통적인 소재를 삼고 있는 것은 외로움이다.
    이 외로움은 서정성과 감수성을 가진 단순한 외로움이기 보다는 처절함과
    잔혹성이 가미된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은 자신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전염시켜 자신의 외로움을 전이시키고 있다.
     
    자신보다 잘난 능력을 가진 반 친구에 대한 질투, 부모님에 대한 불만, 따돌림,
    가난, 외로움, 이 속에서 피어나는 증오심과 불안적 심리가 탁월하게 나타난 작품이며
    묘사 하나하나가 공포를 느낄 정도로 섬세하고 섬뜩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섯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다.
     
    방미진 작가의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은 모두 빛과 어둠, 양면성을 가진
    인간의 본성에 대비했을 때 철저히 어둠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들키지않게
    자신의 마음 속에서 손톱을 세우고 미움의 대상에게 달려든다. 고누다의 경우를 제외하고
    실체적인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 그들은 충분히 상대를 죽이고 있다.
     
    하얀 벽이 되어 존재가 사라지기도 하고, 부러움의 대상인 상대가 되려고 자신을 닮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따돌림의 대상이 결국 자신에게
    똑같이 되돌아오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하나의 인물을 복제하여 둘이 되게
    만들지만 자신마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자아가 완성되지않은 청소년기때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친구의 문제이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쉴 새 없이 고민을 한다.
    자신보다 잘난 것은 용서하지 못하고 하얀벽의 조민희처럼 친구의 매력을 단점으로
    만들어 버려 놀리기도 하고 겉으로는 친구인 척하며 사실은 친구를 비방하는 쪽지의
    주인공인 희진이처럼 되기도 한다.
    자신보다 약한 친구에게서 돈을 빼앗고 얼굴을 할퀴기도 하고 때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자신과 비교되는 자매 혹은 형제가 혹은 부모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 추악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걸어가고 있고 이 선을 넘기도 한다.
     
    인물들의 이러한 생각 속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희망과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절벽의 낭떠지로 떨어지는 그들의 돌파구가 과연 있기나할까.
    자신마저 하얀벽이 되고,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고, 몸에서 피어난 붉은 곰팡이가 사라지지
    않은 채 곰팡이처럼 살 수 밖에 없는 이들.
    약해보이기 싫어 기른 자신의 손톱이 결국 부러져 피가 뚝뚝흐르고 가족이 모두 가짜가 되버린
    현실에 놓이고 자신마저 가짜가 되 버린 그들.
     
    그들이 가진 극한 외로움에 동정 혹은 구원의 손을 뻗기도 전에 그들은 닿을 수 없는
    존재 자체가 되고 만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까.
     
    아름다움으로 꾸며진 성장소설을 거부하고 성장과정을 거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잔혹한 동화처럼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독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라는 책 소...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독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라는 책 소개에 맞게 음습한 느낌만 느꼈을 뿐이였다. 
    거꾸로 말하자면,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를 선보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가 독자인 나에게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그저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의 편독 습관과는 맞지 않았을 뿐이고, 저자의 의도와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잘 전달 되었다는 점을 구지 밝히고 넘어가야 겠다. 책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요즘 청소년들 중 하루에도 극과 극의 심적인 변화를 느끼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미흡하여 잘 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서 종종 접하게 된다. 그것이 잘 못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볼 때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하고 두렵다. 이 책에는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 간혹 뉴스에서 접하는 섬뜩하고 무서운 아이들이 모습이 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책 주인공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은 결코 아니다. 단지 불안한 그들의 심리 상태를 담아냈었고, 그 불안함이 음습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얀 벽><난 네가 되고><붉은 곰팡이><손톱이 자라날 때><고누다>의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불안했던 십대였을 때의 내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무엇이 걱정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 시기가 곰팡이처럼 눅눅하고 음습하게 묘사되고 있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곰팡이처럼 이 책은 그렇게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에게 ’두려움’은 알 수 없는 미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진 기분일 것이다. 
    요즘 십대의 아이들에게 ’친구’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집단 따돌림이 극성인 요즘은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부분은 또다른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얀 벽><손톱이 자라날 때>는 그런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감이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 십대들이 불안한 자의식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을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나 역시도 그런 과도기를 겪어왔으며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십대의 아이들도 공감을 느낄 것이며, 나 뿐만 아니라 십대의 많은 아이들이 이런 불안함과 공포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그로 인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청소년 문학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망을 보고 싶다.
    다섯 편의 결말은 끝나지 않는 공포로 맺어진다. 십대들에게 그것이 더 공포스럽지는 않을까?
    지금의 불안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좌절감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는 그것이 더 공포스럽고 두려울 뿐이다. 어쩌면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습함에 가려진 깊은 속내를 내가 들춰내지 못한 무지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칠 수 없으면............"
    "곰팡이처럼 살아."

    곰팡이는 우스울 정도로 쉽게 닦여 나간다. 뿌리를 잃고 흩날린다. 하지만 금세 다리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기가 질리도록 질기고 질기에.

    그래.
    곰팡이처럼 살아.
    (본문 132,133p)
  •   곰팡이, 라고 발음하면 꾸물거리는 애벌레를 생각한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느린 애벌레, 그러나 잠깐 한눈팔다 보면...
     

    곰팡이, 라고 발음하면 꾸물거리는 애벌레를 생각한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느린 애벌레, 그러나 잠깐 한눈팔다 보면 놀라워라, 어느새 멀리 퍼져 있다. 신접살림을 차린 곳은 상도동 반지하 셋방이었다. 눅눅한 아침 끕끕한 몸을 일으키면 색 바랜 벽지의 면적이 넓어져 있다. 식민지 피정복자처럼 어쩔 줄 모르고 멀건 눈으로 곰팡이의 횡포를 견뎌야 했다. 허지만 지하 전세방일망정 우리를 좀슬지 않게 하는 것이 존재했으니 신접살림에 어울리는 젊음과 사랑이었다. 그런데 젊음과 사랑이 없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끔찍한 공간, 방미진이 이번 소설집에 다루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방미진은 우리나라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를 쓴 작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의 특장점이 잘 드러난다. 흐물흐물 녹는 벽, 좁아지는 벽, 곰팡이로 가득한 벽. 벽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청소년의 모습은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하거니와 오늘날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한다.


    벽이 갑자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벽은 물렁물렁한 밀가루 반죽처럼 흘러내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듯이, 내 등 뒤로 다가왔다. 흘러내린 벽이 발꿈치에 닿았다. 벽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벽에 닿은 살갗이 아파 왔다.

    나는 발을 앞으로 질질 끌어 벽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질퍽한 벽은 계속 흘러내려 내 발꿈치를 따라왔다. 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 「하얀 벽」, 46쪽


    불길한 예감에 손을 뻗자, 벽 같은 게 만져졌다. 축축하고 차갑다. 정신없이 사방을 더듬어 보지만, 손바닥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되돌아온다. 탁. 탁. 탁. 앞도, 옆도, 뒤도, 모두 막혀 있다. 그리고 점점 더 좁아진다.

    나를 둘러싼 공간이 점점 더 좁아진다. 숨 막혀!

    - 「난 네가 되고」, 74쪽


    벽 아래쪽, 바닥과 맞닿은 곳에서부터 벽지가 누렇게 젖어 들더니, 곰팡이가 검은 연기처럼 피어났다. 엄마는 얼른 걸레를 들고 시커먼 곰팡이를 닦아 냈다. 곰팡이는 부스스 가루를 날리며 닦여 나갔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곰팡이는 그 자리에 다시 피어 있었다.

    - 「붉은 곰팡이」, 97쪽


    「하얀 벽」은 길거리를 지나면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만큼 예쁜 중학교 2학년 조민희가 주인공이다. 기주를 왕따 시켜 사라지게 한 뒤 단짝 희진이한테 재수 없다거나 사라져 버려야 한다는 편지를 받는다. 희진이마저 떠나면 아무도 없게 되는 상황. 그때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벽 같았던 아이. 벽처럼 자기의 얘기를 들어주기만 했던 아이. 벽이 된 그 아이가 이제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며 달려든다. 「난 네가 되고」는 쌍둥이 지영이가 주인공이다. 자동차 사고로 엄마, 아빠, 쌍둥이 주영이까지 죽게 되자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아 주영이가 되어 살아간다. 그렇지만 죽은 주영이가 얼쩡거리고, 주영이가 아니라 지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친구들은 모르는 척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던 지영이 자신은 점점 사라져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붉은 곰팡이」 무력한 아빠, 지쳐 광기가 번뜩이는 엄마, 말을 잃어가는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나’가 지하방에서 겪는 이야기다.


    「손톱이 자라날 때」는 직접 벽을 다루고 있지 않지만 벽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들 자기보다 약하고 못난 아이를 무시하는 교실. 잘나고 강해야만 한다. 그런데 잘난 아이가 되는 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손톱을 기르는 것. 유지는 친구들과 함께 선주를 따돌리고 선주가 전학을 가자 이번에는 아람이를 먹잇감으로 고른다. 하지만 유지의 긴 손톱은 결국 자신도 할퀴는 무기가 된다. 「고누다」는 복제 능력이 있는 ‘고누다’가 주인공이다. 복제 능력이라고 해야 딱 하나만 만들 수 있다. 복제하는 것은 간단하다. 두 번째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겨누며 ‘둘’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고누다는 친구가 되고 싶은 보라의 가짜를 만든다. 그렇지만 보라와 가까워지기는커녕 가짜 보라가 진짜 보라를 잡아먹고,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누다 자신마저 가짜에게 잡아먹히니 세상은 온통 가짜다.


    그 동안 우리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집단따돌림을 다룬 작품은 많았다. 대부분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약자의 아픔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반해 「손톱이 자라날 때」는 집단따돌림을 가하는 자의 시선이다. 강해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집단따돌림을 하는 가해자의 시선. 하지만 가해자도 결국은 집단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약자일 따름이다. 집단따돌림에서는 누구나 약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누다」 역시 가짜를 만들어 결국 가짜에게 잡아먹히는 인물을 그리고 있으니 나 너 구별 없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방미진은 벽, 손톱, 복제 능력 등을 통해 모두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공포스럽게 드러낸다. 어떤 경우라도 희망의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현실이 그 만큼 팍팍하다는 현실 인식 때문일 것이다.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아주 무력해 보이지만 어쩌면 무력한 대응에서 희망의 싹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감정을 억누르며 조용히 말했다.

    “곰팡이처럼 살아.”

    곰팡이는 우스울 정도로 쉽게 닦여 나간다. 뿌리를 잃고 흩날린다. 하지만 금세 다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기가 질리도록 질기고 질기게.

    곰팡이처럼 살아.

    목 안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심장이 세차게 뛴다. 내 몸 안에 핀 커다랗고 붉은 곰팡이가 펄떡펄떡 세차게 뛴다.

    엄마가 가라앉듯 의자에 몸을 기댄다. 번들거리던 눈빛이 잠잠해진다. 엄마가 희미하게 웃는다. 광기가 드리운, 석은 내가 풍기는 비웃음이 아닌, 희미한 미소다. 온몸을 긁어 대던 동생이 어느새 장난감에 정신을 팔고 놀고 있다. 아빠가 묵묵히 차를 몬다. 차가 달린다. 길게 뻗은 좁은 길이 보인다.

    그래.

    곰팡이처럼 살아.

    - 「붉은 곰팡이」, 132 - 133쪽

  • 내 안의 나를 만나다.. | yd**34 | 2010.04.3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한국간행물 윤리 위원회 '2009 청소년 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당선작이라고 한다. 요즘은 판타지가 많이 뜨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간행물 윤리 위원회 '2009 청소년 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당선작이라고 한다. 요즘은 판타지가 많이 뜨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판타지가 크게 각광을 받고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판타지는 거의 보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판타지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주 매력을 풍기고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함과 우울,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명 '호러 동화'라 알려져 있다고 한다. 요즘 만나는 영화들과도 많이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섬세함을 잘 그려냈다. 표지부터가 눈길을 끌기 딱이다. 무언가 음산한듯 하면서도 고품격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손톱이 자라는 이쁜 아이가 앉아있다. 제목이 손톱이 자라날 때라고 해서 손톱인줄 알았다. 그냥 봤을때는 음...뭔가 아주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아한 파스텔톤의 얌전한 여고생이 턱을 괴고 앉아있다.

     

    하얀벽, 난 네가 되고, 붉은 곰팡이, 손톱이 자라날 때, 고누다 등의 다섯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똑. 똑. 똑.

    누구야?

    누군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정신없이 필기를 하고 있다. 칠판에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을 따라 적느라, 떠들기는 커녕 숨도 쉬지 않는 것 같다. 너무 조용해서 멈춰 버린 것 같은 교실에 글씨 쓰는 소리만 시간처럼 흐르고 있다.

    ................................하얀벽의 첫시작을 열고 있는 부분이다.

     

    기주라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기주와 이야기하는 것이 짜증이 난다. 있는듯 없는듯 한 아이. 내가 무시해도 될만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아이. 그래서 나는 무시한다. 그 아이를...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기주라는 아이가 주위에서 사라진다. 흔적도 없이...기주라는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모른다. 그런 아이가 우리반에 있었던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기주의 매력을 느끼고 기주를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는 기주가 미워진다. 질투가 일어난다. 질투를 아주 교묘하게 표내지 않으면서 돌려서 아이들은 그 아이를 밀어낸다. 그리고 그 아니는 원래 그 자리였던듯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하얀벽의 이야기)

     

    [난 네가 되고] 에서는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있다. 사고가 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동생의 빈자리에 쌍둥이 언니는 그 자리를 차지한다. 자연스럽게 아니 자연스러워야 한다. 왜냐하면 내 자리보다 그 자리가 더 마음에 드니 말이다.

     

    [붉은 곰팡이] [손톱이 자라날 때] [고누다] 역시 내면의 은밀한 이야기들을 호러의 색채를 가지고 그려내고 있다.

     

    뒤에서 누군가 "나야~~ "하고 대답을 할걸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중2 딸아이 ..이 책을 보더니 ..이건 뭔가 달라. 읽어봐야돼. 무섭기도 하고..하면서 아이가 깜짝 놀라서는 책속으로 몰입한다. 나 역시 표지를 보고는 아껴두다가 야금야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책 속에서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의 심상을 만나게 된다. 세상속에서 또 다른 유기체로 존재하는 듯한 청소년기. 그 아이들의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워하는 삶의 모습들을 읽어내기도 하고 같이 호흡하기도 하게 된다. 아..아이들이 그렇구나...맞아. 나도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맛나게 읽어내려가게 된다. 색다른 심리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다면 이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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