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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와 준(펭귄클래식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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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쪽 | A5
ISBN-10 : 890109603X
ISBN-13 : 9788901096032
헨리와 준(펭귄클래식 57) 중고
저자 아나이스 닌 | 역자 홍성영 | 출판사 펭귄클래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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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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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와 준(펭귄클래식) - 아나이스 닌 홍성영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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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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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에게 내재된 두 가지 욕망! 관능적인 사랑을 알아가는 한 여인의 열정을 그린 에로틱 문학『헨리와 준』. 아나이스 닌이 <북회귀선>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헨리 밀러와 그의 아내 준 밀러를 만난 1931년 말부터 1932년 말까지의 시기에 쓴 일기이다. 당시의 일기 중에서 아나이스, 헨리, 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편집하고, 원본에서 삭제되어 출간되지 못한 부분을 그대로 실었다.

1931년 파리, 평범하고 가정적인 은행가의 부인인 작가 아나이스는 자유분방한 예술가 헨리를 만나 관능적인 사랑에 눈떠 간다. 또 한편으로는 헨리 밀러의 매혹적인 아내 준을 통해 자신에게 숨겨진 남성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헨리에 대한 사랑과 준에 대한 사랑이라는 모순된 사랑의 덫에 걸린 아나이스의 내적 갈등은 점점 커져 가는데….

자신에게서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아나이스. 이 작품은 성과 욕망에 대해 노골적으로 묘사한 성애소설이지만, 단순한 외설을 넘어 인간의 복잡한 욕망의 실체를 그리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는 육체적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한 여성이 성과 사랑, 자기 정체성에 눈떠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리즈 살펴보기!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고전 문학 시리즈「펭귄클래식」한국어판. 충실한 원본을 토대로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자 및 현대 주요 작가들이 직접 쓴 서문을 함께 실어 전문성을 갖추었다. 또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별하되,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저자소개

저자 : 아나이스 닌
프랑스 태생의 미국 소설가. 1903년 프랑스에서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14년 어머니를 따라 뉴욕에 가 공부했으나 학업을 중단하고 모델 등으로 일하다가 유럽으로 돌아왔다. 『D. H. 로렌스:비전문적인 연구』(1932)를 발표해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이 책으로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헨리 밀러와 평생 동안 친분을 맺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초에 다시 뉴욕으로 가 몇 권의 소설을 출판했는데, 비평가들의 호평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많은 문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일기집 첫 권을 발표한 1966년이다. 이 일기집이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은 그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14년,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게 편지글 형식의 일기를 쓰면서부터였다. 그녀는 평생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그녀가 남긴 일기는 약 150여 권 분량으로, 여성으로서의 삶과 내면의 기록 및 한 예술가의 사회적 기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가장 왕성하게 일기를 썼을 때는 헨리 밀러를 만나던 1931년부터 1934년까지였다. 그녀는 1932년에만 무려 여섯 권의 일기를 썼고, 처음으로 에로틱한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녀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글 전반에 담아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격정을 표현하였다. 『헨리와 준』은 1931년 10월부터 1932년 10월까지의 일기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다.
비평가들은 그녀의 글에 담긴 섬세한 여성적 필치와 ?거이고 서정적 문체, 심리적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며, 여성적 글쓰기와 이를 통한 자차 정체성의 추구를 밀도 있게 그려낸 그녀를 탁월한 심리 소설가로 꼽는다.
그녀의 일기는 『아나이스 닌의 일기』 아홉 권으로 출간되었다. 그 밖에도, 『유리종 아래에서』(1944), 『콜라주』(1964) 등 다수의 소설을 출간했다.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망했다.

역자 : 홍성영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비교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영어와 불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노먼 메일러의 『숲 속의 성』,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에드거 앨런 포의 『환상 여행』, 『검은 고양이』 등이 있다.

목차

서문
헨리와 준
옮긴이 주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나는 준의 아름다움과 헨리의 천재성 사이에 끼어 덫에 걸린 것 같다. 두 사람 모두에게, 각각 다른 방법으로 빠져들었다. 헨리는 내게 생명을 주고, 준은 내게 죽음을 준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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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준의 아름다움과 헨리의 천재성 사이에 끼어 덫에 걸린 것 같다.
두 사람 모두에게, 각각 다른 방법으로 빠져들었다.
헨리는 내게 생명을 주고, 준은 내게 죽음을 준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에로티시즘 문학의 대명사 아나이스 닌의 무삭제판 일기 소설
관능적인 사랑에 눈떠 가는 여인의 열정이 담긴 에로틱 문학

일기작가 아나이스 닌의 격정의 시기를 그대로 되살린 소설, 『헨리와 준』


아나이스 닌은 열한 살이던 1914년부터,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기를 막역한 친구처럼 여겼고, 평생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독자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이 수년 동안 매일 글쓰기를 연습한 결과 아나이스는 순간의 감정을 묘사하는 능력을 터득해 나갔고, 1931년 시작된 ‘헨리와 준’ 시기가 되자 그 능력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었다.
『헨리와 준』은 아나이스 닌이 『북회귀선』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헨리 밀러와 그녀의 부인 준 밀러를 만난 1931년 말부터 1932년 말까지의 시기에 쓴 일기를 담은 것이다. 그 당시 쓰인 32권부터 36권까지의 일기 중 아나이스, 헨리, 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편집하되 원본에서 삭제되어 출간되지 못한 부분을 그대로 실었다. 모든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주는 아나이스의 바람 때문이었다. 순수하게 마음속으로만 꿈꾸던 외설적인 경험을 일기로 쓸 수 없었던 청교도 소녀는 이제 열정에 눈떠 가는 자신의 모습에 직면한다. 헨리 밀러의 문체와 어휘에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아나이스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글 전반에 잘 나타나 있고, 이 중요한 시기 동안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격정이 글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녀의 관능적인 사랑은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되지만, 이 시기만큼 격정적이었던 때는 없었다.

남성성과 여성성, 한 여인에게 내재된 욕망이 동시에 분출하다

1931년 파리, 평범하고 지극히 가정적인 은행가의 부인인 작가 아나이스는 저돌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자유분방한 예술가 헨리 밀러를 만나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폭력적인 힘을 느낀다. 자유분방한 문학적 천재성과 함께 자신의 남편 휴고와는 달리 공격적이고 힘찬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헨리를 아나이스는 처음에는 거부하고 피했다. 그러나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그의 힘은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남성적인 거친 것이었으며, 바로 그 힘에서 아나이스는 여자로서 존재하는 온전한 쾌감을 만끽한다.

“헨리의 삶은 지하 세계다. 폭력, 몰인정, 무자비, 돈에 혈안이 되고 주색잡기로 탕진하는 삶이다. ……헨리의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남성성이 나를 짓누른다.”

“기쁨은 그대로 드러난다. 도저히 감출 수가 없다. 나는 여자다. 한 남자가 나를 굴복시켰다. 자신을 굴복시킬 수 있는 남자를 발견했을 때 여자가 느끼는 기쁨, 강한 남자의 팔에 안겨 더 여성스러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기쁨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이런 그녀에게 동시에 나타난 사람은 헨리 밀러의 아름다운 부인 준 맨즈필드다. 준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첫눈에 아나이스를 사로잡는다. 준 또한 아나이스를 사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갖는 서로의 역할은 다르다. 준은 아나이스에게 보호받길 원하고 삶과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처를 찾는다. 반면 아나이스는 준에게서 너무도 여성적인 면을 발견하며 여자인 준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남성적인 욕구를 깨닫는다. 자유롭고 호방하게 한 여인을 선택하고 리드하고 보호하고 싶은 욕구. 여리고 순수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탐닉하고 싶은 욕구. 그것은 헨리를 통해 한없이 약하고 여성적인 자신이 되는 것과 정반대의 욕구다.

“내 안에 있는 남성적인 면은 너무 많이 진보했다. ……나는 준에게 구애함으로써 내 삶의 남성적인 면을 충족시키며 기쁨을 느낀다. 또한 죽음의 기쁨, 분열의 기쁨도 느낀다. ……더 앞으로 나아가 준을 선택하고 싶다. 남자처럼 자유롭게.”

헨리에 대한 사랑과 준에 대한 사랑이라는 모순된 사랑의 덫에 걸린 아나이스, 그녀의 내적 갈등은 준이 파리를 떠나 뉴욕에 가 있는 동안 점점 커진다. 헨리는 아나이스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성의 비밀스러운 쾌감을 점점 더 자극하고 끄집어내며, 아나이스는 그가 분출하는 남성적 힘의 매력에 한없이 무력해진다. 그 앞에서만은 온전히 여자가 되고, 그런 자신을 확인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준에 대한 사랑은? 헨리를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여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터질 듯한 충족감을 느끼면서도, 그럴수록 준에 대한 연민과 광기 어린 사랑은 비대해진다. 그녀는 그 사랑이 헨리에게서 느끼는 생명과 창조의 기쁨과 대립하는 죽음과 분열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것임을 안다. 하지만 어떤 것이 그녀에게 우위를 점하는지,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고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아니 세 사람에게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결론 내릴 수 없는 혼돈 속에 아나이스는 빠져 있다. 욕망과 감정의 대립과 갈등, 모순에 대한 자각은 준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 세 사람은 얼마나 멋진 게임을 하고 있는가! 누가 악마인가?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누가 인간인가? 누가 가장 영리한가? 누가 가장 강한가? 누가 가장 사랑하는가? 자아가 강한 우리 세 사람은 지배하기 위해서 혹은 사랑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들이 한데 섞인 것일까?”

과거와 유기적으로 엉켜 있고, 미래의 관계를 새롭게 이끌어내는 감정의 역동성

자신에게 너무도 많은 자신을 발견하는 여자 아나이스. 이 소설은 그녀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의 원인을 찾아간다. 헨리가 가진 남성성을 사랑하는 동시에 준이 가진 여성성에 탐닉하면서도 자신의 남편 휴고에 대해서는 자신이 영원히 떠나지 않을 평온하고 사려 깊은 사랑임을 인정하는 그녀. 그녀는 헨리와 준을 사랑하게 되면서 심리 상담을 받게 된 정신과 의사 알렌디에 대해서는 아빠에 대한 딸의 사랑을 대입한다. 그 외에도 사촌 에두아르도에게는 약한 남자를 지배하면서 갖는 만족감을 느끼는데……. 한 사람에게서 너무도 다채롭고 굴곡이 심한 욕망의 실체를 만나는 것은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단 아나이스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임을 우리는 쉽게 인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고 믿는 남편이 있고, 그 남편을 속이며 다른 남자와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는 잠자리를 갖고, 그 남자의 아내와는 유대감 짙은 사랑에 빠지고, 이런 자신의 심리를 고백하는 정신과 의사에게서는 아빠와 같은 듬직한 사랑을,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촌에게는 모성 본능을 느끼고……. 이런 아나이스의 감정들은 우리 모두가 늘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순간순간 우리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러한 감정과 욕구를 외면하고 감추려는 보통의 우리와 달리, 아나이스는 그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인정하는 용기와 솔직함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기라는 형식이 이 솔직함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여인의 솔직한 감정의 전달, 이것으로 이 소설이 갖는 의미가 끝일까? 씨실과 날실처럼 규칙적으로 교차되는 자기감정의 가닥들은 그 안에서 단면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러한 감정을 일으키는 타인의 감정과도 교차되면서 드디어 입체적인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휴고는 점점 더 내 몸을 요구하고, 알렌디는 나의 고상한 모습을 요구하고, 헨리는 내게 사랑을 요구하며 나를 순종적이고 충실한 아내로 만들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나는 계속 포기하고 승화해 나가야 한다.”

감정들의 부딪힘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감정의 주인들을 변화시킨다. 나의 감정은 나를 변화시키기 전에 상대방에 대해 일정한 요구를 한다. 아나이스의 남편 휴고는 성적으로 점점 더 자신을 만족시키는 아내에게 자극을 받아 더욱 자신을 만족시켜 주길 원하고, 정신과 의사 알렌디는 아나이스가 그로부터 아빠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만큼 아나이스에게 정숙한 사랑을 찾기를 요구한다. 헨리는 그녀가 그에게 남성적인 사랑을 느끼는 만큼 아나이스에게 다소곳한 자신만의 여자가 되길 원한다. 준은 아나이스에게 보호받길 원한다.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감정의 생성은 감정으로만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적극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다. 아나이스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승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아나이스는 산만한 감정의 혼돈 속에 있는 자신을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추스르는지에 대해서도 암시한다. 때문에 “오늘 오후에 헨리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내일 나는 준과 데이트할 것이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여전히 헨리와 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막막한 현재 상태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착지점에 도달하기 전의 감정의 그네타기라는 ‘과정’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솔직함이라는 특성 이외에도 이 작품이 갖는 의미라면 바로 이 미래지향적인 감정의 전달이라고 할 것이다.

『헨리와 준』, 외설을 넘어서는 솔직하고 순수한 문학의 정수

아나이스 닌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기작가로서, 그리고 성과 욕망에 대해 자유롭고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다. 『헨리와 준』은 그런 그녀의 대표적인 노골적인 성애(性愛) 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성애 소설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 안에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의 실체들이 다뤄지고, 그것이 작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통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형식은 과감한 감정의 노출과 육체적 경험에 대한 노골적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 어렵고 추상적인 비유법 대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단어의 선택 또한 독자와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감각적인 표현은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특성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님은 그 외피가 감싸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충실성으로 밝혀진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의 이끌림, 욕망의 다채로운 모습과 그것의 모순성, 과거와 미로처럼 엉켜 있는 욕망의 현재성,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또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내는 감정의 역동성, 이 모든 심각한 주제들을 머리에서 가장 먼 손가락 마디마디의 움직임을 통해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도 지나쳐 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현재이고 과거이고 미래다. 때문에 이 책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삶과 몸과 마음을 묘사하는 가장 고전적인 소설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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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자아 정체성을 찾아 헤메다.    아나이스 닌의 일기는 끝도 없는 터널 같다. 무언가 우리의 몸에서 세포...
    자아 정체성을 찾아 헤메다.
     
     아나이스 닌의 일기는 끝도 없는 터널 같다. 무언가 우리의 몸에서 세포분열이 되듯 꿈틀거리는 생명력으로 본능을 찾아 다닌다. 그녀의 글은 흐느적거리는 늪이다. 나에게 일기는 하루의 일과에 대해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주기가 되고, 달기가 되기도 한다. 몇년째 같은 노트를 쓰고 있어도 일기스럽지 않는 글을 쓰는 터라 노트만 점점 세월을 먹었다. 일기는 자기만의 방이지만 때론 그 공간에서 속삭인 것이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닌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는 것 보다는 허공에 대고 그것을 읊조리고 만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 따위가 있을리 없으니.
     
    그녀는 1914년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게 편지글을 쓰는 형식으로 처음 일기를 썼다. 평생동안 일기를 썼고, 약 150권의 일기를 남겼다. 헨리 밀러를 만나던 1931년부터 1934년까지 가장 왕성하게 일기를 적어나갔다. 그녀는 글은 섬세하고, 은밀하고 에로틱하다. 격정적인 문체, 흐느끼듯 자신의 감정을 필터에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서술한다. 아나이스 닌에게는 남편 휴 길러가 있다. 그럼에도 헨리 밀러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여성성에 대해 눈을 뜬다. 더불어 헨리 밀러의 부인인 준에게는 남자사람에게 느끼지 못한 사랑을 느끼며, 자신의 또다른 자아 남성성에 대해 깨닫는다.
     
    예술가적 기질로서의 그녀의 글은 나무랄데없다.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본능적으로 충실했을 뿐이야라고 읊조리면 그뿐이겠지만 그녀는 이미 한 남자의 아내였다. 성장기때 구축해야했을 도덕적인 관념과 책임을 무시한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부인을 사랑한, 나쁜 여자다. 그것도 모자라 일기를 쓰고 자신의 치부를 까발리는 일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당시 아나이스 닌은 남편 휴 길러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뻔뻔함은 도를 넘었다.
     
    일기는 자신의 감정, 생각을 담는다. 누구도 끼여들지 못하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성을 쌓아간다. 그래서 이 책은 감정의 과잉이 많고, 이야기의 뼈대 보다는 뭉텅한 살쩌름만 있다. 그녀가 남편이 없이 자유로운 사랑을 했더라면 좀 더 센세이션한 예술가의 글이구나 치부하겠지만 그녀는 남편 휴 길러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취하면서 마음은 헨리 밀러에게 마음과 몸을 준다. 누구에게나 결혼이 필요악이지만 아나이스 닌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가 아니었을까. 한 남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그녀의 불성실한 태도,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아 몸부림치는 그녀의 영혼을 끌어안아야 하는 무기력함. 나는 아나이스 닌의 글 보다더 남편 휴 길러의 마음이 더 궁금하다.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나의 정체성을 찾아 헤메는 그녀의 글은 혼미하게 다가온다. 여자사람을 좋아하든, 남자사람을 좋아하든 누군가를 좋아하고 약속을 맺었을 때 온힘을 다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살고 싶다. 예술가적 기질로 방랑하는 생활을 때론 그리기도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변하고, 지어졌다, 부서졌다 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은 마음. 바람처럼 나부낀 그녀의 자아는 때론 자신도 못말리겠지만 주변의 사람 또한 한때 머물렀던 바람으로 그치지 않았을까. <헨리와 준>은 격정적인 바람이 머물렀던 한 때의 이야기다.
  • 헨리와 준,, | so**ng0ju | 2009.09.1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소설의 작가와 이름이 같은 주인공 아나이스-. 작가의 전형을 보여주듯,...

      이 소설의 작가와 이름이 같은 주인공 아나이스-. 작가의 전형을 보여주듯, 그녀는 호기심이 많고 지적이며 자기 자신에 관해 끊임없이 고찰하면서 정의를 내리려 한다. 사랑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점점 넓고 깊게 사랑에 눈떠 가는 자신의 모습을 작가의 시선으로 놓치지 않는다.

      앞의 해설을 약간 참고하자면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일기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이토록 치밀하고도 은밀한, 정말 일기 같은 소설이라니. 교묘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마치 차가운 손가락과 손바닥이 심장 외벽을 쓸어내리는 듯 선뜩하고도 탁월한 심리 묘사이다.

      진정한 여자가 되어가는 데에 보통의 여성이 겪는 사랑의 흐름이 아나이스란 주인공에게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준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동성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연민 혹은 가슴 떨림 등의 증상을 동성에게서부터 느껴봤음 직하다.

      솔직하고, 마치 여자를 위한 자기계발서(‘사랑의 모든 것’, ‘내 평생의 사랑은’ 등의 제목을 가진)의 심리소설 버전 같다. 진짜 여자를 느껴보고, 진짜 여자가 되어보고 싶은 이는 참고해보자, <헨리와 준>을.

  •   헨리와 준? 고전이라는데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설 제목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제목을 잊기가 ...

      헨리와 준? 고전이라는데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설 제목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제목을 잊기가 힘든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그만큼 강렬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이 '반 픽션'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이름과 동일하다. 또, 소설은 일기 형식을 취했다.

    즉 다시 말해 이것은 작가의 일기, 혹은 자서전과 비슷한 소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굳이 '논픽션(nonfiction)'이라고 하지 않고 '반픽션(semifiction)'이라고 하는 이유는

    일기라고는 하나, 작가 자신이 작가 이므로 어느정도 문학적 수정이나 정정이 이루어졌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 하기라도 하듯 이 소설의 문체는 아름답고, 섬세하다.

    복잡한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유리잔을 만질 때 처럼 세심하고 부드럽게 표현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설령 이 소설이 '일기나 자서전'이라도 충분히 그 자체로서 문학적 가치를 가질 만큼 아름답다.

      소설을 읽을 때 얼핏 소설속 여자 주인공의 고뇌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수도 있다.

    실제로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는 약간 동떨어진, 때로는 이해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남편을 두고 헨리와 준이라는 부부 양쪽에 모두 관심을 보이며 애정을 표하는 행동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게 가능한가?' '정상이야?' 라고 말하면서도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의 심리에 자신도 모르게 동감한다. 그리고 소설을 끝까지 읽어 내려간다.

      '헨리와 준'은 분명히 다른 고전 명작과는 다른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윤리의식'도 '종교적 교훈'도 '인생을 좌우할만한 중요한 고뇌'도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사람이 본다면 그저 지저분할 애정관계만 얽기설기 얽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매력이 있다. <여성은, 모든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여성이어야 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의 우선인 여성 자신이다.> 라고도 말한 작가 아나이스의 여성적 고뇌와 섬세한 심리 분석에 한번 빠져보라. 아마도, 당신이 여성이라면 부드러운 문체와 공감이 가는 표현에 스스로의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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