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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00쪽 | 규격外
ISBN-10 : 8956608849
ISBN-13 : 9788956608846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양장] 중고
저자 알랭 드 보통 | 역자 김한영 | 출판사 은행나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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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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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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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커버:K 특별판. 바로드림 주문 시에는 일반판과 랜덤으로 제공됩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면 연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리커버:K 특별판 출간! 알랭 드 보통이 《키스 앤 텔》이후 21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소설과 에세이가 절묘하게 만난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영원을 약속한 그 후,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특유의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평생을 함께할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째서 우리의 사랑에는 위기가 빈번하고, 더 크게 파멸을 맞기도 하는 걸까. 저자는 이 작품에서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유연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케아에 컵을 사러 갔다가 의견 충돌로 빈손으로 돌아오며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라고 맨 처음으로 함께하는 삶에 의문을 던진 두 사람의 결혼의 전 과정을 예행하듯 일상의 면면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담론들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자소개

저자 : 알랭 드 보통
저자 알랭 드 보통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철학 석사를 받았으며, 하버드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스물셋에 발표한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시작으로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에 이르는 일명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 시리즈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했다. 의도적으로 지극히 평범한 인물과 플롯을 구축,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내밀하게 담아낸 이 독특하고 대담한 소설들로 ‘이 시대의 스탕달’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후 그는 철학이 필요한 다른 여러 삶의 영역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통찰을 선보인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철학의 위안》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일의 기쁨과 슬픔》 《뉴스의 시대》 등으로 이어지는 행보는 그에게 세계적 명성과 더불어 ‘일상의 철학자’라는 명실상부한 수식어를 안겨주었다. 이 밖에도 그는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실생활을 위한 철학을 지향하는 ‘인생 학교’ 설립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역자 : 김한영
역자 김한영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알랭 드 보통의영혼의 미술관》 《무엇이 예술인가》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1부 | 낭만주의
매혹 | 신성한 시작 | 사랑에 빠지다 | 섹스와 사랑 | 청혼

2부 | 그 후로 오래오래
별것 아닌 일들 | 토라짐에 대하여 | 섹스와 검열 | 감정전이 | 모든 게 네 탓 | 가르치기와 배우기

3부 | 아이들
사랑의 가르침 | 사랑스러움 | 사랑의 한계 | 섹스와 양육 | 빨래의 위신

4부 | 외도
바람피우는 남자 | 찬성론 | 반대론 | 양립할 수 없는 욕망들 | 비밀

5부 | 낭만주의를 넘어서
애착 이론 | 성숙함을 향해 | 결혼할 준비가 되다 | 미래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그는 커스틴이 함께 오전 시간을 보내기에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제할 수도 있었다. 창백한 안색과 비스듬한 목의 기울기로는 그녀의 영혼을 쉽게 간파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도 있었다. …… 대신에 라비는 내면과 외면의 특질들이 가장 특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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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커스틴이 함께 오전 시간을 보내기에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제할 수도 있었다. 창백한 안색과 비스듬한 목의 기울기로는 그녀의 영혼을 쉽게 간파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도 있었다. …… 대신에 라비는 내면과 외면의 특질들이 가장 특이하게 조합된 사람을 발견했다고 확신한다. 두 시간 전만 해도 생면부지였건만 이 식당을 떠나면 보고 싶어질 것만 같은 사람, 저 손가락을 어루만지고 자신의 손가락을 끼어 꼭 쥐어보고 싶게 하는 사람,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p.22~23)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산만한 파티를 끝내고 혼자 걸어오는 귀갓길,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흘러가는 일요일, 아이들 때문에 녹초가 되어 대화를 나눌 기운조차 없는 부부들 뒤를 따라다니는 휴가, 누구의 가슴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쓸쓸한 깨달음은 이제 족했다.(p.60)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p.116)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p.163)

만약 사랑을 상대방의 행복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이라 정의한다면, 자주 시달리고 잔뜩 주눅이 든 남편에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으로 올라가 거의 모르는 사람과 10분 동안 구강성교를 즐기고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것도 사랑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간주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결코 사랑이 아니라 속 좁고 위선적인 소유욕, 다시 말해 상대방의 행복에 자신의 행복이 포함되는 경우에만, 오직 그 경우에만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욕망에 불과하다. 벌써 자정이 지났건만 라비는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참이다. 그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재빠르게 피하고, 더욱 깨지기 쉬운 독선을 손에 쥔다.(p.216)

우리의 낭만적인 삶은 슬프고 불완전하게 끝날 운명이다. 우리가 강력히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가지 근본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곤란하게도 우리는 유토피아적으로 이 분열에 수긍하기를 거부하고, 대가 없이 어떻게든 일치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순진하게 소망한다. 자유사상가가 모험을 추구하며 사는 동시에 외로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고, 결혼한 낭만주의자들이 섹스와 애정, 열정과 일상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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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 21년만의 장편소설, 다시 사랑을 말하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소설로 돌아왔다. 《키스 앤 텔》 이후 21...

[출판사서평 더 보기]

“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 21년만의 장편소설, 다시 사랑을 말하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소설로 돌아왔다. 《키스 앤 텔》 이후 21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The Course of Love)》에서 그는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그려졌던 전작들과 달리 영원을 약속한 그 후의 이야기다. 알랭 드 보통은 에든버러의 평범한 커플 라비와 커스틴의 삶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사랑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살핀다. 작가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낭만의 한계와 결혼 제도의 모순을 넘어 성숙한 사랑으로 도약하기 위한 솔직하고 대담한 논의를 펼친다. ‘사랑은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작가가 제안하는 유연한 사랑의 방식을 만날 수 있다.

소설과 철학 에세이를 결합시킨 ‘보통 스타일’,
모두가 기다려온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


한국 독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알랭 드 보통은 삶의 여러 영역들에 대해 새로운 사유의 기회와 프레임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의 철학자’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으로 불리는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은 소설과 에세이 혹은 소설과 전기 형식을 절묘하게 결합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각인시켰다. 의도적으로 평범하게 구축한 인물과 플롯, 세밀한 심리 묘사, 철학적 제언으로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다룬 그의 방식은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그의 소설의 묘미는 우리의 자아와 가장 닮은 인물들을 만나는 놀라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 역시 ‘소설은 인물의 인식과 심리 안팎을 자유로이 오가며 다각도로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을 말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식이며, 사랑에 대해 충분히 쓸 것이 생기면 소설을 쓸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랜만에 ‘사랑’이라는 주제로 돌아와 선보이는 이번 소설에서도 그는 특유의 감각을 펼쳐 보인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낭만적 사랑에서 현실적이고 성숙한 사랑으로의 이행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여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p.16)

전작들이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 속에 드러나는 사랑의 딜레마를 그렸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작가는 영원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사랑의 어려움에 주목한다. (그의 전작 속 인물들이 그랬듯) 많은 시행착오 끝에 평생을 함께할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째서 우리의 사랑에는 위기가 빈번하고, 더 크게 파멸을 맞기도 하는가?
그는 그 이유를 사랑에 관한 우리의 인식이 낭만주의에 잠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의 삶은 초기의 열정과 황홀감에 주목했을 때는 사랑의 점진적 소멸이나 퇴색으로 치부되고 말 순간들이 오히려 사랑을 발전시키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마치 결혼의 전 과정을 예행하듯 일상의 면면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담론들을 이끌어낸다.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케아 컵 고르기부터 바람을 피우기까지,
생활이 된 사랑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p28)

각기 한쪽 부모의 부재 속에서 성장한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은 열렬하게 사랑하고 결혼한다. 균열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된다. 이케아에 컵을 사러 갔다가 의견 충돌로 빈손으로 돌아오며 이들은 맨 처음으로 함께하는 삶에 의문을 던진다.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라고. 이후 작가는 서로 가치관이 부딪치고, 섹스는 스릴을 잃고, 육아가 삶의 전반을 차지하고, 사회생활에서의 자아와 가정에서의 자아가 보이는 불균형에 괴로워하는 등 결혼 생활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다.
그 속에서 우리가 기대어온 사랑이 실로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드러난다. 예컨대 상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상대의 절대적 지지자가 되어주는 상호호환의 충만감은 균형감을 잃기 쉬우며, 사회가 서로를 합법적인 섹스 상대로 인정해주는 순간, 간격을 좁히려는 데서 오는 동력은 줄어들고 만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잘못된 결과는 상대에게 있다는 마음의 비약도 제어하지 못한다.
이제 커스틴의 현명함은 동감할 줄 모르는 차가움으로 변모하고 커스틴의 눈에 라비의 자상함보다는 지나친 자기연민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한때 ‘영혼의 짝’이 ‘잘못된 인연’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
미치지 않고 삶을 헤쳐 나가는 진짜 러브스토리


진보한 낭만적 비관주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일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 우리는 또 다른 타락한 생명체와 함께 사는 현실에 나 자신을 적응시킬 최대한 부드럽고 친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은 ‘어지간히 좋은’ 결혼만 있을 수 있다.(p.279)

이들의 문제는 외도를 둘러싸고 폭주한다. 작가는 외도 후 치졸한 자기합리화로 치닫는 인물의 의식 흐름을 그대로 좇으며 낭만주의적 결혼관의 맹점을 드러낸다. ‘우리는 강력히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안정과 모험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며, 우리의 낭만적인 삶은 슬프고 불완전하게 끝날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제도로서의 결혼이라는 관념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욕망은 너무 변덕스럽고 깨달음은 너무도 늦게 찾아오는 삶에서 일관성을 지켜줄 길잡이라고 말이다.
작가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당장의 욕망과 분노에 휘둘리지 않을 통찰력이 필요하다. 라비와 커스틴의 시행착오와 빛나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좀 더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우리 모두는 완전히 이해받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딘가 약간은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서로 어떻게든 미치지 않고 용기 있게 사랑과 결혼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러브스토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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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서평을 쓰기에 앞서 나는 맥주를 1리터가량 먹은...




    서평을 쓰기에 앞서 나는 맥주를 1리터가량 먹은 상태이고, 지금은 클래식FM에서 비발디의 겨울이 나오고 있다. (2019.05.19. PM9:22) 이렇게 써두고 나는 익스플로어를 껐다. (;;;) 그리고 이틀 정도 지난 오늘, 다시 이어서(?)(도대체 뭘?) 쓰는 서평.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이다. 라는 말. 들은 말이 많았다. 그 작가의 책은 어렵다, 심오하다, 잘 읽히지 않는다 등등. 그런데 그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은, 뜬금없게도 책 제목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우리는 사랑일까>인데 사실 제목치고는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으니까.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는 물음표가 가득 메워지는 것. 나의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펴보고 그 이후로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기피했는데, 한 이웃님의 서평을 보고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쓰인 책들을 찾아 읽게 된 게 결혼한 지 몇 년째 되던 해-라고 명명할 수 없을 만큼 주기적으로 있어왔다. <엄마의 주례사>를 2014년 이맘때 즈음에 읽었고, 그 이후에도 힘들 때마다 손에 쥐고 읽어나갔다. 2014년에 처음 쓴 서평을 읽어보니 결혼했다는 느낌이 없다고 쓰여있었다. 그때의 서평을 읽으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아 맞아, 그랬어. 큭큭. 지금은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하지만 완전히 다를 수는 없는 이유로 울음도 새어 나온다. 그때 결혼 생활이 힘든 것은 적응이 느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 결혼 생활이라는 건, 여전히 좋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렵고 힘들다. 즐거움과 힘듦이 공존하는 생활이라니, 이런 생활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야? 어후, 절레절레-

        

     

     

    16.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나는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사랑은 사랑으로써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낭만이고 로망인 동시에 현실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낭만과 로망이 현실을 갉아먹으면 안 되지. 그러는 순간부터는 현실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충돌을 하니까. 그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어땠을까마는, 지금이라도 아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래전의 당신을 떠올린다. 그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랑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한다. 그때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모양이 달라졌고, 깊이 또한 언제가 더 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31. 사랑은 약점에 관한 것, 상대방의 허약함과 슬픔에 감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 그들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망연자실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지지자라는 새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평택에서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기에 그는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징징거렸고 그는 그것을 받아주었다. 적응하느라 힘들겠지,가 그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을 테다. 그러다가 진주로 이사를 하고, 또 대구로 이사를 하면서 그런 배려가 사라졌다. 나도 처음인 만큼, 그도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를 미워하면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신도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당신도 많이 힘들구나.

     

    결혼 6년 차에 깨달은 것.이 그것이었다.

    배우자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결혼 생활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구나.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를 힘들게 하니 그가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여전히 나는 미움과 가엾음의 사이에서 방황한다.

    여보, 이제 그만 미워하게 할 때가 됐어. 알고 있어?

        

     

    58. 그가 청혼한 것은 그와 커스틴이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존하고 '동결'시키길 원해서다. 그는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황홀한 기분이 영원해지길 기대한다.

        

     

    59. 라비는 어느 한 느낌과 결혼하여 그 느낌에 영원히 고착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특별하고 순간적인 일련의 상황들에서 운이 좋게도 그런 느낌을 공유하게 된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이다.

        

     

    이것 사이에는 어쩐지 조금 괴리가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이건 이해하기 나름인 것 같다.

    동결시킨 감정을 꺼내어보는 일.

    그게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좀 알겠다.

        

     

    그것은 이따금 현실의 나를 부정하게 만들기도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것이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낭만/과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74. 그럼에도 별것 아닌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놀랍도록 자주 끼어든다.

     

    라비와 커스틴은 유리컵 하나로 다툼이 시작된다.

    고작 유리컵 하나로!

        

     

    하지만 고작,이라는 명사를 붙이기에는 좀 미안하다.

    결혼 생활 중에 나타나는 다툼은 연애할 때의 다툼보다 더 사소하고 시시하며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78. 사실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작은 쟁점은 더 큰 쟁점으로 언젠가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성격의 사람이 함께 한 집에 산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당연히 크고 작은 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위에서 나는 /사소하고 시시하며 보잘것없다/고 말했지만,

    그것들은 지나고 나서야 아 진짜 시시했네~ 하지,

    당시에는 (우습지만) 그것이 결혼 생활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쟁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77. 바다흐샨의 부상당한 아이에게 피를 나눠주거나 칸다하르의 어느 가족에게 물을 날라다 주는 것이 아내에게 몸을 기울이고 미안하다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듯하다.

     

    이 부분 너무 웃겨서 나도 그이한테 보여줬다.

    나는 그가 사과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명백하게 잘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나는 명백하게 내가 잘못한 경우에도 역시, 좀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저 문장은 아마 나한테 하는 말 같다는 말을, 나는 그에게 하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잘도 하고,

    안내 데스크에 뭔가 물어볼 때도 “죄송한데~”로 시작하는 나를 대입하면 그를 포함한 나의 친족에게만 그렇다.

        

     

    언젠가 그는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여보한테 자존심이야?”

        

     

    그 말을 듣고 생각난 것이 있다.

        

     

    대여섯 살의 나,

    책 열 권을 들고 팔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벌을 선 적이 있었다.

     

    발가락이 저렸고, 팔이 바들바들 떨렸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아빠는 내게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한 시간을 유지했다.

    그리고 정말 참지 못하겠을 때 잘못했다고 말했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끝날 것을 나는 고집을 많이 부렸다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다시 도졌다.

    나만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일까. 나만 잘못한 일도 몇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라비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말이다.

        

    그렇다.

    나는 그냥 변명을 하고 있는 거다. (허허)

        

     

     

     

     

    79.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 없으면 비통해진다. 원인도 잊은 채 화가 나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쪽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려고만 하고, 잔소리를 듣는 쪽은 자신의 반발이 합리적 반론이나 그도 아니면 가엾고 용서받을 만한 성격상의 결함에서 나온 것임을 더는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양 당사자는 그들에게 똑같이 지루하기만 한 이 문제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내가 아마 이 책을 1년 전쯤 읽었다면 어땠을까, 공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라니! 협상을 하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왜?

    ...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협상을 하는 데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은영 박사의 <화해>에서 /새 날이 밝았구나/를

    내 배우자에게 아무리 대입을 시켜도 인내심의 범위는 넓어지지 않았다.

     

    협상은 되지 않고, 더불어 인내심도 넓어지지 않으니,

    크고 작은 모든 문제가 그 문제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81. 일상적 문제에 시달리는 관계는-이상하고 무익하게도- 도외시되는 주제로만 남는다. 자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양극단, 즉 더없이 행복한 관계 아니면 살인적인 파국이다. 그래서 미성숙한 분노, 한밤의 이혼 협박, 부루퉁한 침묵, 쾅 하고 닫혀버리는 문, 평상시의 부주의하고 잔인한 행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지를 가늠해보기가 쉽지 않다.

        

     

    음~ 난 이런 문장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해가 된다는 게 억울하기까지 하다. 너무 잔인한 일이야.

        

     

     

    86.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벨라 왜 그래? 또 말 안 해?”

    “말을 해줘.”

        

     

    ... 아몰랑 하나로 다 해결되는 것이,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이라니.

    아몰랑으로 인해 다툼이 더 심화되는 경우는 어쩐단 말인가.

        

     

    나는 전이나 지금이나 입을 다문다.

    예전에는 화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화난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어? 라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말을 하다가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결혼 전에 내가 말을 하지 않거나 대꾸를 하지 않으면 엄마는 말하곤 했다.

    “또 삐졌어?”

     

    ... 안 삐졌어!!!! 삐진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야!!!!!!!!!

        

     

     

    180.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의 두려움과 불안정함은 관계가 시작될 때 한 번만 경험하고, 일단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공동 명의로 대출을 받고, 집을 구입하고, 자녀를 몇 낳고, 유언장에 서로의 이름을 넣는 등으로 명시적인 약속을 맺은 후에는 불안이 사그라질 거라고들 상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간격을 극복하고 우리가 필요한 존재라는 보증을 획득하는 일은 단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틈이 생길 때마다-외박, 바쁜 기간, 야근- 반드시 반복된다. 모든 막간에는 상대가 여전히 나를 원하는가라는 의문을 매번 새롭게 되살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보증이 대단히 필요하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기분 좋게 인정할 만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여러 해를 함께 보낸 후에도 욕구의 증거를 요구하려면 두려움이 가로막는다. (…)

        

     

    나는 그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여보는 나랑 헤어지면 아마 다른 사람을 못 만날 거야.”인데, 이것은 그가 결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완벽하게 ‘벨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다른 이유로 그와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인 까닭이다. 우리 오늘 뭐 하기로 했지? 라는 물음에 사랑- 하고 대답하는 사람. 물론 그 사랑이라는 녀석은 형태와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 말이다. 그는 그것을 잘 안다.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게도 매 순간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과 잦은 회식, 늦은 시간의 귀가 등등의 이유로 이 사람이 나를 생각은 하고 있는 건가? 나는 도대체 이 사람한테 뭐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단순하지 않다.

    언제라도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다.

        

    어쩌면,

    취급 주의 스티커가 백 개는 붙어야 하는 물품인 셈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277. 결혼한 지는 16년이 되었지만 이제야 좀 늦게 라비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 사실상 그는 적어도 열두 번은 이혼과 재혼을 겪어온 셈이다. 오직 한 사람과 말이다.

        

     

     

    ...이 글을 보고 솔직히 좌절했다.

    16년? 16년이라고?!!!!

        

     

     

    280.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몇 가지가 나오는데, 사실 나는 그것들을 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이해되기를 단념한다...는 문장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결혼 6년 차인 나는, 더 이상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의 감정이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했던 나는,

    나의 감정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참을 수 없는 회의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었다.

    호랑이 탈을 쓰다가도 양의 탈을 쓰기도 했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오늘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내일이 되면 내 모든 분노가 구더기 안에 들어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사실에 입각하여 인정을 하려고 하면, 왜? 라는 말보다 그래, 그건 그런데- 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278.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그와 결혼 생활을 6년째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1년이 정말 최악이었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말을 습관처럼 말했고, 그에게 나는 이래서 당신과 살 수 없어. 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이미 알고 있던 그의 모습에서 억제되어 있던 것들이 분출하는 것을 느꼈고,

    그것에 대한 변명은 너무나도 많았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도 인간이라면,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인간이니까.

        

     

    늘 좋은 환경이,

    늘 좋은 상황이,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에게 좋은 양분들만 채취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라야,

    그 환경과 상황이 좋았다고,

    우리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일 테니까.

        

     

    65.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고.

    그 행복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다른 것이겠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어떤 불행이 와도 이 사람이라면 함께 이겨낼 수 있겠다는 확신,

    그것을 우선으로 두어야 하겠다고.

     

        

     

     

    생은 ,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매일 좋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매일 나쁘지만도 않다.

        

     

    매일 좋지 않다는 건 불행으로 여겨지지만,

    매일 나쁘지 않다는 건 다행으로 다가온다.

    정말 한끗차이.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며 살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가진 최대의 강점이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

     

    달려갈 때가 있고,

    쉬어갈 때가 있지.

        

     

    그때를 나와 당신, 우리.가 잘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그것에 맞게 우리의 행동반경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도 지내고 있다.

    나 너무 행복해!

    나 너무 불행해!

    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다가 멈추다가 퇴화하다가 다시 성장하고 또 퇴화하고 멈추고의 반복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저 과정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지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당신과 나, 나와 당신.

    그렇게 천천히 우리가 되어가기를.

        

     

     

    /

    결혼이, 결혼 생활이 뭐냐고 묻는다면,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랑이 깃든 다정하게 건네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서로를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이 추가되었다.

        

     

    몇 년 후의 나는 또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그래서 남기는 서평.을 빙자한 우리의 이야기.

     

     



  • 알랭 드 보통, 21년 만의 장편 소설“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전 항상‘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
    알랭 드 보통, 21년 만의 장편 소설

    “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면 연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고 영원을 약속한 연인도 어느 순간 상대의 유일무이함에 의구심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라는 낭만주의적 결론이나 사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관론적 결론에 지체하지 않고 알랭 드 보통은 지금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현실적인 논의를 펼친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만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그가 제안하는 유연한 사랑의 방식이 담긴 책이다. 누군가와 안정적으로 함께하는 삶에 낙관할 수 없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과 오래 함께하는 삶을 꾸려낼 용기를 선사한다.
  • 내 마음의 안전지대 | va**j | 2017.06.1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건 모진 세상을 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든다는 의...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건 모진 세상을 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든다는 의미일 테니까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구분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련이지만 현실로 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자체로 반짝인다. 그래서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열일곱 살짜리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일흔의 할머니가 노인정에서 삼각관계에 휘말린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나이나 인종, 성별의 차별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이외의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는 능력과 그것을 지속시키는 능력은 사실 전혀 별개의 능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든 우정이든 ‘떠날 필요가 없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떠날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 어쩌면 그것은 진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살아가는 기적 말이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자책하며 노력하는 일보다, 잘하는 걸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정성을 쏟는 일이 어쩌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그 후의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일 것이다.

  • 1부 낭만주의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

    1부 낭만주의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냉소주의자는 단지 특별히 높은 기준을 가진 이상주의자일 뿐이다.

     

    이런 미심쩍은 욕망에 불을 붙일 뿐이다. 라비 자신도 알고 있듯이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그를 즉시 받아주는 사람이나(그들의 판단은 의심스럽다) 아예 틈을 안 내주는 사람이 아니라(그들의 무관심에 화가 난다), 어떤 짐작할 수 없는 이유로 - 어쩌면 현재 얽혀 있는 다른 관계나 경계심 많은 성격, 신체장애나 심리적 억제, 종교상의 의무나 정치적 차이 때문에 - 그를 잠시 동안 애태우는 사람이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 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편, 사랑은 약점에 관한 것, 상대방의 허약함과 슬픔에 감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그 약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시기에(즉, 주로 초기에) 그렇다. 연인이 위기에 빠져 낙담하거나 어찌할 줄 모르고 우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격원할 만큼 천하무적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게 된다. 그들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망연자실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지지자로서의 새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2부 그 후로 오래오래

     

    집에 오는 길에 라비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피곤하다고 말하고,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그 유명한 "아무것도 아냐"로 대답한다.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본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우리가 파트너로부터 두렵거나 충격적이거나 구역질 나는 말을 거의 듣지 않을 때가 바로 걱정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친절해서든 사랑을 잃을까 애절하게 두려워해서든 그런 말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파트너가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상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날까지 옷 더미를 놔두라는 그녀의 조언을 따르지 못하고 결국 (저녁 7시에) 직접 옷을 맡긴 뒤 돌아와서는 30분 동안 아파트 구석구석을 요란하게 청소하며 뒤죽박죽 섞인 식기 도구 서랍에 특히 집중한다.

    마음이 전이에 말려들면 우리는 사람이나 상황을 믿어주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불안에 빠져 즉시 과거가 지정해놓은 최악의 결론으로 나아간다. 애석하게도 우리가 과거의 혼란에 의거하여 지금 벌어지는 일을 해석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초라하고 꽤 굴욕적인 일로 느껴진다. 우리가 우리의 파트너와 실망스러운 부모, 남편이 잠시 지체하는 것과 아버지의 영원항 유기, 더러운 빨랫감 몇 개와 내전의 차이를 모르겠는가 하는 것이다.

    감정을 기점으로 송환하는 일은 사랑의 가장 섬세하고도 필요한 과제다. 전이의 위험성을 인정하면 짜증과 비난보다 공감과 이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두 사람은 갑자기 폭발하는 불안이나 적대감이 항상 그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그러니 그런 폭발에 매번 분노나 상처받은 자존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격분과 비난이 동정심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사랑의 모든 가정들 중 아주 얄팍하리만치 불합리하고 미숙하고 개탄스럽지만 그럼에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을 서약한 사람이 우리의 감정적 실존의 중심일 뿐 아니라 - 그 결과로서, 또한 대단히 이상하고 객관적으로 비상식적이고 아주 부당한 방식으로 -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다 그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사랑의 기이하고 병적인 특권이 있다.

     

    세상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번번이 우리에게 혼란과 실망, 좌절과 상처를 안긴다. 세상은 우리를 지체시키고, 창의적인 시도에 퇴짜를 놓고, 우리를 승진에서 제외시키고, 얼간이들에게 보상을 주고, 우리의 포부는 그 암울하고 무자비함에 산산이 부서진다. 그래도 우리는 거의 언제나 불평하지 못한다. 진정으로 책임 있는 사람을 알아내기가 너무 어렵고, 누구 책임인지를 확실히 알 때에도 항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해고를 당하거나 조롱거리가 된다.)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그 사람을 탓을 하는 건 당연히 부조리 중에서도 부조리다. 하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사랑의 작동 법칙을 잘못 이해한 셈이다.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붓는 비난들을 딱히 이치에 닿지 않는다. 세상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부당한 말들을 발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난폭한 비난은 친밀함과 신뢰의 독특한 증거이자 사랑 그 자체의 한 증상이고, 제 나름대로 헌신을 표현하는 비꾸러진 징표다. 분별 있고 예의 바른 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뿐이다.

     

    일단 새집으로 이사한 후로 라비는 약점이 특별히 부각될 때에도 그러한 장점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3부 아이들

     

    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봉사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사랑이란 말은 갈수록 부정적 의미들을 내포하게 되었다. 개인주의와 자기충족에 빠진 문화는 만족과 타인의 부름에 응하는 행동을 쉽게 등치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매혹하고 위로해주는 능력에 대한 보답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데에 익숙하다. 그러나 아기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 자란 아이들이 가끔 큰 불안을 느끼며 판단을 내리듯이, 아이들은 아무 '요점'이 없고, 이것이 아이들의 요점이다. 아이들은 그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도와줄 위치에 있기 때문에 - 어떤 보답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장점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약점에 대한 동정, 즉 인류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으로 존재하고 한때 나 자신의 것이었고 결국 나 자신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그 취약성을 동정하는 사랑으로 인도된다. 자율과 독립성을 늘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어 하는 와중에 이 무기력한 피조물은 아무도 결국은 '자력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인생은 - 문자 그대로 - 사랑하는 능력에 의지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남의 종이 되는 것은 굴욕이 아니라 정반대라는 것을 배운다. 나 자신의 왜곡되고 만족을 모르는 본성에 끊임없이 응해야 하는 피곤한 의무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목표를 부여받았다는 위안과 특권을 알게 된다.

     

    자위의 판타지에서 무작위로 만난 낯선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낮은 순위의 모티프가 된다는 것은 낭만주의 이념에서는 논리를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밀함이 만든 무거운 짐들을 바로 잡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랑과 섹스의 냉정한 분리, 바로 그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이용하면 분노, 감정적 취약성, 상대방의 욕구를 신경 써야 할 의무를 우회할 수 있다. 우리는 비난이나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하는 선까지 특이하고 이기적으로 굴 수 있다. 모든 감정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이해되기를 바라는 일말의 소망도 없고 따라서 잘못 이해될 위험도 없으며 그 결과 괴로워하거나 실망하게 될 위험도 전무하게 된다. 마침내 삶의 소모적이고 거치적거리는 나머지 부분을 침대로 가져갈 필요 없이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공상을 확실한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대신에 판타지를 지어내야 하는 신세가 처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판타지는 대개 다수의 모순된 소망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다. 판타지는 완전히 무책임하고 무섭도록 기이한 우리의 충동으로부터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을 모면시킨다. 판타지는 나름대로 인류의 성취이자 문명의 결실이며, 친절한 행동이다.

     

     

     

    4부 외도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대화가 진행된다.

    테이블 끝에 앉은 여자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포기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전 외국에 나와 있을 때 우리 나라를 편들 정도로 어리석진 않아요." 그녀가 결국 한마디 끼어든다.

    "물론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미국이란 나라에 실망이 크지만, 그래도 여전히 깊은 애국심을 느껴요. 그건 마치 우리 이모가 지독한 알코올중독자라 해도 모르는 사람들이 뒤에서 험담을 하면 이모를 옹호하게 되는 것과 같을 거예요."

     

    자신만의 매력에 의구심을 품고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존재인지를 계속 알아내야만 하는 애처롭도록 불안정한 남자들이 어떤 위험한 짓을 벌이는가.

     

    배우자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불륜에 뛰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파트너를 배신하는 수고를 들이려면 대개 파트너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성숙해지면 소유욕을 초월하게 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질투는 아기들에게나 어울린다. 성숙한 사람은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현명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온 교훈이다.

     

    그가 이 일이 더 발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일면 그녀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불행하게 할지 알 정도로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과 사랑의 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신속히 그 길을 빠져나오는 것임을 그는 안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또한 파트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긴밤에 어디에 있었는지 등등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어도(우리의 관계가 훌륭하다면 주기적으로 그럴 것이다.), 날카롭고 무자비한 심문자처럼 굴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사라으이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라비에겐 베를린 사건에 대해 영원히 거짓말을 하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다. 진실을 말하면 그로 인해 훨씬 더 큰 거짓, 즉 그가 더 이상 커스틴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그가 더 이상 삶의 어떤 영역에서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완전히 잘못된 믿음이 발아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진실이 거짓보다 그들의 관계를 훨씬 더 왜곡할 수 있다.

     

     

     

    5부 낭만주의를 넘어서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은 근본에 있어서는 불완전할 것이다. 기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 옛 동창생, 인터넷에서 사귄 새로운 친구 등도 우리를 실망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삶의 현실은 우리의 모든 본성을 변형시킨다. 상처 없이 살아온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이상에 못 미치는 양육을 받았다. 우리는 설명하기보다 싸우고, 알려주기보다 들볶고, 고민거리를 분석하기보다 초조해하고, 거짓말을 하고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려 탓을 한다.

    이렇게 위험 요소들이 중첩되어 있는 와중에 완벽한 인간이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다. 낯선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기 전에 그들을 깊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를 내는지 즉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몇 해가 걸릴 수도 있다), 이론상 그 존재함은 처음부터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일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아니면 우리는 모두 당연히 악몽의 전형인 '엉뚱한 사람'을 곁에 두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재앙일 이유는 없다. 진보한 낭만적 비관주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일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 우리는 또 다른 타락한 생명체와 함께 사는 현실에 나 자신을 적응시킬 최대한 부드럽고 친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은 '어지간히 좋은' 결혼만 있을 수 있다.

    정착을 하기 전에 몇 명의 애인을 사귀어보는 것도 이 깨달음을 깊이 새기는데 도움이 된다. '제 짝'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은 없으며,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직접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할 기회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철저히 직관에 반한다. 우리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고 대체로 선량하다고 생각한다. 발을 못 맞추는 건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그렇지만 성숙은 자신의 광기를 감지하고, 적절한 때에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만일 수시로 자신이란 사람에 대해 당황스러워지지 않는다면 자기 이해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옮긴이의 말

     

    보통의 메세지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일 것이다. 조선 시대의 백자 달항아리에는 불완전한 형태가 주는 아름다움과 겸손함이 스며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말의 참된 의미를 만났을 때 문득 항아리가 되고 싶었다. 달항아리까진 아니더라도 - 김한영

     

     

     

    p11 라비 칸

    p12 알리스 소르

    p19 커스틴 맥럴랜드

  • 알랭드보통 | gj**5h | 2017.02.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사실 제가지금 작성하는 리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거에요ㅜㅜ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도 못...

    사실 제가지금 작성하는 리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거에요ㅜㅜ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다른 책을 구매해야하는 상황이생겨서 포인트때문에 어쩔수 없이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데

    300자를 채워야 한다네요 ㅠㅜㅡㅜㅠㅜㅡ

    그래도 뭐라도 머끄적여보자면,,,,,,,,,,,,,,,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가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뭔가 사고하는 게 저에게 많은 공감을 주어서 기억에 남았었어요

    그런 작가의 책 제목이 낭만적 연애 그후의 일상이라니 좀 씁쓸하면서 궁금하기도 하더라구요 .

    제발 차갑고 좌절스러운 느낌의 결말이 아니길 바라면서 구매해 봤습니다.

    꼭 다 읽은후에 다시 북로그 남기도록 할게요

    글 다 읽어주셨다면 너무 감사해요 ㅋㅋㅋㅋ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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