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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양장본 HardCover)
| 양장
ISBN-10 : 1196562954
ISBN-13 : 9791196562953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야마우치 마리코 | 역자 박은희 | 출판사 허클베리북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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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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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아직 ‘내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의 12가지 이야기

여성의 시선으로 세계의 리얼리티를 그려내는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의 소설 국내 첫 출간!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수상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의 소설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고 괴롭힘을 받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여자. 남몰래 아저씨를 좋아하는 여고생,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매일매일 댄스에 열중하는 키다리 14살 소녀,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서 어릴 적 베프와 재회한 여자.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에 늘 마음 아파하면서도 “언젠가는 무언가가 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현실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여성들을 그린 가슴 조이는 단편집.
“다 읽은 뒤에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는 추천사를 받을 만큼 사랑스러운 소설!

저자소개

저자 : 야마우치 마리코
소설가. 1980년 일본 도야마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오사카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교토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25살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도쿄로 올라왔다. 2008년 단편 「열여섯은 섹스 연령」으로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2년 펴낸 첫 소설집 『여기는 심심해 데리러 와줘』가 2018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2015년 출간된 『아즈미 하루코는 행방불명』도 2016년 아오이 유우 주연의 〈재패니스 걸스 네버 다이〉로 영화화되었다. 애묘인으로서 대학생 때 주운 잡종 고양이 ‘치치모’를 키우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그 애는 귀족』, 『선택한 고독은 좋은 고독』, ?귀여운 결혼』 등이 있고 에세이집 『설거지 누가 할래』, 소설과 에세이를 묶은 『우리는 잘하고 있어』 등이 있다.

역자 : 박은희
번역가, 아동학자.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마쳤다. 또 일본 도쿄도립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동명대학교 교수. 저서로 『대학 실용 일본어 초급(공저)』, 『대학 실용 일본어 중급(공저)』 등을 썼고, 번역서로 『왼쪽 오른쪽』, 『내 모자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
옛날이야기를 들려줘
어른이 되는 법
게이코는 도시 여자
남자 친구의 넘버원
남의 추억을 훔치지 마라
달려도 달려도 아직 열네 살
8월 32일이 시작됐어
Mr. and Mrs. Aoki, R.I.P.
고고한 갸루 고마쓰 양
노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
사랑해 AIBO

작가 후기

책 속으로

빨강 신호등 앞에 멈춰선 저는 가게의 유리창에 살짝 다가가서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전보다 아주 조금 여드름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런 건 작은 위안일 뿐, 근본적으로 나는 역시 못생겼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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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신호등 앞에 멈춰선 저는 가게의 유리창에 살짝 다가가서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전보다 아주 조금 여드름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런 건 작은 위안일 뿐, 근본적으로 나는 역시 못생겼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추녀가 아닙니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추녀입니다.
“사요짱은 예뻐.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 정말이야.”
저는 유리창 안에 혼자 서 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_ 24쪽,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

내가 되고 싶은 여자는 예쁘고, 머리 좋고, 멋지고, 재미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고, 다른 사람에게 알랑거리지 않고, 나중에 자기혐오에 빠질 만한 촌스러운 리액션도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여자가 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많은 시간과 헛발질투성이의 너덜너덜한 경험.
그 끝까지 가봐야 내가 나에게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걸까.
_ 95쪽, 「어른이 되는 법」

도쿄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일본이 계급사회가 아니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베드타운 출신의 게이코는 상상도 못 할 상류층이 우글거리고, 그 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서 축적된 경제력과 문화 자본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신감을 넘쳐날 만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묘하게도 어깨에 힘을 빼고 겸손한 태도로 살아간다. 잘난 체하는 사람은 모두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다. 게이코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묻혀서 결국 이번에도 자기가 어디 출신인지 말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_ 106쪽, 「게이코는 도시 여자」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나면 왠지 세상이 변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엔터 키를 누르면 펼쳐질 미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 앞으로 전진.
그 동영상이 계기가 되어 이모를 제외한 우리 두 사람, 그러니까 나와 미사키 씨가 재능을 인정받아 돌연 레이디 가가의 백댄서로 발탁되어 월드 투어에 동행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 전개를 교실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몇 번이나 꿈꿨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탁은커녕 조회 수도 단 두 자릿수에 그쳤다. 2학기가 되고, 3학기가 되어도, 중2가 되었는데도 두 자릿수 그대로였다.
_ 181쪽, 「달려도 달려도 아직 열네 살」

고마쓰 양은 단 한 번도 숙제를 빠뜨리거나 지각하지 않았다. 고마쓰 양은 성적이 내려가면 엄청나게 풀이 죽었고, 교무실에 불려 가기라도 하면 언제나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적받아도 담갈색 머리와 피어싱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호전적인 얼굴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마쓰 양은 아무리 착실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어도 오히려 뻔뻔스럽다고 더 많은 꾸중을 들어야 했다.
_ 215쪽, 「고고한 갸루 고마쓰 양」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던 게, 그리고 할 줄 아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게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 진실일지도 몰라. 가가미의 딸에게 흘끗 눈길을 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완전히 늦어버리기 직전에 삶의 궤도를 수정했더라면 지금의 가가미와 똑같은 모습이었겠지. 주체성이 너무 강한 복잡한 인간이 되지 않아도 되는 ―그 덕분에 고향 생활에 순순히 적응하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
_ 265쪽, 「노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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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말이 진실일지도 몰라.” 그래도 어린 시절 가졌던, ‘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단편집 어린 시절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어른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말이 진실일지도 몰라.”

그래도 어린 시절 가졌던,
‘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단편집

어린 시절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어른들의 말에 발끈해서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멋진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며 고향을 떠난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워보려 하지만 그녀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점점 멀어지고, 게다가 이제 외롭기까지 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래서 어린 시절에 듣고 발끈했던 그 말이 어쩌면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야. 아직은… 아직은 조금만 더 힘내 봐야지.”

이 책에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지만 늘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외로운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단편소설 12편이 담겨 있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다. 작은 일에도 자주 상처받고 좌절하기 쉬운, 아직 미완성인 사람들.
“도대체 언제 나는 완성될 수 있는 거야?” 하고 말할 만큼 이들의 삶은 아직 미숙하고, 덧없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지켜낸다.

여성들의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절묘하게 그려내어 일본 여성 독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가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과 문장으로 빚어낸 소설을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톡톡.
아름답고 씩씩했던 어린 시절의 당신이 지친 당신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립니다.
“힘들지만, 우리… 조금만, 조금만 더 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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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12가지 이야기'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12가지 이야기'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외롭다, 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는 않아서 이 글들은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읽으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첫번째 단편의 제목이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라니. 오래전에 친구가 못생긴 여자는 결혼을 할수가 없다, 라는 말을 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 토론같은 대화를 했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서로의 생각은 바뀌지 않고 이상과 현실이 어떻든 우리의 현실은 그저 예쁜 여자들이 잘 산다, 일뿐인 것처럼 되었을 뿐이었다.

    "추녀를 대하는 남자들의 냉정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18) 같은 문장을 읽다보면 이것이 현실이야, 라는 생각도 함께.

    물론 10대와 20대를 지나던 시기에는 그런 냉정함이 뾰족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 모든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 것에 상처받지 말고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이미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완성하고 책 본문을 인용하려고 글을 쓰다가 마우스를 잘못 클릭해 다 써놓은 글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새로 글을 쓰려니 내가 써놓았던 문장들이 마구 뒤섞여버린다. 이것이 현실이야, 라니.

    "이것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때로 상처받고 좌절해도 꿈을 잃지않는"

    뭔가 좀 놀림을 받는 기분이 들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지금의 이야기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에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이야기가 되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상처를 받고 좌절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노라면 그저 평범한 삶일뿐이겠지만 각자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일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소설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으면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평범한 일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리 강렬함을 전해주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가만히 읽다보면 뭔가 평범함 속에 담겨있는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 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운 일이 많아지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나는 앞으로 점점 둔해지고 무감각하여서 무엇보다도 마음이 콩닥콩닥 뛰지 않는 돌 같은 노인이 되고 싶다. 외롭다거나 슬프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주름들이 모두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49, 옛날 이야기를 들려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런 문장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보다는 오히려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이런 문장들이 더 마음을 울려주고 있다.

     

     

     

     

     

     

     

     

     

     

     

     

  •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더구나 젊은 여성작가의 소설은 더 그렇다. 더더구나 일본의 젊은 여성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12가지의 단편소설이 담겨져 있다.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란 제목의 단편소설은 없다. 이 제목은 어느 소설에서 나온 것일까?

    책 전체의 느낌은 저자의 한국 독자를 위한 글에 함축되어 있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입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정도의 여성 차별에는 직면하지 않았고, 결혼할 때까지의 유예 기간이라는 자유시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들께서 그 상태의 덧없음, 위험함, 씩씩함, 사랑스러움을 감지해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7쪽)

    일본인들의 대화에는 어딘지 모를 약간은 낯설고 툭툭 끊어지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기만이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그래서 가까이 가기에 어려운 듯한 그런 느낌.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냥 내 10대와 20대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나 10대와 20대 역시 참 막막하고 답답하고 어리숙하고 폐쇄적이고 의기소침하고 또한 자주 알콜에 대취해서 실수 연발인 아슬아슬함이 있었다. 입시 위주의 서열 매기기에서 오는 패배감, 책 한 줄 읽지 않는 어리석음, 앞으로의 전망 세우기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답답함..... 그래도 그 때는 멋모르는 순수함이 있었고 또한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낑낑대는 노력도 있었고 이제는 정말 "아! 맞아 그런 것도 있었지"하고 굳이굳이 소환해야 떠오르는 여러 장면들 여러 관계들 만남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50을 앞둔 이 시기에 와 보니, 지금은 10대, 20대 때보다는 얼마전의 30대 후반때나 40대때의 성공과 좌절과 추억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10대 20대는 너무 아득하고 아련하다~~~

    단편소설에 나오는 10대 20대 여성들은, 얼굴이 못 생겨서 철저히 스스로 소외시키다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완벽하게 몸과 마음과 영혼을 나눈 남자와 결국에는 헤어지면서 다시 오지 못할 그 순간을 떠올리지만 그래도 꿋꿋이 헤어짐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리운 일이 많아지는 것이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니, 차라리 둔해지고 무감각해져서 마음이 콩닥콩닥 뛰지 않는 돌 같은 노인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장면, 모두들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손이 닿지 않는 것들만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 나는 언제쯤 내가 그리고 있는 예쁘고, 머리좋고, 멋지고, 재미있는 말을 할 수 있고,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있고 그런 여자가 될 수 있을까 아득해 하는 장면, 일본에는 몇 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제력과 문화 자본으로 뭉친 상류층이 있어서 명백하게 계급사회라고 평가하는 장면, 중학교 때부터 흠모하던 남학생과 하룻밤을 보내고 버림받은 후 '내 인생은 분명 지금부터야. 내 인생은 이제부터 무조건 즐거울 거야. 즐거운 일은 모두 지금부터 일어날 거야'라고 다짐하는 장면(222쪽)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뒷부분의 '노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라는 다른 작품보다 약간 길이가 긴 단편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20대 여성의 불안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심리가 잘 나타난다.

    "어쨌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어울리고,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지 한번 끝까지 시험해볼 시간이. 그런 시도는 내 스스로 이제 젊지 않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해야 해. 숨이 헐떡헐떡할 만큼 지치고, 질리고 질려서 내 안에 무궁무진하게 있다고 생각했던 에너지가 사실은 단지 젊어서 그랬던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까지는 계속 도전해야 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몇 밤이고 몇 밤이고 불안한 밤을 지새운 뒤에, 이제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결심할 그때까지는."(270쪽)

    10대와 20대 때 현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은. 그 때 현명해버리면 아마 40대 50대 가서 다시 한 번 '사추기'를 거치겠지. 아주 심하게. 삶의 어느 지점에서도 불안, 고민, 도전은 항상 같이 있다고 여겨진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을 키우면서 책임감과 억척스러움이 더 깊어지겠지만, 평안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고, 대중 속 고독 외로움 불안 걱정은 계속 쫓아오겠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왔고 또 그럴 것이라고 여기면서 그 속에서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고 긍정함이 조금씩 커가는 성장 정도면, 그 정도면 꽤 괜찮지 않을까.

     

     

  • 여자라는 굴레에 대하여.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에요. 여자는&n...

    여자라는 굴레에 대하여.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에요.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날씬해야 하고, 튀지 않게 고분고분한 성격이어야 한다는... 진짜?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라 자신이 공감하면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믿고 싶은 것 같아요.

    반대로 공감할 수 없다면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치부하는 거죠.

    뭐, 그 어떤 반응이든 상관 없어요.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니까 오로지 독자의 마음대로.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는 야마우치 마치코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입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정도의 여성 차별에는 직면하지 않았고, 결혼할 때까지의 유예 기간이라는 자유시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들께서 그 상태의 덧없음, 위험함, 씩씩함, 사랑스러움을 감지해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진짜 이런 생각을 한다고?

    일본의 사회 분위기나 정서는 잘 모르지만 소설 내용만 보자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작가의 말처럼 아직 여성 차별에 직면하지 않은 10대나 20대 여자 주인공들이 왜 스스로 굴레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꼭 여성이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삶의 주체가 '나'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이 문제일 수도...

    일단 '예쁘다'의 기준은 뭘까요. 유명 인기 스타들의 외모?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날씬한 몸매 등등... 서양 모델 같은 느낌?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생긴 것이 당연한데, 정해진 기준과 다르면 '기준 미달', 즉 못생기고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건 일종의 사회적 폭력이 아닐까요.

    도대체 왜, 한 개인의 삶을 남들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간섭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남들이 함부로 간섭할 때 당당하게 "STOP!"을 외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서툴고 답답한 주인공들 덕분에 조마조마했다가,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그래, 그럴 수 있는 나이잖아... 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인생이란 실수투성이니까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이죠. 사람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그게 실수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에요. 알면서 일부러 실수를 한다는 건 제정신으로는 못 할 일이니까. 

    다 읽고나니 피식 웃음이 났어요. 너무 몰입했나 싶어서.

    어찌됐건 소설이 좋은 이유는 내 마음대로 남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 살짝 흉도 보면서.

    결론은 '나라고 뭐 다르겠어?'라는 자아반성으로 돌아오지만, 덕분에 인생을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열두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이자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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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라는 소설은 10~20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12가지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있...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라는 소설은 10~20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12가지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야마우치 마리코 작가가 쓴 작품이다. 오사카 예술 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25살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도쿄로 올라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아즈미 하루코는 행방불명」을 쓴 도서가 2016년 아오이 유우 주연의 「재패니스 걸스 네버 다이」로 영화화되었다. 


    이 도서는 평범한 이야기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늘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외로운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만든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었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외로웠던 시절이많았던 과거를 떠올리는 내용들이었다. 지금도 또한 그렇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울컥하게 해 주었다. 때로는 상처 받고 좌절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못생겼다고 괴롭힘을 받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남몰래 아저씨를 좋아하는 여고생의 이야기와, 꿈에 다가가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 14살의 소녀 등등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굽히지 않고 한 발 한 발 꿈을 향해 내딛는 그런 이야기와 좌절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었다. 또한 번역가가 이 작가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에 맞게 잘 번역해줘서 인지, 뜻도 가로 치고 묘사를 해줘서,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이 도서는 지금 현재 30 대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노력하는 내 친구에게 책을 사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회상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 여중생과 여고...

    여중생과 여고생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같은 또래 남학생일 때도 여학생은 내게 미스터리한 존재였는데, 중년인 지금도 여전히 여학생들 심리나 기분은 짐작하기 어렵다. 일본소설가 야마우치 마리코의 단편집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허클베리북스, 2019)는 여학생의 내심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스케치들이 등장하는데, 그래도 그 마음의 심장부는 여전히 알듯 모를듯 하다. 겪어온 삶의 공통 분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일까. 한국의 10대나 20대, 가방끈을 아직 어깨에서 내리지 못한 미혼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 특히 여학생이 겪게 되는 차별이나 약한 사회적 존재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리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아줌마의 불안과 무력감, 모욕과 상실을 표현했다면,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는 여학생의 "덧없음, 위험함, 씩씩함, 사랑스러움"을 전달하거나 추억하고 있다. 도야마라는 지방 도시에서 대중문화를 동경하며 10대를 보낸 저자는 이렇게 그 시절을 회고한다.

     


    "예전의 저는 너무 예민해서 살아가는 일에 언제나 지쳐 있었고, 신경과민으로 사람들과 만남의 폭도 극히 좁았습니다. 음악에 빠져 이어폰 없이는 밖에 나갈 수조차 없었고 가끔 친구에게 편지처럼 긴 문자를 보내곤 했습니다. 기나긴 사춘기를 막연하게 질질 끌던 그 애가 저인 줄 알았는데 그때의 저는 지금 어디에도 없습니다." (293쪽)


    행복수준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높다. 가부장제의 행복 역설이 아닐까 싶다. 청년기든 노년기든 여자들의 행복도가 대개 남자들보다 높게 나온다. 중년기에는 남녀 모두 다른 시기보다 행복도가 크게 떨어지는데 그래도 여전히 여성의 행복도가 높다. 이런 일반 통계에 따르면, 못 생긴 소녀가 못 생긴 소년보다 행복할 확률이 더 높다. 남녀 교제의 선택권은 언제나 씩씩한 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성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런 인정 욕구는 생물학적 욕구와 더불어 남자가 여자보다 더 큰 것이 분명하다. 여자의 행복수준이 남자보다 더 높게 나오는 이유도 결정적인 카드를 쥔 이가 결국 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가 여자들에게 더 충분한 셈이다. 여성의 회복탄력성 지수가 남성보다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하루빨리 아줌마가 되는 것을 꿈꾸었던 추녀 사요짱이 '나는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추녀'라는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디자이너 아저씨를 좋아했던 '나름 얼짱' 여고생 아리사가 복수 선언의 취지에서 "도쿄대학을 목표로 미친듯이 공부할게"라고 결심한 이유도 여학생의 남다른 회복탄력성을 보여준다. 


    영화감독이라면 찍고 싶은 이야기가 둘 있다. 「남의 추억을 훔치지 마라와 노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다. 일본 특유의 감성적 재현 스타일이 잘 녹아든 이야기다. 남의 추억을 훔치지 마라」는 여름방학 동안 비디오 대여점에서 알바를 하게 된 여고생 낫짱이 직장 선배 츠치다 씨가 손목에 찬 G쇼크 시계에 얽힌 여름방학 추억담을 듣게 되고 이를 자연스레 자신의 추억담으로 전용한다는 내용이다. 노는 시간은 금방 끝난다」는 전업주부가 된 초등학교 동창인 가가미를 만나 정담을 나누며 학창시절의 우정과 정표, 각자의 홀로서기를 회상하는 내용인데, 차분하고 잔잔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국내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얻을 것 같은 학창시절 추억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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