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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나무들 [2쇄] /사진의 제품 중 해당권 / 상현서림 ☞ 서고위치:MD 3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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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32007535
ISBN-13 : 9788932007533
세상의 나무들 [2쇄] /사진의 제품 중 해당권 / 상현서림 ☞ 서고위치:MD 3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중고
저자 정현종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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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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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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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끊임없이 활동해온 중견 시인 정현종의 『세상의 나무들』. 심각한 주제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는 매 순간 사물과 인간의 행복한 교합을 이루어 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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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석벽 귀퉁이의 공기 | li**rpark | 2004.06.08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석벽 귀퉁이의 공기 돌집 석벽 귀퉁이를 돌아가는데 그 귀퉁이는 말이 없었다 (무엇이나 다 보고 뭐나 다 알고 있는 ...
    석벽 귀퉁이의 공기 돌집 석벽 귀퉁이를 돌아가는데 그 귀퉁이는 말이 없었다 (무엇이나 다 보고 뭐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조용한 귀퉁이는) 인부들이 불 피워놓은 데를 지날 때 장작 타는 냄새 속에 그 석벽 귀퉁이의 침묵이 흐려지는 듯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말없는 귀퉁이의 그 공기는 여전히 뚜렷하고 쟁쟁하였다 내 발길은 한없이 조용하였다 정현종의 이 시는 돌집처럼 굳건한 마음의 석벽에 균열을 일으킨다. 김훈의 어투를 빌면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이듯이 모든 시는 상처의 시일뿐이다. 일견 발랄한 어조와 상상력을 지닌 듯이 보이는 이 늙은 여우같은 시인의 시들 중에서 왜 이 시가 유달리 마음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걸까. 나는 내 마음의 파문을 따라 정현종의 상처를 파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어째서 정현종의 시선은 우리가 상투적으로 시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석벽 귀퉁이에 주목하고 있는가. 시인은 어떤 집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돌집’이라는 곳의 석벽 귀퉁이를 지난다. 그런데 다음 행에서 돌연하게도 시인은 ‘그 귀퉁이는 말이 없었다’라고 진술한다. 리얼리즘의 규율에서는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시인에게는 귀퉁이가 말이 없는 상태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마치 귓속말을 하듯이 괄호를 쳐 두고 속삭인다. 그 모퉁이는 시인이 보기에 ‘무엇이나 다 보고/ 뭐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귀퉁이이다. 다시 괄호를 쳐 둔 채 시인은 훌쩍 다음 연으로 건너간다. 다음 연에서 우리가 짐작할 수 없었던 돌연한 인물들이 돌출한다. 바로 ‘인부들’이 그들이다. ‘인부들이 불 피워놓은 데’는 아마 석벽귀퉁이였던 모양. 내 머리 속에는 석벽 귀퉁이 앞에 타다 남은 장작불과 검은 잿더미가 있고, 저만치서 일을 하는 인부들이 그려진다. ‘장작 타는 냄새 속에 그’라는 행의 진술은 매우 모호하다. 모호함의 원인은 바로 ‘그’에 있다. 이 진술 다음 행에 등장하는 진술이 ‘석벽 귀퉁이의 침묵이 흐려지는 듯하였으나’라면, 이 두 행의 진술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석벽 귀퉁이’를 지시하는 의미로 쓰인 것 일 텐데, 여우같은 시인이 일부러 행갈이를 한 이유는 그게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그’가 가리키는 대상을 나는 ‘인부들’에서 찾으려 한다. 물론 이 ‘그’는 복수인 ‘인부들’을 가리키는 지, 아니면 ‘인부들’중의 구체적인 한 사람을 지칭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장작 타는 냄새 속에’ 있는 ‘그’라면 불을 피워놓은 주체인 ‘인부’들이거나 그 중의 한명일 가능성이 높다. 이어 다음 행의 진술이 ‘석벽 귀퉁이의 침묵이 흐려지는 듯하였으나’라고 할 때, 나는 다시 한번 진술의 모호함을 느낀다. 그것은 석벽귀퉁이의 침묵이 흐려지는(흐려진다는 진술은 침묵과 어울려 쓰일 수는 없지만, 시적허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짐작하건대, 아마 불을 피워 놓은 인부들의 소란함이거나, 타오르는 연기의 그을림이거나 어쨌든 이 진술은 시인이 대상에 집중하는 데 일종의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인은 다시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라고. 무엇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일까. 석벽귀퉁이의 침묵이 그대로 계속되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2연의 마지막 행이 진술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말없는 귀퉁이의 그 공기는/ 여전히 뚜렷하고 쟁쟁하였다’니. ‘그렇지 않았다’면 침묵의 상태가 그대로 계속되었다는 의미로 읽어야 자연스러울 텐데, 공기는 여전히 뚜렷하고 쟁쟁하였다니. 쟁쟁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에 들은 소리가 잊히지 않고 남아 귀에 울리는 듯”한 상태를 말한다. 시인은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일까. 침묵의 상태는 여전한데, 시인의 내면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환청이 들려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환청은 무엇일까. 왜 시인은 환청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다시 시인은 다음 연으로 훌쩍 건너 뛴 후에 이렇게 진술한다. ‘내 발길은 한없이 조용하였다’라고. 이 진술에 시인은 매우 큰 무게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연 자체가 한 행으로 이루어져 있고, 게다가 ‘한없이’라는 매우 자극적인 시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조용하였다’는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왜 하필 그 주체가 ‘내 발길’이었을까. 이 ‘한없이 조용하였다’는 진술은 바로 윗 연의 ‘뚜렷하고 쟁쟁하였다’는 진술과 눈에 띄게 대비되고 있다. 거기에는 한 연의 간격만큼의 거리가 놓여있다. 아 이제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2연과 3연에 가로 놓인 이 거리가 내게는 이 시를 관통하는 상처의 핵심처럼 보인다. 그 거리에는 정현종의 상처뿐만 아니라 내 상처가 들어가 함께 공명한다. 정현종과 나의 교감은 바로 이 교집합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빠져 노는 내 상처는 이런 것이다. 나는 늘 내가 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적부터 보았던 역 앞의 미친 여자나, 구걸하는 사람들, 한 여름 빗속에서 일하는 인부들. 사람들의 표정은 늘 굳어 있었고, 무서웠다. 이 세계가 배제한 타자들의 얼굴이 바로 그런 것이었으리라. 나는 평온하게 공부했고, 그래서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의 얼개도 내 보폭 안에서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시선 밖에서 타자들은 늘 나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응시가 무서웠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무어라고 나를 드러낼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매일 밤 노동할 수도 없는 신세가 된 채로 이 세계에서 배제된 몸으로 잠들어 있는 나의 아버지나, 식당에서 날품을 파는 어머니의 지긋지긋한 관절염 앞에서 나는 나의 욕망이 배제한 타자의 응시를 직시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이런 진술은 그들을 대상화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인할 수 없다면 내게는 침묵이 제일 좋은 방어책이 되기도 하였다. 입 다물고 있으면 그냥 그렇게 날들이 흘러갔다. 그래서 나는 정현종의 상처를 또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2연과 3연에 놓여있는 그 심원한 거리를. 그렇다면 정현종은 여전히 삶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시인일지도 모른다. 그의 다른 시들에서 보이는 달관한 듯한 시적 포즈 뒤에는 그가 배제한 타자들(인부들)과 어느 새 돌집처럼 굳건한 석벽을 쌓아 올린 시인의 자아에 대한 응시가 여전히 그가 시를 쓰게끔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정현종과 결코 가까이 할 수 없는 타자들. 그것이 환경적인 이유이든 실존적인 것이든. 그 타자들의 목소리가 정현종의 내면에서는 계속 환청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정현종의 이 시에 끌리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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