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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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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1190351129
ISBN-13 : 9791190351126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중고
저자 박성옥 | 출판사 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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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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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상품구성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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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 대중지성(감성) 프로그램을 통과한 학인들이 펼치는 고전 리-라이팅의 향연, 감성 시리즈의 첫번째 책. 감이당 대중지성에서 공부하기 위해 4년간 대구와 서울을 오가던 저자는 어느 날 나쓰메 소세키를 만난다. 끝없이 자아를 의식하고, 타자를 의심하고,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헛발질하는 소세키 소설 속의 인물들에 매료되어 소세키 장편소설 14편을 완독, 그 속에서 소세키 시대와 다르지 않은 현대인의 불안의 기원과 여전히 유효한 소세키의 질문들을 길어낸다. 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지, 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할 길은 있는지, 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단서는 있는지, 세상과 섞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소세키의 질문들과 그 답을 소세키의 소설들 속에서 그리고 필자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소세키와의 새로운 만남은 물론 ‘대중지성’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박성옥
그 유명한 58년 개띠로 태어나 뜨거운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연구기관, 방송국에서 전문직으로 일했다. 나이 오십대에 인문학에 꽂혀 4년 동안 대구에서 서울을 매주 오가게 된다. ‘감이당’에서 동서양 고전을 배우고 글쓰기의 존재론을 익혔다. 학원 사업을 접고 자발적 백수가 되어 읽고 쓰며 살아간다. 현재 대구의 인문학공동체 ‘구인회’에서 공부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짬짬이 인문학 강의도 나간다. 인생 3막을 문학과 철학을 횡단하는 작가로 살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_우리와 닿아 있는 소세키의 질문들

1부 내면의 불안을 파고드는 질문들
한눈팔기 道草 - 가족 안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인연의 무게│도리냐 개인주의냐│작가의 탄생

그 후 それから - 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죄악인가│떳떳한 백수의 논리│사랑과 돈의 함수관계│불꽃이 튀는 삶의 에너지

문 門 - 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은?
과거에 붙들린 사람들│죄의식, 자신에게 가하는 형벌│자신의 힘으로 문을 열어라

마음 心 - 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가?
왜 자신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행할까│자의식의 굴레, 자기 환멸의 덫│아무도 믿지 못하는 자의 고독


2부 성장기의 통과의례가 되는 질문들
산시로 三四郞 - 누가 청춘에게 길을 말해 줄까?
배짱이 생기는 약│사막에 불시착한 청춘│자기본위의 길을 찾는 사람들│배움과 접속으로 열어 가는 세상

갱부 坑夫 -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이질적인 존재와의 만남│모순된 자아를 긍정하다│죽음의 유혹에서 싹트는 삶의 열망

춘분 지나고까지 彼岸過 - 시시한 일상을 벗어날 수 없을까?
진정 모험을 하고 싶은가│조각보처럼 이어지는 ‘귀로 듣는 모험’│일상의 차이를 변주하라


3부 나와 타자를 둘러싼 질문들
우미인초 虞美人草 - 독립적인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인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을까?│자극과 욕망이 뒤섞이는 환영의 불빛│가부장적 관행에 맞서는 여자는 악녀인가?│후지오가 21세기에 살고 있다면?

명암 明暗 - 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결혼의 빛과 그림자│수평적인 부부관계를 실험하다│음양의 조화와 불화가 만들어 내는 권력관계│ 타자와의 관계에 출구는 없을까?

행인 行人 - 무엇이 부부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킬까?
가족이라서 외로워│신경쇠약 직전의 남자│근대가 낳은 시대적 질병


4부 사회로 국가로 뻗어가는 질문들
도련님 坊っちゃん - 위선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햇병아리 교사가 마주친 현실│정직하면 곤란하다?│화폐로 맺어진 관계의 한계 179│연인보다 애틋한, 혈연보다 진한 증여관계

풀베개 草枕 - 국가가 원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자연을 노래하면 예술이 되나│그녀의 얼굴에 2% 부족한 것│전쟁에 반대하는 소소한 항변│사소한 이야기의 힘

태풍 野分 - 세상과 섞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품격이 다른 외톨이│ 약자의 원한감정 vs 강자의 자존감│자기본위의 진정한 개인주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吾輩は猫である - 세상의 속도와 달리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는 없을까?
왜 고양이의 시선인가?│무사태평 한가롭게 사는 사람들│도락, 생명력을 고양시키는 활동│빠름의 신화에 맞서는 안티의 윤리


부록 - 소세키의 삶의 흔적을 찾아서

책 속으로

다이스케는 친구를 이혼시키고 미치요와 결혼하고 싶다. 열정의 대가로 도덕과 규범이 처벌하는 칼날 위에 올라서야 한다. 그 칼날은 친구의 부인을 가로챈 배신자, 불륜남이라는 낙인을 영혼 깊숙이 새길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와 절연하게 될 테고 매달 받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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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케는 친구를 이혼시키고 미치요와 결혼하고 싶다. 열정의 대가로 도덕과 규범이 처벌하는 칼날 위에 올라서야 한다. 그 칼날은 친구의 부인을 가로챈 배신자, 불륜남이라는 낙인을 영혼 깊숙이 새길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와 절연하게 될 테고 매달 받아 오던 생활비를 포기해야 한다. 평소 주장했던 떳떳한 백수의 지론도 버려야 한다. 만일 이성으로 정념을 억제하고 아버지가 권하는 가문의 여자와 결혼하면 돈 걱정 없이 편안한 백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단, 애정 없는 결혼을 감수해야 한다. 돈도 사랑도 다 거머쥘 수 있는 선택지는 없다. 이 소설은 욕망과 규범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찢겨지는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드러내 보인다. 욕망에 충실한 자기본위의 삶은 죄의식과 충돌하고, 도덕에 따르는 타인본위의 삶은 공허하다. 다이스케는 결심한다. 그래, 하늘의 뜻을 따르자. 패륜아라도 좋다. 아버지가 호적에서 파 버려도 좋다. 그는 도의니 가족이니 하는 모든 명분을 벗어던진다. 자기 감정과 욕망에 충실한 개인주의를 선택한 후 다이스케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그 후』―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51~52쪽)

지로와 형, 형수가 맺고 있는 애매한 삼각구도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버리는 비눗방울처럼 위태롭다. 두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운 형의 핏발 선 눈은 탄식을 자아낸다. 자신이 설정한 상황에 포획되어 밤새 뒤척이는 인간의 내면은 처절하다. 부부라는 단어 위에 남겨진 상흔은 참혹하다. 가족의 진면목을 스케치하는 소세키의 펜촉은 철판을 긁어 대는 소리를 낸다. 소세키는 부부 사이에, 형제 사이에 진실한 믿음과 소통이 가능한가를 깊이 파고들어 간다. 가족이므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진다. 가족도 이럴진대 낯선 행인들로 가득 찬 사회에서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은 또 얼마나 무망한 일인가.(「『행인』―무엇이 부부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킬까?」, 161쪽)

소세키는 신경쇠약을 20세기의 질병으로 바라본다. 신경쇠약은 외부의 변화와 내면의 속도감이 어긋나는 데서 온다. 인간의 감정은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초조하고 불안하다.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전하고 부유해진들 마음이 안절부절못한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가 없다. 소세키에게 신경쇠약은 시대의 징후를 감지하는 자의 몫이다. 그는 신경쇠약을 “빈틈없는 사고력과 예민한 감수성에 대해 지불해야 할 세금”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치로처럼 예민하고 선병질적인 지식인들은 전형적인 근대인의 초상이다. 소세키는 신경쇠약을 세계를 인식한 자의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광기를 다그쳐서 창작열로 향하게 했다.(「『행인』―무엇이 부부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킬까?」, 166~167)

기요와 도련님 사이에 오고 가는 돈과 물품은 교환이 아니라 증여의 뜻을 담은 순환이다. 기요는 조건 없는 나눔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근대의 화폐관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도련님과 기요의 관계는 더 이상 주인과 하인이라는 고용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호의와 믿음의 관계를 나눈다. 도련님이 섬마을에 근무할 때 기요는 120cm나 되는 길고 긴 편지를 보낸다. 도련님은 바람에 날리는 긴 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 기요는 교육도 받지 못했고 신분도 낮지만, 도련님에게는 굉장히 고귀한 사람이다. 존중하고 배울 만한 스승이며 공감을 이루는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반자이다. 도련님은 도쿄로 돌아가서 다시 기요와 함께 살아간다. 기요는 자신의 조카와 사는 것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도련님과 사는 게 더 좋다. 도련님은 기요가 죽은 후 자신의 가족묘가 있는 절에 묻어 준다.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는 가족이 된 셈이다.
고대 공동체 사회는 금전과 물품을 나누는 ‘증여’의 흐름으로 굴러갔다. 증여는 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순환시키며 균형을 잡는 방식이다. 증여라고 하면 지금은 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편으로 생각하고 상속이나 증여 중 어느 쪽이 세금을 적게 내는지만 따지지만 원래는 무조건적인 나눔이었다. 돈이 남아돌아서 베푸는 동정이 아니다. 증여는 소유와 축적의 벡터를 벗어나 물질을 순환시키는 운동이다. 기요와 도련님처럼 증여의 관계는 연인보다 애틋하고 혈연보다 진하다. 소세키가 보여 준 증여의 관계는 위선에 찌든 화폐관계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실마리를 보여 준다. 화폐로 엮인 차가운 관계가 아니라 따스한 연대의식으로 뭉쳐진 공동체의 가능성을 소망하게 한다.(「『도련님』―위선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182~183)

이 두 명의 외톨이를 연결해 주는 나카노는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난 청년으로 다카야나기와 절친한 사이다. 두 청년은 각각 도야 선생과 인연을 맺게 된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소설을 읽는 재미가 다르다. 사회경제적으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금수저와 흙수저 청년을 비교하며 읽을 수도 있고, 비슷하게 빈곤한 처지에 놓인 청년과 중년을 비교해서 읽을 수도 있다. 나로서는 후자의 분석틀에 끌린다. 두 사람은 사회와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닮지 않았다. 어째서 외톨이가 되는가. 스스로 외톨이의 길을 선택한 사람과 부득이 외톨이의 길로 내몰린 사람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런 질문을 따라가면 우리는 소세키라는 작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기본위의 개인주의’에 가서 닿을 것이다.(「『태풍』―세상과 섞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199~200)

세상은 구샤미 같은 사람을 고집쟁이라고 부른다. 구샤미도 자신이 시류의 흐름에 동떨어진 아웃사이더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맨날 학교 선생이 힘들다고 푸념하지만 그렇다고 돈 잘 버는 사업가로 변신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 돈을 벌려면 경쟁사회에 합류해야 하는데 실속을 차리는 계산에는 둔하다. 옷은 단벌이요, 지붕 위에는 풀이 자라고, 문패 대신 밥풀로 명함을 붙여 놓는 초라한 생활이지만 세상의 속도를 좇아 뛰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 속도에 맞춰서 뛸 능력도 없다. 빠른 세상과 관계없이 천천히 서행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를 뭐라 부를 수 있을까?
소세키가 이들의 행보에 붙여 준 이름은 “도락”(道樂)이다. 도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주색잡기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보편적인 통념으로는 게임이나 도박 같은 취미 생활에 중독되어 무책임하게 일상을 방기하는 파락호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소세키는 도락의 의미를 비틀어서 사용한다. 장자가 말하는 쓸모없음의 쓸모랄까, 가치의 전도가 일어난다. 세상에서 말하는 유능한 사람이 실상 남을 함정에 빠뜨리고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불한당이라면 차라리 무능한 사람은 고급한 인간이다. 소세키가 말하는 도락은 즐거움이 도가 되는 삶이다. 남들처럼 실리와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활동이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세상의 속도와 달리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는 없을까?」, 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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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쓴 장편소설 14권 전 권에 대한 꼼꼼한 리뷰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고 글을 쓰려면 작가에 대한 굉장하고 오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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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쓴 장편소설 14권 전 권에 대한 꼼꼼한 리뷰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고 글을 쓰려면 작가에 대한 굉장하고 오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듯합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선생님께서는 나쓰메 소세키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기 전에는 소세키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 어떤 계기로 소세키와 접속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2013년 초에 ‘감이당’에 갔을 때 처음 소세키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이당은 서울 남산골에 있는 인문의역학 공부공동체인데요. 삶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대중지성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명 대구의 강남, 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엄청 번창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없이 일에 끌려 다니는 화폐-기계가 되어 있었고, 존재가 헛헛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지요. 물질적인 성취와 정신적인 충만감이 어긋나고 있다는 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매주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공부하고 밤기차를 타고 내려오기를 4년 동안 지속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인문학과 찐한 연애에 빠졌던 시간이었지요. 제가 처음 만난 화두는 ‘근대’였습니다. 그때 동아시아의 근대문학의 거장, 소세키와 루쉰 등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소세키는 물질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대에 등장한 모던보이와 신여성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상하게 황폐했습니다. 끝없이 자아를 의식하고, 타자를 의심하고,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마치 제 자신을 거울에 비춰본 것 같았습니다.
아주 우연한 마주침에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고 인생이 바뀌나 봅니다. 소세키를 알게 된 이듬해 저는 학원을 매각하고 전격적으로 ‘공주’(공부하는 주부^^)로서의 인생 3막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인문학 강사로 변신했고, 또 이렇게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으니 소세키가 제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 준 작가인 셈입니다.

2. 앞의 질문과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소세키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던 선생님께서 소세키의 소설들을 읽고 그것을 가지고 선생님만의 문제의식을 살린 글까지 쓰실 수 있었던 원동력이랄까, 또는 계속해서 읽고 쓰실 수밖에 없었던 소세키 소설의 매력은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소세키에게 마음이 끌린 지점은 일종의 ‘찌질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세키는 1900년대 초 자본주의로 진입했던 일본의 시대상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과 과학발전으로 상징되는 근대는 이른바 풍요의 시대가 아닙니까? 그런데 개인이 겪고 있는 내면의 풍경은 찬란하지 않았습니다. 한없이 왜소하고 고독했습니다. 소시민들은 무력감과 피 말리는 죄책감 같은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거세게 밀려오는 서구문명의 물결 위에 기름처럼 부유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찌질함’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설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소세키는 국가와는 동떨어진 개인의 내면을 다루었습니다. 제국주의가 대세였던 일본사회에서 아주 작은 것을 클로즈업하는 시선입니다. 소세키는 신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도 거스르지도 못하는 불안감을 포착했고, 화폐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인간관계의 뒤틀림을 집요하게 파헤쳤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100년 후에 어떻게 가족도 친구도 사회관계도 왜곡시키게 될지 예견하고 시대적 징후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작품들입니다.

3. 이 책의 부제로 짐작건대, 선생님께서 소세키의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으신 것은 ‘불안’입니다. 그 불안이 소세키로 하여금 계속 질문을 던지게 했을 테고요. 그런데 당시 일본의 성장세나 제국대학에 영국 유학파 출신이라는 소세키 개인의 이력을 보면 ‘불안’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소세키가 감지한 불안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리고 그것이 백 년 후의 우리에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소세키는 일본제국대학 출신의 보기 드문 최상위 엘리트입니다.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으니 마음만 먹으면 권세와 부를 누릴 자격을 갖췄다고 봐야죠. 실제 그의 동료들은 식민지 정책의 고위관리가 되어 출세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인생역정은 아주 드라마틱한데요. 소세키는 어느 날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합니다. 장편소설을 쓰고 월급을 받는 전속작가가 된 겁니다. 국립대 교수를 마다하고 소설을 쓰다니 제 정신인가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정도로 획기적인 선택입니다.
사실 소세키는 영문학을 가르치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나라마다 문화와 전통과 역사가 다르면 문학도 다를 터인데 서양문학을 그대로 답습하는 일에 저항감을 가졌던 것이죠. 하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하기 이를 데 없었고 가족의 밥벌이를 위해 노동하느라 신경쇠약이 깊어졌습니다. 누구보다 소세키 자신이 극도의 불안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자기본위의 문학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소설을 썼습니다. 소세키의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굵직한 키워드는 근대문명 비판, 마음의 탐구, 개인주의입니다.
공동체적 사회질서가 무너진 후 근대인은 자유를 얻은 대신 고독을 지불해야 합니다. 소세키는 바로 이 양면성을 포착했습니다. 끝없이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흔들리는 자본주의형 인간이 불안의 원천입니다. 돈이 흘러가는 외부 속도를 따라가느라 외면과 내면이 불일치하는 데서 불안은 깊어갑니다. 그 근저에는 비대해져 가는 자의식이 있었습니다. 소세키는 자기 마음도 알지 못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도 없는 인간이 과연 진보한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본성에 맞게 자기 속도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소한 항변입니다.
그의 질문은 유례없는 디지털 문명의 변동에 휩쓸려 있는 우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소세키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닮았습니다. 그들이 고뇌했던 근대의 명암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핑크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불안합니다. 막상 자신이 설 자리가 어디인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소세키가 근대인의 행로에 대해 던진 질문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 아닐까요.

4. 소세키의 소설을 모두 읽으셨으니 독자분들께 꼭 소개해 주시고 싶은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소세키 소설 속 명장면 베스트 3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소세키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속마음을 후벼 파는 능력이 있는데요. 그중 『마음』에서 ‘선생’이 친구의 자살을 발견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선생은 한밤중에 잠이 깨어 옆방에서 친구가 동맥을 끊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것을 봅니다. 그는 덜덜 떨면서 몰래 유서부터 읽습니다. 친구는 하숙집 딸을 연모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선생이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먼저 혼인 승낙을 받아낸 날 밤의 일입니다. 선생은 친구를 배신한 사실이 알려지면 세간 사람들에게 경멸을 당할까 봐 공포심을 느낍니다. 저는 이 대목을 덜덜 떨면서 읽었습니다. 친구의 생명보다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봐 더 두려운 게 사람이라니, 이토록 세상의 이목을 의식하는 인간이란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명장면입니다.
제가 소세키의 소설들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사람들이 애정의 삼각관계에 얽혀서 지지고 볶는다는 점입니다. 남녀상열지사는 예나 지금이나 흥행보증수표지요. 『그 후』에는 다이스케가 옛 친구의 아내가 된 미치요에게 빠져드는 장면이 아주 탐미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돈입니다. 쫄딱 망하고 병든 미치요가 다이스케의 집에 돈을 빌리러 옵니다. 그녀가 시집간 후 첫 재회입니다. 그녀는 흰 백합 세 송이를 들고 오는데 옛날에 다이스케가 그녀에게 백합꽃을 들고 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암시입니다. 급히 걸어 온 그녀는 숨을 헐떡입니다. 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그녀는 꽃병의 물을 마십니다. 창백했던 그녀의 뺨에 화색이 돌자 다이스케는 오랜만에 자신을 되찾은 기분을 느낍니다. 이 격정멜로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집안에서 호적을 파 버리네 인연을 끊네 사달이 나고 자발적 백수였던 다이스케가 노동전선에 나서게 되는 등 스토리가 흥미진진합니다.
소세키는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것인가 고민하는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구샤미는 친구들과의 지적인 농담을 재미 삼아 살아가는 가난한 영어 선생인데요. 어느 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대부호 사업가인 가네다 부인이 방문합니다. 가네다 부인은 구샤미의 후배가 사윗감으로 적당한지 뒷조사를 하러 찾아온 것입니다. 가네다가 누구지? 구샤미는 심드렁하게 반응합니다. 가네다 부인은 기가 막힙니다. 지금까지 자기 집안을 몰라보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굽실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선생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네. 빈정 상한 가네다 부부가 구샤미를 골탕 먹이려는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돈이 지배하는 홈 파인 공간에서 탈영토화해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구샤미 일행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입니다. 그들이 해학과 익살을 무기삼아 속물적인 집단을 무력화시키는 장면이 매우 통쾌합니다.

5.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느 날 갑자기 공부에 뛰어들게 되셨고, 소세키를 읽고, 쓰고,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셨는데요, 이 과정에 늘 기쁨만 있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특히나 (추측건대^^) 글을 쓰시는 과정은 굉장히 괴로우셨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공부하고, 질문하고, 읽고, 써야 하는 것일까요? 그 과정을 다 겪고 나시니 어떤 점이 가장 좋으셨나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세키는 생애 첫 소설을 썼을 때의 심경을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남겨놓았는데요. 피를 쥐어짜 내듯이 글을 쓰고 바닥에 쓰러져서 짐승처럼 신음하는 소리가 처절합니다. 글을 쓰는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대문호도 이럴진대 저 같은 학인은 말할 것도 없지요. 마른 행주를 쥐어짜듯이 글을 썼습니다.
글쓰기는 무엇보다 정직하게 자신과 대면하는 일입니다. 자기만의 사유와 해석이 없다는 비참함도 맛보고 철석같이 믿어 왔던 가치관과 고정관념이 깨지는 당황스러움도 겪었습니다. 뭔가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자기과시의 욕망과도 대적해야 했지요. 부끄러움으로도 화상을 입습니다. 글쓰기가 자의식을 떨쳐 버리는 수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니체는 인간은 매 순간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라고 말했지요.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좋은 강의를 듣는다 해도 한 줄이라도 구슬을 꿰지 않으면 흩어져 버립니다. 글쓰기란 구슬을 꿰듯 의미 있는 가치를 생성해내는 일입니다. 읽고 쓴다는 것은 자신을 극복하는 용기이자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더욱이 대중지성의 글쓰기는 학벌과 권력, 자본이 결합된 카르텔에 균열을 내는 창의적인 가치생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필두로 ‘감성 시리즈’가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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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고민은 시대와 상관없이 비슷한 걸까? 100년 전의 작가 소세키의 질문은 박성옥 작가가 지닌 질문과 닿아 있다. ...

    인간의 고민은 시대와 상관없이 비슷한 걸까?

    100년 전의 작가 소세키의 질문은 박성옥 작가가 지닌 질문과 닿아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의 질문과 통한다.

    이 책을 읽으면 각자 자신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삶의 어려운 마디에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삶의 결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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