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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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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쪽 | 규격外
ISBN-10 : 8954622909
ISBN-13 : 9788954622905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고
저자 김연수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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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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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 123456789ㅈㄷㄱ쇼ㅕ 5점 만점에 5점 kjd*** 2019.12.14
985 찾기 힘든 책이었는데,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easter***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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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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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존재들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다! 김연수의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자신이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2008년 여름부터 2013년 봄까지 5년 동안 저자가 써온 소설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부터 2010년 겨울에 발표한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모두 열한 편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옛 애인 정연이 예전에 선물해주었던 시계를 그녀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성진의 이야기를 담은 《벚꽃 새해》에서는 황학동, 중고 시계, 중국이라는 옛 문명, 노인 등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어떤 면에서 늘 추리소설적인 부분이 있는 저자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는 작가의 탄생이 임차의 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여러 층위로 보여준다. 이처럼 독자들의 눈앞에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저자의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연수
저자 김연수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등이 있다.

목차

벚꽃 새해 ‥‥‥창작과비평, 2013 여름
깊은 밤, 기린의 말 ‥‥‥문학의문학, 2010 가을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자음과모음, 2010 겨울
일기예보의 기법 ‥‥‥문학동네, 2010 겨울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세계의문학, 2012 봄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문학과사회, 2012 여름
동욱 ‥‥‥실천문학, 2013 봄
우는 시늉을 하네 ‥‥‥문예중앙 2013 봄
파주로 ‥‥‥21세기문학, 2013 여름
인구가 나다 ‥‥‥현대문학, 2011 2월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자음과모음, 2008 가을
_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책 속으로

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따라 환한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일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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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따라 환한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일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든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 내가 쓰는 소설에 어떤 진실이 있다면, 그건 그날 저녁, 여행에 지친 우리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었던, 지평선을 가득 메운 그 반짝임 같은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들이라고.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서, 혹은 야즈드의 불빛이 아니라고 해도._‘작가의 말’에서

저는 계속 선생님만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으셨어요. 먹는 내내 선생님 정수리께를 보는데, 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슬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 영화든 소설이든 뭔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선생님 그 정수리를 보면서. _「사월의 미, 칠월의 솔」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저절로 생긴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 _「파주로」

삶을 이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눈 귀 코 입만으로는 부족해요. 온몸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_「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_「깊은 밤, 기린의 말」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엄마는 그 옷에 얽힌 이야기를 큰누나에게 들려줬고, 큰누나 역시 자신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엄마에 대해서 얘기했단다. (…) 엄마의 기억과 큰누나의 기억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아마도 엄마와 큰누나의 기억은 나의 기억과도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누나는 두 사람의 삶이 서로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그래서 엄마가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건 우리도 또 한번의 삶을 사는 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하면, 우리가 또 한번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엄마 역시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렇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_「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존재감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그들이 사랑하는 타인들에게 늘 빚지고 있다. (…) 우리가 타인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쁨과 더불어 우울을 선사할 때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우리의 이야기 자체가 되는 주체가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르고 낯선 존재들이어서 우리가 늘 빚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_허윤진(해설 「Wedding」에서)

“그보다 더 싫은 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죠. 그건 일단 네 몸이 나은 뒤에 그때 얘기하자. 그럼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내 몸은 이제 영영 낫지 않아. 지금 얘기해.” _「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혼자서 걷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저처럼 한낮과 다름없이 환하고도 파란 하늘에서, 혹은 스핀이 걸린 빗방울이 떨어지는 골목에서, 분당보다도 더 멀리, 아마도 우주 저편에서부터. 그렇게 저마다 다른 곳에서 혼자서 걷기 시작해 사람들은 결국 함께 걷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들의 산책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과 함께하는 산책과 같았다. 그들의 산책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과 함께하는 산책과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_「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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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삶이 아득하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어떤 순간, 삶은 더욱 선연하게 눈앞에 떠오르곤 한다.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아 있던 어떤 이의 정수리께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보아버린 어느 순간, 문득 멎어버린 시계처...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삶이 아득하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어떤 순간, 삶은 더욱 선연하게 눈앞에 떠오르곤 한다.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아 있던 어떤 이의 정수리께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보아버린 어느 순간, 문득 멎어버린 시계처럼 갑자기, 그리고 뒤늦게. 멈춰 선 시곗바늘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불러들이고, 어쩌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인지도.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을 엮었다.

소설 속 화자의 말을 작가 김연수의 그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소설이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면, 소설에서 언제나 가장 새로운 것은 바로 그 인물 자체일 것이다. 각 개인의 역사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어떤 고유명사를, 하나의 인물을, 이곳을 데려와 소개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작가의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인물들을 대하는 작가 김연수의 태도는 더없이 신중하다.

최근 업로드된 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에서, 작가 김연수는 말한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 속일 수가 없다.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

김연수의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면,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너를 이해한다, 서툴게 위로하지 않고, 그저 삶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삶이 아득해지는 어떤 순간 뜻없이 중얼거리는 말들을 커다란 귀가 되어 그저 그 자리에서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순간 결국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함으로써.

나와 타자, 고통과 행복, 소통과 이해…… 흔하디흔한 이 말들이 결국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이고, 이에 대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도록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학이라면,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잘못 이해되기 쉬운 인생의 문제들을”(신형철), 김연수는 소설이라는 예술장르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밀고 나간다

결국, 다시 한번, 우리는 서로를, 타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함께 걸을 수는 있을 것이다.

좋은 서사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김연수는 답한다. “글을 왜 쓰느냐 하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최대한 노력했을 때 그 사람이 겪었던 일을 쓸 수 있으므로 우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늘 실패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글을 쓸 수 있다. 독자들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좋은 이야기란, 이야기 속에서 자기의 삶과 고민과 나를 둘러싼 세계의 공통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독서란 자신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길이다.”(문학동네 팟캐스트_문학 이야기)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기대는 일이다. 그래야 기대는 쪽도 의지가 되는 쪽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그의 커다란 귀를 열어둔 소설에 마음을 기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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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jj**12 | 2019.06.23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 2/27 813.7   추천받아서 읽게 된 책 ...

    ~ 2/27

    813.7

     

    추천받아서 읽게 된 책

    단편 소설집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불륜이 사랑처럼 여겨지는 것같아 불편했지만 표현력은 대박

  • 감정의 뇌관을 건드린다 | ta**y22 | 2015.11.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소설집에 실린 소설은 좋다. 따뜻하다. 그 중에서도 [동욱]이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집에 실린 소설은 좋다. 따뜻하다.

    그 중에서도 [동욱]이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했다.

    입으로 낭독해가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단편 소설을 꽤 읽은 편인 내게도

    이건 참 드문 경험이었다.

    어떤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일도,

    소설을 낭독하다가 울음을 터뜨린 일도....

     

    작가의 경륜과 공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걸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감정의 뇌관을 폭발시킨다.  

    다 읽고 나면 묵직한 윤리적 책임감마저 스물스물 생겨난다.

    당분간 사람들에게 [동욱]을 추천하고 다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끝, 또 다른 시작 | qu**tz2 | 2015.04.2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처음으로 읽은 그의 작품은 ‘원더보이’였다. 베스트셀러였고, 제목이 이상하게도 날 끌어당겼다. 하지만 감이라 하는 게 언제나 ...

    처음으로 읽은 그의 작품은 ‘원더보이’였다. 베스트셀러였고, 제목이 이상하게도 날 끌어당겼다. 하지만 감이라 하는 게 언제나 옳은 건 아니어서 읽었으나 문자 그대로 읽었을 뿐 난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치 못했다. 사람들이 쏟아내는 온갖 찬사도 내 마음에는 와 닿지가 않았다. 충분히 공감하기 위해선 내공이 필요했다. 마음이 반 즈음 닫힌 상태였던 건지, 애초에 그의 글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했던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가 김연수에 대한 첫 느낌은 긍정적이지가 않았다. 첫 단추를 그리 끼우고도 계속해서 내가 그의 책을 향해 손을 뻗었던 건 다른 이들도 읽는 책, 즉 보편성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게 되었는데 조금은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원더보이’를 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 겨우 그의 글을 읽게 됐다. 알 것도 같다는 아리송한 표현이지만 글자를 곧이곧대로 씹어먹는 듯 했던 지난날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유독 강하지 싶었던 건 회상이었다. 마치 과거를 돌이켜보는 듯한 시선 때문이었던지 그의 작품에서는 쓸쓸한 정서가 기본적으로 묻어났다.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이라는 작품을 보자. 이 야릇한 제목의 작품은 출발하는 시점부터 이미 끝이 나 있다. 두 인물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엄마가 부재한 상태에서 출발은 마무리와도 같은 출발을 한다. 연고지도 아닌 안산의 터널에서 들려온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일념 하나로 움직이는 이 두 인물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 기괴함이다. 하지만 터널서 들리는 소리와 엄마의 노랫소리를 하나로 인식하는 순간 독자들은 이유모를 그리움에 빠져든다. 엄마를 이미 잃은 이들이라면 두 인물을 마냥 부러워했을 것이다. 언제든 이 터널을 방문함으로써 그들은 잃어버렸다 믿어온 엄마를 만날 수 있다. 사라졌다고 믿어온 대상의 재림. 그것은 그리움에 빠져든 이들에게 큰 힘을 준다. 너무 멀리 나아간 것이려나.

    옛 애인에게서 받은 물건을 돌려주어야만 하는 내용을 담아낸 ‘벚꽃 새해’ 또한 끝과 시작이 맞닿은 작품이다. 자신과 관련 있는 물건은 모조리 돌려받음으로써 제 흔적을 없애고자 하는 여자친구 덕분에 끊어졌던 관계는 본의 아니게 이어진다. 물론 재회가 마냥 핑크빛일 리는 없지만, 시계를 찾아 떠난 길에서 우연히 중국 병마용을 만나면서 그들은 이미 종결된 그들의 관계를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접어둔 후에 비로소 웃게 되었다는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벗어났기 때문에 미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 그 또한 사랑이려나.

    이미 종결되거나 빗나간 것들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담담했다. 하고픈 말을 차마 다 내뱉지 못했는데 꺼져버린 마이크를 대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았을 동욱의 모습, 죽은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았던 ‘늦여름’, 아니, ‘晩夏’를 읽는 아들 영범의 모습, 한 걸음 물러나면 비로소 슬제의 경험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선배 작가 정대원 씨의 고백조차도 격한 감정과는 먼 무언가로 서술돼 있었다. 하지만 끝은 끝이 아니었다. 긴 여운이 남았고, 마치 결코 털어낼 수 없는 상흔을 지니게 된 사람마냥 하나의 작품을 다 읽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 시점에서도 난 지난 작품을 떠올리고 있었다. 끝이 아닌 것을 끝이라 말하고, 끝을 끝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내공은 대체 어떤 것이란 말인가.

    이 즈음에서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본다. 절망도 희망으로, 결국에는 빛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저자의 믿음이 빚어낸 것이 이번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아니었을까.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아버지의 믿음 속에서만큼은 천재였던 소년 인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가로 만들고, 동시에 바이올린 제작자가 된 목적을 잃어버린 주인공에게 태초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저자의 아름다운 세상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지... 그가 지향한다는 야즈드의 불빛을 향해 나도 걷고픈 마음이 들었다.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su**est | 2015.04.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구 같은 제목이 인상 깊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니. 이 소설집에 나오는 '사월의 미, 칠월의 미'에 나오는데, ...

    시구 같은 제목이 인상 깊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니.

    이 소설집에 나오는 '사월의 미, 칠월의 미'에 나오는데,

    가정이 있는 영화감독과 배우인 이모는 영화 촬영이 끝나자

    제주도로 급하게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는데 허름한 그 집의

    지붕에서 비가 내릴 때 나는 소리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월

    의 미처럼, 나중에는 칠월의 솔처럼.

    그 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이 책은 2013년에 나온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이다.

    소설마다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 같은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역할이다.

    작가는 지나간 인물, 죽은 사람들, 잊혀 간 사람들의 일생을

    새롭게 꺼내어 환기시킨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화해

    시키려 노력한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어 

    휴대폰으로 검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인물

    을 드러내고 사건을 이야기한다.

    무거운 주제지만 분위기는 밝게 하는 것이 작가가 원하는

    독자와의 소통 방식임을 이제 알겠다.

     

     

  • 첫사랑에 실패한 후부터일까? 언제부터인가 소설이 재미없어졌다. 이젠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달...

    첫사랑에 실패한 후부터일까? 언제부터인가 소설이 재미없어졌다. 이젠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인가. 아니면, ‘다들 속으로는 마지못해 사는 거라는 우는 시늉을 하네아버지의 말을 이해하는 나이가 돼서일까? 결국 이 모든 것 때문이겠지. 무서운 게 없었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성싶던 위풍당당한 20대를 지나, 주먹 안에 짝 잃은 커플링과 텅 빈 통장을 쥔 백수로 이립(而立)을 맞았다. 그래, 그 즈음이었던 듯싶다. 짝 없는 반지를 집 근처 한강 둔치에서 강물 속에 던지던 무렵,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마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반납하다가 결국은 소설이란 녀석에게 아예 관심을 끊어버린 것이

    그러면서 어떤 소설이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작품 자체보다 저자의 약력을 먼저 뒤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공중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산전수전은 겪어 본 작가의 글만이 읽을 가치가 읽다고 되지도 않는 똥폼을 잡았던 셈이다. 보조금으로 살던 싱글맘으로 카페에서 글을 썼다는 조앤 롤링의 이야기는 나를 포터마니아의 세계로 이끌었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작가 조디 피콜트의 아이가 실제로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것과 프린스턴, 하버드를 졸업한 그녀의 화려한 이력이 오버랩되면서, 안쓰러운 마음 한편으로는 역시 신은 공평해라는 기분으로 위안을 받았.

    그래서였을까. 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냈는데도 내게 김연수가 그의 글만큼이나 무색무취의 느낌이었던 이유는 네이버 따위로는 검색되지 않는 그의 조용한(?) 과거 때문일 터이. 그의 유명한 장편들을 제치고 내게 처음 다가 온 그의 단편은 저자 소개를 안 봐도 왠지 익숙하게 느껴질 만큼 시공간적 배경이 친숙하다. 2009523일의 화창했던 날씨는 그만큼이나 내게도 뚜렷하게 기억되고, 4대문 안으로 가기 위해 광역버스를 타는 모습이나, 안산 근처의 터널 묘사를 보면 경기도권 어딘가에서 어슬렁거리는 아저씨가 자기 주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듣는 기분이다.

    그의 글이 불편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한테 선물을 돌려 달라거나, 술 마시고 전화하는 쿨하지 못한 그녀들, 글 쓴답시고 남편이랑 자식을 떠난 비정한 엄마, 엄마 목소리 찾겠다며 결혼한 남동생을 한밤중에 불러내는 노처녀 누나. 다들 무슨 천인공노할 범죄자도 아니요, 그저 지극히 평범하게 이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지는 그녀들을 이 수도권 아저씨는 담담하게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 욕도 안하고 편도 안 든다. 그냥 우리네 삶이 이렇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런 푸념이 터져나올 수밖에.) ‘그건 나도 안단 말이지. 근데 본래 문학이란 뭔가 새로운 걸 원해서 보는 게 아니겠어. 논픽션이나 르포와는 다른 재미를 기대하는 거 아니겠냐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마구 달려 나가는 여느 소설들과 달리, 저자에게 계속 투덜거렸지만, ‘왠지 찌질한 그녀들과 만나 술 한잔하면 그건 참 맛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헤르마이온느처럼 똑똑하지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아나스타샤처럼 돈 있는 남자를 만난 아주 능력있지도 않은 그녀들과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별로 잘난 것도 없어 내가 열폭할 일도 없고, 나만큼 찌질하니 내 뒷담화를 해도 나처럼 그녀들도 뜨끔할 테니, 이보다 더 좋은 술친구가 어디 있으랴.

    밖에서 내숭 떠는 누나 흉보는 남동생 같은 아저씨가 거울을 갖다 놓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한다. ‘, 너도 봐라. 이 찌질한 모습 속에도 마냥 밉지만은 않은 정연이, 파멜라, 미경이처럼 그 나름대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지 않으. 그러니 연예인 얼굴이 아닌 네 얼굴의 장점을 찾으려면 뾰루지와 늘어가는 주름살이 보기 싫어도 제대로 된 거울을 봐라.’ 그가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하면서도 아니 어쩌면 백퍼센트 공감하는 말이기에 여전히 그의 책을 읽는 건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의무방어전을 치른 느낌이다. 창백한 형광등 아래 내 방 화장대 거울에 비친 매우 사실적인 내 모습보다는 조명발 적당히 섞인 패밀리 레스토랑 화장실 거울 앞에 내 실루엣이 아직은 더 좋은 것도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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