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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저녁이 저물 때
페이지 : 정보준비중 | 없음
ISBN : 9788935670581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없음] 중고
저자 예니 에르펜베크 | 역자 배수아 | 출판사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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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모든 저녁이 저물 때도서 상세이미지

예니 에르펜베크(Jenny Erpenbeck)는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상’(2001)을 수상한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다. 그녀는 자신만의 확고한 역사의식과 특유의 여성적 목소리로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구축하며 “거장급의 맹렬한 서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의 작품은 완벽한 구성미를 보여주며 주술적일 정도로 언어의 음악성이 강하다. 에르펜베크는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서 사회와 국가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깊이 파고들며 독창적인 독일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기이한 고독과 죽음을 그려냈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짧은 소설. 예르펜베크의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최면에 빠지는 것과 같다.
-『가디언』

에르펜베크의 문체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이지만 절제되어 있다. 그녀의 문장에는 특유의 숙연한 분위기가 묻어 있는데, 우리는 이 묵직한 울림과 죽음이 맞물릴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특정 인물의 진술이나 다른 형식의 글을 자주 인용해 우리를 더 몰입하게 한다.
『성경』『탈무드』『슈타이어마르크 지진 기록지』등 전혀 관련이 없을 법한 글들을 적절한 곳에 절제된 호흡으로 끼워넣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함은 물론 소설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에르펜베크는 문체뿐만 아니라 구조를 통해서도 소설을 견고하게 다진다. 그녀는 이야기를 다섯 권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각 권 사이에는 막간극이 있어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뮤지컬에서 다음 장면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막간극이 이 책에서는 ‘만약’이라는 전제 역할을 한다.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각 권을 넘길 때마다 죽음의 문턱을 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한 편의 강렬한 서사시를 읽는 듯하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할머니는 구덩이 옆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신은 주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서 될 미래의 모습까지도 전부 저 아래에, 땅속에 묻혀 있다.
흙 세 줌 그리고 등에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어린 여자아이가 땅속에 묻혀 있다. 아이가 점점 멀어지는 동안, 책가방은 계속 아래위로 춤을 추며 흔들린다.

저자소개

저자(글): 예니 에르펜베크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 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훔볼트 대학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한스 아이슬러 음악학교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하이너 뮐러, 루트 베르크하우스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많은 오페라 작품을 연출했다.
1999년 『늙은 아이 이야기』를 발표하고 독일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2001년 단편집 『탄트』, 2004년 장편소설 『사전』을 발표했으며 여러 작품이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 심사위원상, 예술가협회 문학상, 졸로투른 문학상, 하이미토 폰 도더러 문학상, 헤르타 쾨니히 문학상, 리테라투르 노르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베를린에 살면서 전업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배수아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으로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독학자』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등과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예니 에르펜베크의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등이 있다.

목차

제1권 막간극 제2권 막간극 제3권 막간극 제4권 막간극 제5권

책 속으로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할머니는 구덩이 옆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신은 주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서 될 미래의 모습까지도 전부 저 아래에, 땅속에 묻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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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할머니는 구덩이 옆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신은 주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서 될 미래의 모습까지도 전부 저 아래에, 땅속에 묻혀 있다. 흙 세 줌 그리고 등에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어린 여자아이가 땅속에 묻혀 있다. 아이가 점점 멀어지는 동안, 책가방은 계속 아래위로 춤을 추며 흔들린다.
9쪽

항상 그녀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은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누구와도 함께 넘지 못했던 경계를 넘어, 세계를 등 뒤에 두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둘이서 나누는 행위라고. 그런데 이제는 그 경계가 변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계의 위치가 옮겨진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경계는 그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와, 남편을 다시 그녀에게서 떼어놓았다. 이전에는 그녀가 남편의 자유였는데, 지금 그는 바깥세상에서 자유를 찾고 있다.
36쪽

상황이 달랐더라면 한 가족으로 남았거나, 가족이 될 수도 있었을 것들이, 지금은 어찌나 갈가리 찢겨버렸는지, 사람을 말에 묶어놓아 사지를 찢어 죽이는 처형쯤은 그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는, 그리고 다른 여자는, 이곳, 저곳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생각하곤 한다. 아기가 갑자기 숨을 멈추어버린 그 순간을.
71쪽

하나의 삶에는 매번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전선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그 모든 전투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110쪽

새빨개, 새빨개, 새빨개, 딩, 딩, 딩, 바링이 불탄다, 오타크링이 불탄다, 냄새 좋은 훈제 청어로구나!
129쪽

경계를 없애기, 그녀는 오직 그것만을 원했다. 그녀가 친구를 사랑했고 친구의 애인도 사랑했다는 것이 도대체 왜 불가능한가? 거기서 무엇이 그녀에게 허용되지 않았고, 누가 허용하지 않았단 말인가? 왜 그녀는 강물에 뛰어들 듯이 사랑으로 뛰어들면 안 되고, 그녀가 헤엄칠 수 없는 강물에서, 왜 다른 누구도 헤엄치지 않는단 말인가? 왜 어머니는 그녀를 창녀라고 불렀는가? 할머니가 유대인이란 말을 왜 아무에게도 하면 안 되는가? 세상에는 사랑이 너무나 부족해, 서로를 아교로 붙이지도 못할 정도였단 말인가? 차이는 왜 있으며, 차별은
왜 있는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세상의 일들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이, 그녀 자신을 세상에서 추출해낼 최적의 순간이었다.
129쪽
한 남자가 낡은 한 조각 천으로 겉옷을 만드네.
겉옷이 해어지자, 그것으로 조끼를 만드네.
조끼가 해어지자, 그것으로 수건을 만드네.
수건이 해어지자, 그것으로 모자를 만드네.
모자가 해어지자, 그것으로 단추를 만드네.
단추로는, 아무것도를 만드네.
마침내 마지막으로, 아무것도로 그는, 이 노래를 만드네.
133쪽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녀는 전쟁이 아버지를 죽인 거라고 확신했다. 비록 전선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극심한 재앙의 한가운데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수년 동안이나 안간힘을 쓰다가 마침내 존재가 완전히 고갈되어버렸기 때문이다.
173쪽

새벽 4시, 해뜨기 직전 엘리베이터가 그녀의 층에 멈추지만, 책상에 앉은 채로 종이 뭉치 위에 얼굴을 대고 잠들어버린 그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비밀경찰들이 그녀를 체포하기 위해 방에 들어왔을 때, 그녀의 이마는 ‘경계’라는 글자 위에 놓여 있다. 오래전에 꾸려서 문 옆에 세워둔 검푸른색 작은 가방은 잊고 만다. 집 안에 다시 고요가 찾아들고, 가방은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 있다.
204쪽

일생 동안 그녀는, 그것이 마지막인지도 모른 채, 셀 수도 없이 여러 번 마지막으로 무엇
인가를 했다. 그러니까 죽음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걸친 전선인 걸까? 그러니까 그녀는, 지금 단지 이 세상 밖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세상 밖으로 추락하는 것일까?
241쪽

어떤 죽음이든지 죽음은 죽음이다. 조금 빠르거나 조금 늦는다는 차이뿐. 어떤 입구든지 입구는 입구다. 모든 이에게, 모든, 모든 사람에게, 모든 남자와 여자에게 입구는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명부에는 단지 구멍뿐인가? 그 밖의 다른 것은 전혀 없단 말인가? 여기서는 다른 바람이 분다. 한 인간이 조금 빠르거나 조금 늦게, 여기 또는 저기서, 구멍의 한가운데를 향해 발을 헛디디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추락하거나 침몰할 때 붙잡아줄 것이 전혀 없단 말인가?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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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배수아의 손길로 탄생한 또 하나의 예술 작품 배수아는 작가이자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며 이전부터 많은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왔다. 배수아와 에르펜베크의 만남은 2010년에 출간된 에르펜베크의 작품 『그 속에 집이 있었을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배수아는...

[출판사서평 더 보기]

배수아의 손길로 탄생한 또 하나의 예술 작품
배수아는 작가이자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며 이전부터 많은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왔다. 배수아와 에르펜베크의 만남은 2010년에 출간된 에르펜베크의 작품 『그 속에 집이 있었을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배수아는 에르펜베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저녁이 저물 때』를 번역했다.
그녀가 번역한 문장은 어느 것 하나 인위적이지 않다. 소설을 꼼꼼하게 살피다보면 그녀가 독일어와 한국어의 차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날카롭고 선명한 이야기
『모든 저녁이 저물 때』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나치 정권, 소비에트 시대, 독일 통일 이후를 아우르는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이 선택할 수 있었던 다섯 가지의 삶과 다섯 번의 죽음을 추적한다.
예니 에르펜베크는 여자가 갓난아기로 죽었을 경우, 성인이 되어 낯선 남자에게 살해당하는 경우, 히틀러 시대에 억울하게 스파이로 지목되어 처형당하는 경우, 중년에 발을 헛디뎌 난간에 떨어져 죽는 경우, 노년에 치매를 앓다가 요양원에서 죽는 경우를 통해 죽음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각 권에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막간극에서는 숙명적 우연을 거듭하며 생명을 이어나간다. 작가는 막간극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만약 그때 그랬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묻는다.
소설 속에 녹아 있는 20세기 유럽의 현대사는 여자의 선택과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자는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며 새로운 삶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의 운명은 역사, 사회, 정치, 문화와 맞물려 교묘하고 모호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민족주의에서 기인한 반유대주의, 히틀러와 나치즘, 제2차 세계대전, 사회주의 혁명 등은 유럽의 역사를 뒤흔든 거대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모두 인간에 의해 발생했고 인간이 만들어냈다. 인간이 주도한 흐름이 세계를 형성하고 이러한 세계는 또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에르펜베크는 끝을 알 수 없는 연쇄작용으로 사회와 개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녀는 인물과 세계의 상호작용을 포착하고 둘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며 묵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우리는 그녀를 통해 살아 숨 쉬는 인물과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런 지점에서 독자들은 작가가 얇은 실을 겹겹이 엮어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이면서 작품에 가장 많이 개입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죽음의 시점으로 묘사된 세계와 감각은 사건에 앞서 죽음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에르펜베크는 우리가 끝내 알 수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운명이라 믿는 일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주목한다.
인간의 마지막 날을 결정하는 것은 계단을 향해 내딛는 발, 얼어붙은 길거리를 피하기로 한 결정, 날씨나 옷차림 같은 미세한 요소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죽음의 원인은 불분명하고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은 먼 곳에 있다가도 어느 날 눈을 뜨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그러한 죽음을 목격하며 매 순간 마주하는 인물들은 그들이 사는 세계와 대결하듯 팽팽하게 맞선다.
소설 속에서 여자는 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자신 이외에 가족의 죽음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은 개인의 운명을 또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데, 가족의 죽음을 대면하는 인물들의 감정은 침착하고 절제되어 있다. 에르펜베크는 아름다운 시적 문장으로 슬픔을 표현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묵직한 서사 속에 담긴 짓눌린 슬픔은 겉으로 표출하는 슬픔보다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 모습은 히틀러 시대에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은 여자에게서 잘 드러난다. 여자는 큰 소리로 울거나 술에 취하지 않는다. 그저 평생 동안 남편을 그리워하며 그를 찾을 뿐이다.

나는 지금 남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호프만 부인이 말한다.
나는 항상 길모퉁이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일생 동안 나는 길모퉁이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여자는 60세에 난간에 발을 헛디뎌 죽게되는데, 우리는 그녀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하고 공포를 느낀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의 삶을 알아주길 원하며 죽는 그 순간조차 빛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때때로 너무나 허무하게 저물기도 한다. 주위 사람과 가족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파편들을 만나는 여자는 그들의 죽음에 자신의 죽음을 대입해보며 자신을 빗겨나간 운명에 대해서 생각한다. 인물들은 자신에게 특정한 운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언제 어디서나 시시각각 변하며 역사와 정치 속에 함몰되어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장면들을 통해 유동적이고 유한한 인간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일생 동안 그녀는, 그것이 마지막인지도 모른 채, 셀 수도 없이 여러 번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했다. 그러니까 죽음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걸친 전선인 걸까? 그러니까 그녀는, 지금 단지 이 세상 밖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세상 밖으로 추락하는 걸까?

매 순간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인물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들은 각 권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또 다른 운명을 마주한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닐까 의심해보게 된다. 각 권에서 여자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인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각 권이 넘어가고 막간극이 시작되면 그녀는 삶으로 복기하는데 그 삶은 이전과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인물들을 지칭할 마땅한 이름을 찾지만 그나 그녀로 대변되는 인물들은 그저 한 인간일 뿐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와 삶의 양상 속에서도 소설의 사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며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에르펜베크가 설정한 사물들은 각 권을 넘나들며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진다. 이 사물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담고 있다.
여자의 일기장, ‘동쪽으로 소개됨’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편지, 아버지의 금색 외투 단추, 괴테 전집 등은 긴 호흡을 유지하며 제1권에서부터 제5권까지 유지된다. 이 사물들은 약간의 변주를 동반하며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전해진다.
인물들은 이 사물을 통해 타인의 삶을 기억하고 가족과 함께했던 시절을 추억한다. 그들이 단단하다고 여겼던 세계는 균열을 일으켰지만 이 사물들은 유지되면서 묘한 안정감을 준다.

역사 속에 함몰된 여성성

우아하고 서정적인 이 작품 속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역사 속에 함몰된 여성이다. 작품의 여성들은 어딘가 일그러진 형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낯선 남자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는 여성들을 포착하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여성은 남성을 인격체로 대하지만 남성에게 여성은 그저 성적 대상일 뿐이다. 여성은 서로 동의한 잠자리에서 남성이 건넨 돈을 받고 전쟁과 가난으로 굶주린 가족을 위해 몸을 팔 것을 강요받는다. 여성은 노동현장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성으로 존재한다.
남성 동지들은 여성을 자신의 동지가 아닌 여성으로 인식하며 여성은 한 집단에서 여러 번의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다 소모된다. 그러나 여성을 바라보는 이런 건조한 시선도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변화한다.
여성은 제4권에서야 비로소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자는 소련 시를 번역해 인민에게 아름다운 문학을 소개했고 반파시스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며 평화와 사회주의를 향한 열정을 담은 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그녀는 제4권에서 이러한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으며 장례식을 치른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시대가 변했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녀는 아기를 하나 정도는 더 낳게 되리라, 그것도 그의 아이를.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머리를 옷 밖으로 내민 다음에야, 그가 내민 손에 지폐가 들려 있는 걸 발견한다. 이 모든 시작이었던, 건조하고도 따뜻한 그의 손과 지폐를 바라보며, 그녀는 당장 웃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묻는다. 이게 뭔가요? 하지만 그는 웃지 않고, 아마도 이렇게 말한다. 네 거야. 또는 아마도 이렇게 말한다. 법석 떨지 말고 받아. 또는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 또는 귀여운 것, 넌 이만 한 값어치를 했어. 이런 비슷한 말을 그가 한다. 그녀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 듯, 그렇게 그를 바라본다.

H.동지는 60세 생일을 눈앞에 두고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화환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일생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해 노동계급과 당에 헌신했습니다.
그녀를 잃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예술의 선두에서 싸워온 모범적인 전사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에르펜베크는 탄탄한 구성력과 시적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맹렬한 서사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릴 때 우리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가 전해주는 뜨거운 감정과 묵직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 바로 그것이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남자가 낡은 한 조각 천으로 겉옷을 만드네.
겉옷이 해어지자, 그것으로 조끼를 만드네.
조끼가 해어지자, 그것으로 수건을 만드네.
수건이 해어지자, 그것으로 모자를 만드네.
모자가 해어지자, 그것으로 단추를 만드네.
단추로는, 아무것도를 만드네.
마침내 마지막으로, 아무것도로 그는, 이 노래를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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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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