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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람 ---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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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쪽 | A5
ISBN-10 : 8990816742
ISBN-13 : 9788990816740
말과 사람 --- 깨끗 중고
저자 이명원 | 출판사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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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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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책 품질도 괜찮고 전체적으로 양호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k*** 2017.10.11
445 꼭구하고싶었던책입니다.보내주신분께다시한번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osh0*** 2017.10.11
444 깨끗한 ? 잘 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pedy*** 2017.09.22
443 정말 한번도 넘겨보지 않은 새책이 왔네요 5점 만점에 5점 dkgusl*** 2017.09.16
442 빠른배송과 포장에도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kis***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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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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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희망을 찾는 이명원의 시대탐구!
말의 위기, 사람의 위기의 시대에 현실의 절망을 향한 투명한 응시


『말과 사람』. 갖은 사회적 문제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 과연 인문학에는 희망이 있는가? 지식인들을 만나 시대를 탐구해 본다. 문학평론가이자 저널리즘에서 각광받는 젊은 논객으로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이명원가 만난 지식인들은 이문열과 조정래, 백낙청,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이다.

저자는 인문학이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인간이 하는 학문이라 말한다.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 이 시대, 빠르게 진화하는 ‘대중지성’과 비교해 자신이 속한 고전적 지식인 그룹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본다. 그리고 대중지성과 함께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인문학의 지형 위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저자소개

이명원
1970년 서울 출생.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첫 연구서 『타는 혀』에서 국문학계의 대가라 할 김윤식 교수의 표절 문제를 제기, '사제 카르텔 논쟁'과 '표절 시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01년 개인의 실존과 문학의 사회적 의제를 동시에 성찰한 에세이비평『해독』을 통해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라는 글쓰기의 양날을 보여주었다. 2003년 그 동안 문단을 강타한 문학권력 논쟁, 주례사 비평 논쟁, 등단 제도와 문학상 논쟁, 표절 논쟁 등에 참여해 벌였던 글들을 심도 있게 정리한 『파문: 2000년 전후 한국문학 논쟁의 풍경』을 펴내 주목을 받았다. 2004년 '한국의 미래 열어갈 100인'('한겨레신문')으로 선정되었으며, '한겨레', '국제신문' 등 주요 신문과 잡지 등의 고정칼럼란에 기고하였다. 이후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 『시장권력과 인문정신』, 『종언 이후』, 『말과 사람』 등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지행(知行)네트워크'의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문학사와 비평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왜곡된 의미가 아니라면, 그는 스스로 리버럴리스트liberalist라 불리길 원한다. 그것은 단지 자유주의자로서만이 아닌, 편견 없는 세상과 스스럼없는 소통이 가능한 문학의 세계를 꿈꾸는 자의, 거대하지만 소박한 꿈이다.

목차

여는 글 :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

이문열 : 결심과 현실

조정래 : 민족주의자의 초상

백낙청 : 변혁과 열정

김민수 : 디자인과 사회철학

김상봉 : 씨알의 자기 실현

김종철 : 비체제를 향하여

닫는 글 : 열린 '귀', 분주한 '손'

책 속으로

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기대하다 나는 자신을 최후의 ‘근대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 ‘비근대적 지식 생산 약식’에 대한 어떤 전망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자주 느끼곤 했다. [……] 나는 근대적 지식인의 양분법을 구성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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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기대하다
나는 자신을 최후의 ‘근대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 ‘비근대적 지식 생산 약식’에 대한 어떤 전망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자주 느끼곤 했다. [……] 나는 근대적 지식인의 양분법을 구성하는 ‘친체제적’ 또는 ‘반체제적’이라는 관형사와는 분류 체계를 달리 한 ‘비체제적 지식인’의 개념 설정에 대한 의욕이 있었다. 비체제적 지식인은 체제에 대한 협력과 저항이라는 지식인의 상투적인 ‘역할론’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한 사회의 지배적인 담론과 주장에 내포되어 있는 ‘분류 체계 그 자체’의 타당성을 상대화할 수 있는 시야를 활보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검토해볼 만한 지식인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386을 적으로 삼겠는가. 묵살보다 무서운 건 찍혔다는 것이다
386을 비판한다거나 모함했다는 것은 오해다. 386은 거의 1천만 가까이 되는 세력이다. 정확히 갈라도 5백만이 되는 사람들. 내가 무슨 이유로 그 사람들을 적으로 삼겠는가.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몫이 있다. 오히려 애정과 존경이 가는 사람들이다. [……] 진정성과 행위와 이념의 일관성, 과거에도 기능했고 앞으로도 기능해야 할 중요한 세대가 386세대다.

민주화 세력 무능이 죽은 박정희를 되살렸다
문인이 현실 정치에 대해서 발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모순과 갈등을 감시 감독하는 관점에서 발언해야 된다. 그것은 작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자기의 사적 견해, 개인의 감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하면 안 된다.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대의를 위해서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작가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헌신성과 희생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박정희 향수’는 끔찍한 후유증, 업적도 인정해야 치유할 수 있다
북의 존재를 잊고 살려고 해도, 좋은 쪽에서 자꾸 교류가 생기고 북과 접촉이 증대됨에 따라, 북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와는 다른 사회가 있고 그러면서도 원래는 우리와 하나였고, 당위적으로는 다시 합쳐야 하는 사회라는 것을 더는 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럭셔리 퐈숑’만이 디자인이 아니다. 부당 해직시켜준 서울대에 감사해
소비자의 차원에서 나는 창조적인 디자이너들의 삶과 철학을 소개해서 내면에 잠복된 창조적 자아를 일깨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즉 디자이너의 삶과 작업을 제대로 이해하면 소비자로서 일반 대중 역시 주체적인 자아를 지닌 창조적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어야 5년……, 씨알―국가간 전쟁 터질 수 있다
국가가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할 때, 오히려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는 약자들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먼저 나서서 억압하기 시작할 때, 그래서 노동자들이 어떤 합법적인 저항의 수단도 없을 때,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그게 바로 전쟁 상태다.

내 주머니에 현금 채우기 위한 경제, 선거 민주주의로는 살 길 못 찾는다
오늘날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간디가 생각했던 마을 공동체 중심의 풀뿌리 자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내가 말하는 마을이 반드시 문자 그대로 촌락일 필요는 없다. 하나의 중간 형태로 도시에서 이런 공동체 실험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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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문학의 희망을 찾는 이명원의 시 / 대 / 탐 / 구, 이문열 조정래 백낙청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을 만나다. 말의 위기, 사람의 위기의 시대에 현실의 절망을 향한 투명한 응시! 위기의 시대, 인문학의 희망을 찾는 이명원의 시대탐구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인문학의 희망을 찾는 이명원의 시 / 대 / 탐 / 구,
이문열 조정래 백낙청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을 만나다.
말의 위기, 사람의 위기의 시대에 현실의 절망을 향한 투명한 응시!

위기의 시대, 인문학의 희망을 찾는 이명원의 시대탐구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사회는 한마디로 요동치고 있다. IMF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경제 위기, 대운하와 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과거사 정리를 놓고 벌어지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 등. 그 중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기화로 여러 달에 걸쳐 이어진 시민들의 ‘촛불항쟁’은 지식인의 존재 근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갈등과 대립, 차별과 저항이 엄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지식인은 어떤 존재인가? 위기의 시대에 미래를 향한 지식인의 전망은 지속 가능한 것인가?

그런데 이런 문제적 상황 속에서도 여전한 ‘사람’들이 있다.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장편소설 『시인』의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이문열, 지난 11월 21일 태백산맥 문학관 개관 기념 연설을 한 조정래, 고희에 맞춰 자신이 한 인터뷰와 대담을 엮어 『백낙청 회화록』을 출간한 백낙청, 청계천 사업과 서울 디자인 사업의 지속 불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김민수, ‘신정아 사태’를 예고했던 김상봉 교수의 지속적인 학벌 투쟁,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시장경제의 패러다임을 피해 ‘작은 출판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종철 등은 지금도 쉬지 않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저널리즘에서 각광받는 젊은 논객으로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이명원이 이 여섯 사람을 만났다. 지적 배경과 세대와 지향점이 다른 이 여섯 사람을 만나며, 이명원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인간이 하는 학문인 인문학을 돌아본다. 인문학 위기의 시대 한가운데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대중지성’과 비교해 자신이 속한 고전적 지식인 그룹이 할 수 있는 구실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대중지성과 함께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인문학의 지형 위에서 희망을 찾는다. 인문학이라는 탐침으로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시대를 탐구하자고 권하는 이명원은, 우리에게 권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이 퇴행을 거듭할 뿐 발전론적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체제적 지식인’으로서 기능을 부여받는 것과 무관한 새로운 지식인, 미래형 지식인의 출현을 기다리자고.

이문열부터 김종철까지 ― 열린 ‘귀’, 분주한 ‘손’으로 희망을 좇다
2007년은 이른바 ‘87년 체제’로 상징되는 민주화의 흐름이 중간 결산되는 시기인 동시에,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사회적 변동이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까닭인지 2007년의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의 민주화와 지식인, 그리고 체제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으며, 특히 현실 정치권력의 변환과 관련한 다채로운 이론적 전망과 담론이 경합했다. 이런 때 이명원은 근대라고 하는 체제 자체를 ‘상대화’할 수 있는 시각과 의욕을 지닌 지식인의 출현을 기대하며 ‘말’과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보수 세력의 결집과 헤게모니 구성을 환기시키고 있는 이문열의 묵시론적 투쟁, 신자유주의 세계를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제국적 침략으로 규정하는 조정래의 자기성찰,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창하는 백낙청의 분단 체제에 대한 인식, 삶의 역사와 문화의 궤적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민수의 예리한 주장, 오늘의 역사적 상황을 씨알과 국가기구의 전쟁 상태로 규정하는 김상봉의 철학적 인식, 자치와 공생공락에 입각한 미래 전망을 제안하는 김종철의 비감한 절망 등 이 책은 지나간 2007년의 상황에 대한 맥락적 독해를 요구하는 발언들로 구성되어 있다.

말의 위기, 사람의 위기, 그리고 ‘말과 사람’
이명원의 『말과 사람』은 발전적 민주화 시기이자 ‘잃어버린 10년’이라고도 규정되는 지나온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책이다. 처음에 이명원은 중도적 자유주의에서 급진적 민주주의에 이르는 진보주의자들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혁신하는 보수주의자들을 찾아내 좌우를 균형 있게 다루려고 ‘좌우지간’이라는 테마로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러나 올드라이트에서 뉴라이트로 이름만 바꿨을 뿐 사실상 내용은 동어반복에 불과한 협소한 보수의 스펙트럼 탓에 ‘중좌지간’으로 모양새가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위기, 곧 ‘대운하의 생태위기’, ‘한미 FTA 이후 문제’, ‘경제위기’는 모두 체제의 정리 차원을 넘어선 말의 위기, 사람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이런 공동의 위기의식 앞에서, 이문열도 김종철도 그 근원적 절망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말과 사람』에 실린 ‘말’과 ‘사람’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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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지식인들 수다는 왜 재미없을까 [책읽기 삶읽기 13] 이명원, 《말과 사람》    문학평론을 하...

    지식인들 수다는 왜 재미없을까
     [책읽기 삶읽기 13] 이명원, 《말과 사람》

     


     문학평론을 하는 이명원 님이 지식인이라 할 만한 여섯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책 하나로 묶었다. 이문열, 조정래, 백낙청,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 이렇게 여섯 사람이다. 여섯 사람 발자취를 곰곰이 더듬는다면 틀림없이 이 여섯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따로 한 권씩 책으로 낼 만하다. 모두들 할 말이 많은 사람이며, 늘 숱한 말을 내어놓는 사람이다. 이들이 왼쪽에 있든 오른쪽에 있든, 또는 어중간하게 있든 대수롭지 않다. 어느 쪽에 있거나 스스로 줏대 단단히 세우며 살아가면 된다. 어느 쪽에서 무얼 하든 옳고 바르며 참된 넋으로 착하고 사랑스러우며 곱게 살아간다면 된다.

     

     이명원 님은 문학평론을 하기 때문에 《말과 사람》이라는 책에 실린 여섯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주 마땅하다. 이명원 님으로서는 헌책방 일꾼이라든지, 분식집 아줌마라든지, 시골버스 기사라든지, 농사짓는 할배라든지, 이주노동자 아무개 씨라든지, 제도권 학교를 일찌감치 떠난 아이라든지 만나기 어렵다. 아니, 만날 수야 있으나 이들한테서 깊고 너른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거나 고맙게 얻어 듣기는 힘들다.

     

     사람들을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를 책으로 바지런히 엮는 지승호 님이 있다. 이이는 ‘사람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꽤 여러 권을 엮었다. 참 마땅한 일이다만, 이 나라에는 이와 같은 책이 퍽 드물다. 모든 책이란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인 만큼, 저마다 다 달리 살아왔으나 따로 스스로 내 삶을 글로 쓸 겨를을 못 내는 사람한테서 몇 시간이나 며칠쯤 이야기를 듣는다면 책 한 권이 저절로 나온다. 사람들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당신 이야기를 책으로 알뜰히 묶지 못해서 그렇지, 어떤 사람이든 당신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놓고 보면 몹시 재미나다. 이름난 사람 이야기이건, 이름 안 난 사람 이야기이건 매한가지이다. 온누리에 이름값을 떨친 적이 없을 뿐더러 이름값 떨칠 일조차 없던 우리 할머니 삶이든 옆집 아줌마 삶이든, 이분들은 하루하루를 견디거나 즐기거나 받아들이면서 눈물과 웃음으로 살아냈다. 이분들이 살아낸 삶이 바로 책이며 ‘감동’이다. 다만, 지승호 님이라든지 이명원 님이 내놓은 책은 제법 이름있거나 꽤 널리 알려진 사람들 삶자락에서 맴돈다.

     

     《말과 사람》이라는 책은 꽤 재미있다. 먼저, 소설쓰는 이문열 님 이야기를 맨 앞에 실어 더욱 재미있다. 《말과 사람》에 실린 이문열 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분이 오롯이 소설쓰기에 온마음 바칠 수 있었다면 노벨상을 노릴 수 있었겠구나 싶기도 하다. 다만, 노릴 수는 있으나 탈 수는 없겠지. 왜냐하면 소설쓰기에만 온마음을 바친다면 소설에 깃드는 글월을 한껏 빛내거나 훨씬 잘 매만질 수야 있다만, 소설이라는 문학에 담는 줄거리에서 밑바탕이 될 ‘글쓴이 삶’은 한껏 북돋우거나 훨씬 아름다이 여밀 수 없으니까. 글만 잘 쓴다 해서 소설이 아니다. 글솜씨 빼어나고 짜임새 대단하며 줄거리 돋보인다 해서 문학이 아니다.

     

     그런데, 《말과 사람》이라는 책이 더 재미있으려면 어슷비슷한(?) 사람들을 여섯 만나기보다, 아주 다른 자리에서 사뭇 달리 살아가는 사람들을 여섯 만났어야 하지 않느냐 싶다. 아니면, 아예 한 갈래 지식인들만 만나든지.

     

     《말과 사람》에 실린 여섯 사람 삶을 헤아려 본다. 이분들 삶은 그리 안 다르다 할 수 있다. 한통속으로(?) 묶을 만하니 이렇게 여섯 사람 이야기를 그러모을 수 있다. 또한, 엮은이 이명원 님 삶이 이 여섯 사람하고 비슷하게 흐르니까 이들 여섯 사람을 만날밖에 없기도 하다. 잡지 〈녹색평론〉을 내는 김종철 님은 ‘한국땅에서 변두리라는(?) 대구’를 떠나 아예 서울로 옮겼는데, 이 책을 낼 무렵에는 아직 대구를 송두리째 버리지는 않고 서울에서 오래 머물며 책을 만들었다. 이명원 님은 김종철 님 같은 사람이라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갔음직한데 외려 서울 한복판으로 들어오니 아리송하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이다. 김종철 님은 “몸이 편안해지자 자기도 모르게 생각들도 작아지고, 왜소해지는 것이다 … 우리 문학을 보면 결국 땅에서 멀어지니까 야생의 정신이랄까 하는 게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다(218, 219쪽).” 하고 말한다. 김종철 님은 다른 지식인을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으나, 나로서는 김종철 님 당신 삶이 이와 같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느낀다. 왜 김종철 님 같은 분이 스스로 땅하고 더 가까와지고자 하지 않는가. 왜 이 땅에 두 다리 튼튼하게 박으려 하지 못할까.

     

     교수 자리에서 쫓겨난 김민수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이명원 님은 “해직이 되고 보니 그동안 피상적으로 사회를 읽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121쪽).”고 말한다. 이는 김민수 님도 매한가지이다. 교수 자리에서 쫓겨나 강단이라는 울타리가 아닌 ‘수수한 여느 사람들 자리’를 밟으며 돌아다닐 겨를이 나면서(강의를 할 수 없어 생긴 말미) 이 나라를 더 깊이 보거나 더 널리 살필 수 있었단다. 다만, 김민수 님이나 이명원 님이나 ‘겉훑기로 이 나라를 보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뉘우치기까지는 하지 못한다. 부끄러워 하거나 남우세스럽다 여기지 못한다.

     

     조금 더 시금털털할 수는 없는가. 조정래 님은 “보수 세력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민주화 세력의 정치적 무능 때문에 기득권을 회복하고 있다(48쪽).”고 말한다. 맞는 말이며 옳은 소리이다. 진보 세력이든 개혁 세력이든, 또는 열린 마음이나 깨친 넋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든, 나 스스로 참다웁고 착하며 고운 삶을 일구어야 한다. 참다웁고 착하며 곱게 살아가며 이러한 삶을 글로 담고 책으로 엮을 노릇이다. 처세와 돈굴리기를 다룬 책이 참말 잘 팔리는 흐름을 슬퍼하기 앞서, 사람들이 즐거이 읽을 글을 담은 책을 내놓을 일이다. 이명원 님은 여섯 지식인과 만나서 들은 이야기로 당신 깜냥을 가다듬거나 북돋았구나 싶은데, 이렇게 주워듣기로만 책을 엮어서는 널리 읽자고 건넬 만큼 깊거나 너른 책이 되기는 힘들다.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나를 더 낮추거나 더 드러내야 한다. 내 목소리를 아예 지우거나 내 목소리를 훨씬 키워야 한다. 스승한테서 배운다는 매무새로 이야기를 듣거나, 동네 깡패한테 뜨거운 맛 좀 보여주겠다는 몸가짐으로 타일러야 한다. 여러모로 재미있다 싶을 짜임새이며 이야기책이 될 만한 《말과 사람》이지만 적잖이 어중간한 자리에서 머물고 만다. 아직 이명원 님한테는 ‘글읽기’가 익숙하고 ‘삶읽기’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지식인이 끄적여 내놓는 글은 읽더라도 지식인이 살아가며 몸으로 보여주는 삶은 읽지 못하는 탓인지 모른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어차피 이렇게 우리 사회 지식인 생각을 귀담아듣는 이야기책을 엮으려 했다면 ‘남자 지식인’ 여섯을 따로 하나, ‘여자 지식인’ 여섯을 따로 하나 묶으면 어떠했으랴 싶다. 그런데, 지식인이라 하면 남자이든 여자이든 엇비슷할는지 모르겠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지식인이라는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으니까. 나는 지식인보다는 ‘살림꾼(생활인)’이 좋은데, 살림꾼을 만나 이야기를 즐거이 들으며 찬찬히 갈무리하는 모습을 보기는 몹시 어렵다. 이를테면 만화쟁이 장차현실 님 같은 분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남다르며 재미날까. 애를 둘 키운 공선옥 님 같은 분하고 만나 삶을 나누었다면 얼마나 새삼스러우며 맛깔스러웠을까. (4343.10.19.불.ㅎㄲㅅㄱ)


    ― 말과 사람 (이명원 엮음,이매진 펴냄,2008.11.24./12000원)

     

    (최종규 / 2010)

  • '말' 찾아, '사람' 찾아.. | so**000 | 2009.05.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3
        그것이 진보이건 보수이건, 아니면 체제형이건 반체제형이건 간에 앞으로 출현하게 될 새로...
     
     

    그것이 진보이건 보수이건, 아니면 체제형이건 반체제형이건 간에

    앞으로 출현하게 될 새로운 지식인들은 그러한 근대적 범주로는 포괄될 수 없는

    난제들에 대한 해결 능력과 패러다임 구성 능력이 필요하다.

    모든 근대적 사유는 발전론적 세계관과 이항대립적 인식론의 기반 아래서 출현한 것이지만,

    새롭게 출현할 ‘비체제적 지식인’들은 그러한 분류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회의함으로써,

    좌와 우의 가느다란 이데올로기적 협곡을 관통해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새로운 지식인들은 분과 학문 체계는 물론이고,

    인식론과 존재론을 둘러싼 모든 칸막이들을 지혜롭게 횡단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 그리고 유머 감각이 있어야 한다.

    ....

    |여는 글;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 中..|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이 책을 만났다. 적당한 크기에 깔끔한 디자인이 내 눈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읽고는 며칠 전에 사들였다. 솔직히 제목『말과 사람』만 보고는 그다지 내 구미를 당길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표지를 보면 저자 이명원이 만난 여섯 명의 ‘사람’이 보인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들어온 건 이문열이다. 여태 불거진 이문열의 발언에 대한 진위여부를 떠나서 그가 구설수로 공공의 적(?)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에 밋밋한 제목이 군침 도는 호기심으로 달리 보였다고나 할까.


    『말과 사람』은 앞서 인용한 구절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가 절실하게 필요한 현재와 미래, 그 속에서 진정한 지식인을 대변하는 ‘말’을 찾아, 그런 ‘사람’을 찾아 발품을 팔고 판 기록에 관한 책이다. 사람은 없고 말만 반질반질 윤이 나는 세상, 영양가 없는 말들이 무수히 많이 부유하는 세상, 책임질 사람은 없는데 책임감 있는 척 시건방지게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말, 말, 말. 저자는 총대를 메고 이처럼 부유하는 많은 말 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을 잡아다가,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의도와 책임을 따져 묻고 있는 듯하다.


    그럼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를 가지고 현재의 많은 모순들을 타계해나가는 진정한 지식인인가, 하고 묻는다면 내 능력으로는 확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반질반질한 말로 뺀질거리기 바쁜 여타 어처구니없는 인사(?)들에 비해서 조금은 ‘말’이 통한다는 것과 현재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몸담고 있지만 영양가 있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또한 자신들의 색과 닮은 이들의 주장이 그릇되었을 때 과감하게 들은 귀를 자르고 그 수족을 잘라낼 수 있는 강단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모든 책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먼저 장점은 저자가 되도록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인터뷰를 한 것이다. 여섯 사람의 말을 주워 담아 있는 그대로 기록하되, 자신의 견해를 덧붙임으로써 말을 ‘전달’하고 마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애쓴 흔적이 그것이다. 물론 저자의 견해와 비판이 죄다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적어도 여러 시각과 주장들을 비교하고 보다 합리적인 주장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또 책의 구성이 비교적 깔끔하고 주제에 따라 단락구분이 잘 되어 있어 보기에 편한 것도 이 책이 주는 장점이라 하겠다.


    반면에 아쉬웠던 점을 들자면, 저자가 책속에서 구사하는 말은 참 고답적으로 다가온다. 좀 쉬운 말, 알아듣기 쉽게 풀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책을 읽어나가는데 적잖은 방해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물론 지적소양이 모자란 내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은 듣고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다. 그것이 독자를 위한 정보 전달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말이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말들이 부유한다. 또 그 말들은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카드라!’ 통신을 생산한다. 그 사이사이에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고 그 또한 영양가가 있든 없든,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당당히(?) 말로써 존재하고 부유한다. 소위 말을 ‘인격’이라고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말들이 이토록 많이 부유하는 세상에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더더욱 말에 인격이 붙은 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또 인격이 없는 말은 ‘화’를 부르기 십상이고, 그 화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을 사람을 찾아내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나름대로 제목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짐작컨대,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를 가진 지식인들은 적어도 말을 함에 있어 그 출처를 분명히 하고 제 입을 통해 뱉어낸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생각과 좋은 의도를 담은 말을 가감 없이,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강단만큼이나 그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이 미래의 지식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임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좋은 말을 듣고 그렇지 못한 말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은 일반의 대중들의 몫임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종속됨이란 자본에 의해서, 이념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건 아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그릇된 말로 더럽혀진 귀를 자르거나 때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 또한 무척이나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주워 담기¨¨‡‡‡‡‡‡‡‡‡‡‡‡‡‡‡‡‡‡‡‡‡‡‡‡‡‡‡‡‡‡


    ∥결심과 현실; 이문열∥

    진정성과 행위와 이념의 일관성, 과거에도 기능했고 앞으로도 기능해야 할 중요한 세대가 386세대다. 물론 내가 이 소설에서 386 찌꺼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비판하는 것은 너무 멀리 간 사람, 특히 원한에 주목한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와 싸우면서 어떤 사람들은 그 고통에 망가진 것 같다. 원한을 벗어나지 못해 원한으로 미래를 결정하거나, 단순한 ‘적’의 논리로 간 친북 좌편향에 빠진 사람들을 비판했다면 비판한 것이지. 386세대 전체를 비판한 것은 아니다.(p32)


    그러나 나는 남북한의 문학 교류가 이문열이 말한 대로 단합대회로 비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지적한 바처럼 남북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인들의 성향은 다양했다. 이념적으로는 가장 오른쪽에서 가장 왼쪽까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교류는 말하자면 동일한 모어母語의 구성원이지만, 문화어와 한국어라는 다른 명칭의 언어권으로 재편된 언어들의 어려운 만남이었다. 거기에는 한국의 노무현과 북한의 김정일로 상징되는 정치 체제와는 그 층위가 다른 문화적인 전망과 자율성이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이 만나면, 껴안고 울지 서로 이념을 묻지 않는다. 나는 언어적 재회도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p35)


    ∥민족주의자의 초상; 조정래∥

    문인이 현실 정치에 대해서 발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모순과 갈등을 감시 감독하는 관점에서 발언해야 된다. 그것은 작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자기의 사적 견해, 개인의 감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하면 안 된다.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대의를 위해서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작가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헌신성과 희생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p53)


    강준만 교수가 문단 권력을 주제로 한 책을 냈을 때,『오마이뉴스』에서 내게 인터뷰를 나온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군사정권 30년만 나쁜 것이 아니고 문단권력 40년이 더 나쁘다. 그랬더니 기자가 이대로 써도 됩니까 하더라. 기사가 나간 후 구설수에 많이 올랐다. 한국의 문단이 그 정도로 소아병적이고 폐쇄적이고 편협하다. 자기 파 아니면 언급을 안 하고 묵살해버리는 패거리 의식이 너무 심하다. 문화에 종사하는 자들이 가장 반문화적 행위를 하는 셈이다.(p54)


    ∥디자인과 사회철학; 김민수∥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독한 군중이 되고 있다. 남들이 소비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사회적 공포감이 한국 사회만큼 높은 곳이 새삼 그 어디에 또 있겠는가. 애고 어른이고 얼짱·몸짱 신드롬에, 왕따는 죽음을 의미한다. 리스먼은 대중매체가 발달된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타인을 의식하고 개인의 개성이나 인격보다 집단 동질성 속에서 안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풍요 속에 고독감과 획일성으로 점차 인간들이 고독한 군중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체적이지 못하고 타인 지향적인 현상은 출생률과 사망률이 낮아지고 고령화 사회가 돼가는 인구의 초기 감퇴기에 나타난다고 한다.(p117)


    왜 우리의 대학은 학생들 스스로 창의적일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대학에 대해서는 학생이고 교수고 모두 냉소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은가. 만일 대학이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자신의 잠재력을 퍼올릴 수 있는 창조적인 곳이 되려면, 적어도 지금처럼 창조적이지 못한 기업 문화가 요구하는 그런 시스템과 맞물려서는 안 된다. 그건 자살 행위인 것이다. 지금은 대학이 창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주도권을 기업에 내준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에 발 빠르게 부응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가시적 효과를 만들어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창조적 지성을 훼손할 여지가 많다. 지금 한국의 고등교육 체제에서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전문대학이 152개나 존재하면서 4년제 대학을 전문대학 차원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 그런데 전문대학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를 보자.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다. 요즘 4년제 대학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목표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전문대학이 엄청나게 존재하고 있는데, 4년제 대학을 포함해서 전 대학에 획일적으로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를 건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

    지난 20세기 산업사회에서 지구의 원시림은 단지 개발과 착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가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속에서 뿜어 나오는 한 줌의 산소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자본의 지배와 권력에 물들지 않는 천연의 지성력으로 산소 같은 지식과 학문을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아쉬워지는 때가 언젠가 올 것이라고 본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급조된 산업화의 여파로 긴 호흡을 못하고, 멀리 보지 못하고 붕어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 뿐이다.(p131~p133)


    ∥씨알의 자기 실현; 김상봉∥

    국가기구가 자기 존립의 정당성을 확증하려고 할 때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현실적인 어떤 국가기구의 현실성 그 자체를 증명해 보여줌으로써 ‘내가 국가다’라고 하는 걸, 국가가 여기 있다고 하는 걸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뭘 통해 보여주나? 폭력밖에 없다. 자발적인 동의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시대가 이제 시작이다.(p163~p164)


    국가가 ‘서로 주체성’의 현실태일 때는 법이라는 것이 자유의 형식이다. 자유가 방종이 아닌 한에서 나름의 형식과 질서가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지금 한국의 법이라고 하는 것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국가와 자본을 대리한 국가 폭력의 형식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가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할 때, 오히려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는 약자들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먼저 나서서 억압하기 시작할 때, 그래서 노동자들이 어떤 합법적인 저항의 수단도 없을 때,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그게 바로 전쟁 상태다. (······)

    추상적으로 표현해서 국가는 시민들의 서로 주체성의 현실태인 한에서 서로 주체성의 표현이고, 그 실현인 한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가가 씨알을 모두 보호하고 최선을 다해서 모든 씨알을 위해서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국가기구 또는 헌법적 질서라고 하는 것이 법을 빙자해서 극소수의 특권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을 때, 수탈과 억압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 때, 씨알들과 국가 사이에는 전쟁 상태 말고는 다른 것이 조성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국가기구와 씨알들 사이의 전쟁 상태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5·18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그 역사가 과거 어느 한때 일어난 역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있을 수 있는 역사가 5·18이다.(p166~p167)


    ∥비체제를 향하여; 김종철∥

    (······) 이 세상에는 지금 두 가지 종류의 탱크가 있다. 하나는 전쟁무기로 쓰이는 탱크이고, 또 하나는 지식인들이 모인 조직인 싱크탱크다. 그런데 싱크탱크란 무엇인가. 실제 탱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 그 사람들이 생각하라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조직 아닌가. 대학도 지금은 일개 싱크탱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교수들이야말로 가장 노예적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정말 흙 속에서 땀 흘려 자기 손으로 일하고 먹고 사는 사람들인 농민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다. 농민들은 국가에서 농업에 대해 지원금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것들에 콧방귀를 뀐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만 자신들이 기른 작물을 제값 받고 팔게 해 달라는 것이다. 제발 국가와 시장이 이걸 방해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물론 농촌에 가면 국가 보조금에 목을 단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대개 뿌리 있는 농민이 아니다. 대개가 대규모의 시설농, 축산업, 상업농을 하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 야심을 가진 사람들은 비즈니스맨이지 농민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농민은 기본적으로 자급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국가의 도움을 성가시게 여긴다.(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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