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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곡예사
404쪽 | B6
ISBN-10 : 8932902801
ISBN-13 : 9788932902807
공중 곡예사 중고
저자 폴 오스터 | 역자 황보석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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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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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잘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gri*** 2020.10.19
709 박스가 일부 손상되어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뜯어봤는데 다행스레 책들은 이상이 없네요. 주문량이 많은 경우엔 조금 더 튼튼한 상자를 사용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knacb*** 2020.10.16
708 거의 새책과 다름 없네요. 기회가 되면 또 구매하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nacb*** 2020.10.13
707 깨끗한 책을 저렴한 가격에 읽을 수 있게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송도 초고속으로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5점 만점에 5점 sickth*** 2020.10.10
706 깨끗한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gree*** 2020.09.23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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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3부작>으로 유명한 미국작가의 작품. 20세기 초의 미국. 공중에 뜨는 능력을 지닌 소년 월트는 예후디라는 유대인의 가르침 아래 공중 곡예사로 성장하면서 전국의 화제로 떠오른다. 어느날 그에게 사춘기가 오면서 더 이상 공중에 떠다닐 수 없게 되는데...

저자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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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어쩌면 '이해'라기보다 체념에 가까운 굴복이라고 하는 게 옳...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어쩌면 '이해'라기보다 체념에 가까운 굴복이라고 하는 게 옳겠지만, 아무튼 세상에 산재하는 여러 부조리를 이해한다는 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혹은 온 지구상에서 파편화 된 개인으로서의 자신은 매우 보잘것없고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거대한 벽으로서 존재하는 부조리, 개인의 힘만으로 바로잡는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을 때의 무기력, 그래도 정의로운 신은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 우리가 그럼에도의 삶보다는 그러므로의 순응적 삶을 선택하는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일지 모른다. 도덕적 의식과 실재하는 삶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미약한 존재로서의 우리는 영웅의 출현이나 신의 강림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는 독자들에게 얼핏 황당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지만 작가는 주인공 월트의 삶을 통해 아홉 살 소년이 어떻게 부조리한 삶을 헤쳐가고 있는지 상세히 그려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나약함과 부조리한 삶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1924년, 세인트 루이스의 한 거리에서 예후디 사부는 거리의 부랑아였던 월터 클레어본 로울리를 제자로 선택한다. 예후디 사부는 거리를 전전하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아홉 살의 월트에게 열세 번째 생일을 맞는 날까지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시에 월트의 보호자였던 슬림 외삼촌에게서 월트를 빼내 캔자스의 어느 농가로 그를 데려간다. 그곳에는 사부가 돌보고 있던 이솝과 수 아주머니가 있었다. 이솝은 똑똑하지만 몸이 불구인 흑인 소년이었고, 수 아주머니는 두 번째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참혹한 폭력에 시달리다 사부에게 극적으로 구출된 마음씨 착한 인디언 여인이었다.

     

    월트는 그곳에서 하늘을 날기 위한 33단계의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아홉 살의 소년이 견디기에는 힘에 겨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예후디 사부를 비롯한 이솝과 수 아주머니를 믿지 못하였기 때문에 월트는 몇 번이나 탈출을 시도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의 탈출은 쉽지 않았고 그때마다 번번이 예후디 사부에게 붙잡히곤 했다. 또 다시 탈출을 시도하던 월트가 눈보라에 갇혀 죽을 고비를 겪게 되는데 살기 위해 무작정 들어갔던 곳이 위더스푼 아주머니의 집이었고 그녀는 예후디 사부의 연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월트의 후원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한다.

     

    여러 사람의 돌봄과 극진한 간호 덕분에 다시 살아난 월트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이솝이 예일 대학의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을 무렵 월트는 드디어 하늘을 날게 되고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간다 싶었던 그 때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그들에게 닥친다. 마을의 3K 단원이 그들의 집에 불을 질러 이솝과 수 아주머니를 살해한 것이다. 위더스푼 아주머니의 집에 머물면서 한동안 슬픔에 잠겼던 그들은 하늘을 나는 묘기를 갈고 닦아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우리에게는 죽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건 기본적인 법칙이야. 만일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될 거다." (p.155)

     

    공연은 순조로웠고 그에 따라 월트는 점점 더 유명해지고 바빠졌다. 공연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부도 함께 따라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슬림 외삼촌이 그들을 찾아 온다. 외삼촌은 예후디 사부에게 공연 수익금의 일정액을 요구하였고, 예후디 사부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외숙모를 잃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던 슬림 외삼촌은 예후디 사부의 냉대에 분개하였고 갖은 욕설과 함께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외삼촌의 교활함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잘 알고 있었던 월트는 불안에 시달린다.

     

    "그 나머지 시간에 나를 계속 따라다니던 온갖 불안감을 생각한다면, 공연은 일종의 정신적 휴식, 내 마음을 괴롭히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진정제가 되어 주었다. 나는 전에 없이 일에 몰두하면서 그것이 내게 주는 자유와 보호를 만끽했다. 그러는 동안 내 정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하루에 한 시간씩 원더보이 월트로 바뀌는 아이 월터 롤리가 아니라 공중에 떠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인 철두철미한 원더보이 월트로 바뀌어 갔다. 땅은 일종의 환상, 음모와 망령들이 깔린 위험 지대였을 뿐 아니라,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모두 거짓이었다." (p.195~p.196)

     

    월트의 예상대로 다시 나타난 슬림 외삼촌에게 그는 납치 감금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월트의 공연은 매번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위기는 다른 곳에 있었다. 사춘기가 된 월트는 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거기에 집착하면서 심한 두통과 현기증에 시달리게 되자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사부는 월트에게 '공중 곡예사(Vertigo)'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Vertigo에는 현기증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슬림과 그의 패거리들에게 습격을 받은 사부는 심한 총상을 입고 자살을 하고, 월트는 외삼촌을 죽이고 암흑가로 스며든다. 조직에서 그는 승승장구하여 클럽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군에 입대한다. 제대를 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제빵 회사에 취직하여 그곳에서 일하던 몰리와 결혼한다. 그것이 어쩌면 하늘을 나는 원더보이 월트가 온전히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법을 익히는 첫번째 단계였는지도 모른다. 월트는 그렇게 몰리와 23년을 살았고 암으로 그녀를 잃었다. 원더보이 월트의 노년은 결국 위더스푼 부인으로 이어지는데...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단 두 번의 쓸 만한 결정을 내렸는데, 그 첫번째는 아홉 살이었을 때 예후디 사부를 따라 기차에 올라 탄 것이고, 두 번째는 몰리 피츠시먼즈와 결혼을 한 것이었다. 몰리는 나를 다시 완전한 인간으로 되돌려 주었다. 내가 뉴어크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어떤 처지였는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p.380~p.381)

     

    폴 오스터의 이 소설은 1920년대 미국인의 성공과 좌절을 원더보이 월트의 삶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성공의 이미지였을 테고, 월트가 성공했던 그 짧은 순간 역시 성공의 덧없음을 말하고 있을 터였다. 월트는 결국 지면에 발을 딛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기 위해 그가 어렸을 때 예후디 사부로부터 받았던 혹독한 훈련보다 몇 배나 더 길고 처절한 삶을 경험해야만 했다. 예후디 사부는 죽으면서 그에게 말했었다. '좋았던 시절들을 기억하라'고. 세월의 위대함은 개별적인 인간의 삶을 결국에는 보편적인 어떤 것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모습으로 늙어갈 뿐이다. 결국 우리는 절망을 통해 하늘을 나는 법을 익히고 하늘을 날았던 기억으로 자신에게 다시 찾아온 절망의 순간을 견딜 뿐이다. 

  • 공중곡예사 | ok**kim | 2010.08.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폴 오스터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소설가, 시인, 번역가, 극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끼를...

    폴 오스터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소설가, 시인, 번역가, 극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끼를 보여주는 다재다능한 작가로, 대중친화적이면서도 문학적 수준을 유지하는 그의 작품은 카프카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이 혼합되고,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다.  초기엔 프랑스 시인과 극작가들의 영향도 받았지만, [뉴욕삼부곡]을 전기로 삼아 미국문학의 사실주의 전통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폴오스터 소설의 주인공들이 대개 고아거나 외톨이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의 소외된 이방인에게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공중 곡예사]는 80살의 월트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적어내려간 자서전이다. 이야기는 여러모로 [톰소여의 모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자기 앞의 생]처럼 어린 시절의 우화 분위기가 짙은 작품이다. 고아, 공중에 뜨는 능력, (유대인, 인디언, 흑인으로) 재탄생된 가족 구성원, 가족의 비극, 후원자, 크리스마스 이브의 선물 등이 우화적 특성을 강하게 한다. 소년 월트는 톰과 제제처럼 영악한 상상력이 넘치고 매우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다. 톰과 제제의 이야기가 단지 어린시절의 모험과 성장통에만 국한된 반면에 이 소설은 월트의 전반적인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격을 달리한다.

     

    1915년 생인 월트의 삶은 굴곡이 크다. 미국의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간다. 먼저 12살 무렵에는 전국적인 스타 '원더보이' 로 살아간다. 예후디 사부의 훈련을 받은 월트는 공중 공연 예술가로 성장한다. 9살부터 시작된 3년간의 훈련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어서 훈련 같지도 않은 훈련도 있었고, 가학적이고 기이해서 고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훈련도 있었다. 이 때 월트는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나름 행복한 삶을 보낸다. KKK단에게 수 아주머니와 이솝이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인디언 피가 흐르는 수 아주머니와 흑인으로 머리가 명석한 이솝은 그에게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거듭되는 공연성공을 거두며 월트는 단순한 흥행을 위한 공연자가 아니라 최고의 예술가로 거듭난다.

     

    "나는 이제 단순한 로봇, 매번의 공연에서 똑같은 기교를 선보이는 태엽 감은 원숭이가 아니라 예술가,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공연하는 진정한 창조자로 발전하고 있었다. 나를 자극했던 것은 예측불가능성, 즉 한 공연에서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모험심이었다. 만일 내 목표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환심을 사는 것뿐이었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쁜 습관에 빠져들 것이고 마침내는 사람들이 내게 싫증을 느끼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계속 나 자신을 시험하며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내 재능을 발전시켜야 했다. 물론 나는 자신을 위해 그렇게 했지만, 그것은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최대한으로 잘해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는 투쟁이었다. "(186-7쪽)

     

    20대 무렵 월트는 암흑가의 일원이 된다. 그가 원더보이에서 암흑가의 건달이 되기까지는 애석하게도 예후디 사부의 죽음을 논해야 한다. 예후디는 현자에 가까운 월트의 멘토이자 사업기획자였고, 월트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인생을 살아가는 나침반이었다. 예후디는 공연내내 라틴어로 쓰여진 스피노자의 책을 거듭해서 읽는데 절대로 동이 나지 않는 술잔처럼 매력적인 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월트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공중부양이 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유발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사부는 월트에게 '미스터 버티고(공중 곡예사)'라는 별명을 붙여 주고, 공중공연을 접는다. 이들은 헐리우드에서 배우가 될 계획을 꿈꾸지만 예후디 사부가 월트의 망나니 삼촌 슬림의 손에 의해 죽음에 이르자 월트는 복수하기 위해 슬림을 뒤쫓고 살해한다. 거기서 시카고 암흑가의 2인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암흑가에 투신한다. 암흑가에서도 승승장구하여 '미스터 버티고'라는 고급 클럽의 지배인이 된다.

     

    30대 무렵에는 2차대전에 참전하여 퇴역하고 잠시 떠돌이 신세로 지내다가 메이어호프 제빵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동료 몰리와 결혼하여 가정도 꾸리지만 몰리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23년간 평범하게 살다 몰리가 암으로 죽는다. 50대 무렵에는 위치토로 돌아가 워더스푼 부인과 다시 조우하고 그녀와 함께 살며 그녀의 자동세탁소 사업을 돕는다. 월트에게 예후디 외에 또다른 멘토가 있다면 그건 바로 위더스푼 부인인 셈이다. 그녀는 월트가 어렸을 때는 예후디 사부의 연인이자 원더보이의 후원자였고, 월트가 중년이 되자 그의 동반자가 된다. 그녀와 함께 11년의 세월을 보내고 월트는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폴오스터의 매력에 빠져 거침없이 그의 책을 섭렵하고 있다. <공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폴오스터의 매력에 빠져 거침없이 그의 책을 섭렵하고 있다. <공중 곡예사>가 그 세번째 작품. <우연의 음악>에서 매 순간 맞닥드리는 선택의 순간과 그 결과를 나타냈고, <거대한 괴물>에서 자신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일 - 주인공의 일 - 을 논픽션인듯 픽션을 써내려 가는 구조를 취했다면, 이 <공중곡예사>는 그 둘이 미묘하게 혼합된 형태이다.

     

      <공중곡예사>에는 거지이고 부랑아, 고아인 내가 공중곡예사가 되어 세상을 뒤흔들기까지,,,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이솝, 수 아주머니, 그리고 예후디 사부. 그리고 훈련, 공중곡예사가 된 후, 삼촌과의 결말, 자신의 인생의 결말, 선택, 그리고 끝에 대해 아주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다. "맹랑한 꼬마녀석"이 공중을 걷기까지의 고된 서른세 단계는 그가 인생을 헤쳐나가는 고비들과 같다. 마굿간에 메여지고, 땅속에 매장당하고, 벌거벗긴채 곤충들에게 물어뜯기고, 흡사 고행을 치르는 불자의 모습 같은 그의 성장과정은 - 하늘을 걷게 되는 과정은 - 그가 곡예사로 끝나지 않을, 많은 인간사를 경험할 것을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처럼 모신 사부가 죽음을 당하면서 자신의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암흑의 세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고, 뒷골목의 재왕이 되는 모습은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가족'이란 것을 만들고 아내의 죽음에서 세상이 끝난듯 느끼는 슬픔에는 그의 화려했던 시절과 대비를 이뤄 그 어둠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공중곡예사>에서 폴 오스터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많은 요소요소에 의해 결정되는지 이야기 하고 싶은것같다. 흔히 말하는 출생배경, 돈, 권력, 지위 따위의 객관적요소를 차치하고서, 자신을 결정짓는 한 사건, 화려한 옛 기억, 그것을 묶어두는 마음의 응어리, 그것을 풀어내는 사사로운 감정, 성장의 경로 등 참으로 소소해 보이는 일들이 한 인간을 결정하고 삶의 고삐를 어떤 한 방향으로 이끈다. 마치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의해 정해진 길을 밟도록 되어 있는 운명이라는 사슬을 통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나비효과>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지금의 내가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은 태어나면서의 어떤 순간의 선택, 초등학교 3학년때의 체육성적, 중학교때 베스트 프렌드와의 다툼, 고등학교 때의 짝사랑의 가슴앓이, 대학교 때 키운 독서와 요가같은 취미생활,,, 따위가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지금의 이런 글을 쓰는 행위도 미래의 나에 대한 예언일것이다. 곡예사 월튼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이런 결과를 에상치 못하고 하나하나 삶을 꾸려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라'는 속세의 명언이 괜한 말은 아닌듯하다! 적어도 훗날 자신의 삶에 떳떳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월터는 말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인간이야기'라는 주제를 풀어내는 폴 오스터의 방식이 참으로 기가막힌다. 일정노선을 지키면서 다양한 변죽거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참 기억에 남는다. 아직 많이 남은 폴 오스터의 책들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말 기가막히게 재미있었을 것 같은 상황을 무미건조하게 슥 훓어버리듯 말하는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말 기가막히게 재미있었을 것 같은 상황을 무미건조하게 슥 훓어버리듯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마치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해 주시듯 감칠맛나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런 재능이 화술로 나타나면 속칭 "말빨", 달변가가 되는 것이고 문장으로 표현되면 소위 말하는 이야기꾼,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다. 이 MR Vertigo 외에 달의궁전이나 뉴욕 3부작을 읽어보아도, 폴 오스터 역시 다른 면은 차지하고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만큼은 최고수에 도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내가 물 위를 걸었던 것은 열 두살 때였다" 하는 도발적이고, 한편으로는 자신만만한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물 위를 걷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그럼으로써 자, 이 소설은 허구다. 그렇지만 내가 이 허무맹랑한 내용을 얼마나 흥미있게 끌고 가는지 봐라 하는 식의 깜찍한 오만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왜 아니겠는가, 뒤이어 이 소설의 주인공 월터 롤리 Walt Rawley가 여든이 넘은 노년이 되어 그의 사부 예후디 Mr. Yehudi ( 이분은 읽으면 읽을수록 Yoda의 포스가 느껴진다.  Mr 보다는 Master가 어울릴듯 ) , 오랜 동업자이자 이상적 연인인 위더스푼 부인 Ms. Witherspoon 과의 80년 가까운 지난 과거를 속도감 있게 이야기해 나간다.    독백으로 전개되는 그 한켠 한켠의 이야기가 네번의 큰 변화를 중심으로 엮여져 있는데, 때로는 온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 그의 부침이, 이 책을 읽는 여느 사람들의 인생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데서 강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 결국 인생은 새옹지마인 것이다.    그런 주인공 월트의 이야기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완급을 조절해 나가며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에는 좀처럼 폴 오스터의 책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다만 한글판 제목을 Mr. VERTIGO 에서 "공중곡예사"로 바꾸어버림으로써 지나치게 "공중부양"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버린 점이  아쉽다.  VERTIGO,  어지럼증은 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우연한 사건들, Ku Klux Klan, 그의 외삼촌 Uncle Slim 의 납치를 겪게 되는 과정에서의 혼돈과 같은 변화를 - 영화였다면 이 즈음에서 fade out 정도가 있지 않았을까 -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나 싶은데 말이다.  공중 곡예사... 아무래도. 흠.

     

    p. 12

    살아갈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 다음에는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심지어는 낯선 사람과 함께 밤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미친 짓일지라도.

     

    p.379

     내게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재빨랐고 그처럼 신속하게 기회를 잡아 그것을 내게 유리하도록 돌렸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동조를 하지 못한 채 시대의 흐르을 따라 잡을 수도 없었다. 세상은 나를 지나쳐 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일은 내가 전혀 상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내게는 아무런 야망도 없었다..나는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고도, 유리한 상황을  7;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내가 원하는 것은 다만 평화롭게 남겨져 힘닿는 대로 근근이 살아가며,  발길닿는대로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나는 이미 큰 꿈들을 꾸었었다..하지만 그로 인해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 이제는 너무 지쳐서 어떤 새로운 꿈도 생각할 수 없었다.변화를 위한 공은 다른 사람이 들고 가게 하자..나는 벌써 오래 전에 그 공을 떨어뜨렸고, 몸을 굽혀 다시 그 공을 주우려고 애쓸 생각이 없었다.

  • 폴오스터의 작품을 읽다보면 참 외로워진다.   하지만 그의 외로움이 싫지만은 않다.   그래서 또 간...

    폴오스터의 작품을 읽다보면 참 외로워진다.

     

    하지만 그의 외로움이 싫지만은 않다.

     

    그래서 또 간만에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공중 곡예사.. 책 제목은 예전부터 듣고 있었고 예전부터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전전했던 그 책..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눈을 감고 팔을 펼쳐보았다.

     

    공중곡예사 왠지 낯설고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직업이지만 그처럼 눈을 감고 팔을 펼치면 나도 공중곡예사가 되어 있을 거 같았다.

     

    눈을 감고 팔을 펼치는 순간.. 그 순간..이 감미롭게 느껴진다..

     

    왠지 나도 예전에 경험했던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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