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아빠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을 통해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 망연자실 슬퍼하기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아빠.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가기’ 등 위트 있고 솔직한 마음을 담은 리스트를 작성하며 아빠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그렇게 ‘엔딩노트’가 채워질수록 가족들과의 긴 이별의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모범적인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했다. 따분한 이야기라고? 하...
이 영화를 보면서 모범적인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했다. 따분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서 유교수나 [은폐수사]의 류자키는 모범적인 인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려 주는 멋진 캐릭터들이다. 그래도 이런 인간들이 현실에 존재할 리 없다고? 그런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영화가 [엔딩 노트]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위암 4기 선고를 받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몇 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본인의, 그리고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범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항상 모범적인 생활을 해 왔고 이제 모범적인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래서 컴퓨터에 자신이 원하는 장례식과 장례식을 맞아 연락해야 할 친지들의 이름 등을 파일로 만들어 백업까지 해 둔다. 하고자 하는 일의 리스트를 만들어 차근히 해 나가고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준다.
일본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회사의 인간이자 샐러리맨으로서 바쁘게 살아온, 한편으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 온 인생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최소한 이 남자는 늘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에 부러웠다. 그렇게 바쁘면서도 의미 있게 살아 온 세월이 있었기에 그의 마지막 순간들도 참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40년을 함께 한 아내와의 애증이 엇갈리는 관계를 보면서 남녀가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가, 하는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더군다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유머를 잊지 않는 이 아버지의 모습은 왜 서른도 넘은 딸이 굳이 이 남자의 죽음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는지 납득이 갈 만큼 매력적이다.
이렇게 여유 있게, 침착하게 인생을 정리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성실하고 꼼꼼하고 합리적이라는 소시민적인 미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리고 어떤 미덕이나 그렇지만 소시민적인 미덕도 쉽게 완성하기 힘든 법이다.